[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김민철의 꽃이야기] 희귀 야생화 칠보치마를 찾아서

푸레택 2022. 7. 7. 12:08

[김민철의 꽃이야기] 희귀 야생화 칠보치마를 찾아서 (daum.net)

 

[김민철의 꽃이야기] 희귀 야생화 칠보치마를 찾아서

칠보치마라는 야생화가 있다. 초여름인 요즘 노란빛이 도는 흰색 꽃이 피는 야생화인데, 워낙 희귀종이라 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름에서 ‘칠보’는 1968년 수원

news.v.daum.net

칠보치마라는 야생화가 있다. 초여름인 요즘 노란빛이 도는 흰색 꽃이 피는 야생화인데, 워낙 희귀종이라 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름에서 ‘칠보’는 1968년 수원시와 화성시 경계를 이루는 칠보산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치마’는 잎 모양이 치마폭을 펼친 것 같다고 붙인 것이다. 식물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칠보치마를 보면 잎 모양이 처녀치마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약간 습기가 있는 곳에서 처녀치마와 더불어 자란다’고 설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일본과 러시아 쿠릴열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이다.

칠보치마. /환경부

야생화를 공부할 때 처녀치마라는 예쁘고 재미있는 꽃이 있다는 것을 안 다음, 칠보치마라는 꽃도 있다는 말을 듣자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과 잎 모양은 처녀치마와 비슷하지만, 꽃 핀 모양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처녀치마와 속(屬)이 다른 식물이다. 최근 유전자 분석을 통한 계통 연구에서는 과까지 칠보치마과로 별도 분류해야한다는 제안도 하고 있다.

처녀치마

그런데 이 귀한 식물이 1970~80년대 무분별한 남획으로 칠보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야생화 동호인들이 2~3미터 간격으로 온 산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한 개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칠보산은 수도권에서 비교적 처녀치마가 일찍 피는 곳이다. 필자도 몇번 처녀치마 보러 갈 때 칠보치마 비슷한 거라도 있나 살펴 보았지만 당연히 찾지 못했다. 귀한 야생화가 정작 첫 발견지에서 멸종한 것이다. 우리나라 식물 대부분은 일제 강점기에 찾아 분류했다. 그런데 칠보치마는 해방 후에 추가 발견한 많지 않은 식물 중 하나인데 그 귀한 것을 보호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2007년 경남 남해군에서 칠보치마가 자생하는 걸 발견했다. 이후 부산 등에서도 자생지를 찾아냈다. 하지만 개체수가 많지는 않다. 또 정작 처음 발견한 곳인 칠보산에는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았다.

수원시와 국립생물자원관은 2017년 칠보산에 칠보치마를 심어 복원하기로 했다. 남해 자생지에서 씨를 받아 증식한 칠보치마 1000본을 칠보산에 심었다. 칠보치마의 생육 조건은 햇빛이 잘 드는 습지여서 까다로운 편이다. 이 조건에 맞는 곳에 심었지만 처음엔 겨우 20여 개체만 꽃 피는데 그쳤다. 이듬해 칠보치마 500본을 추가로 심자 2019년에는 200개체가 개화해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원 칠보산 복원지에서 꽃 핀 칠보치마.

처녀치마는 4월쯤 꽃이 피지만 칠보치마는 6월 하순부터 7월 중순에 꽃이 핀다. 요즘이 절정기인 것이다. 지난 주말 가본 칠보산 복원지 칠보치마는 막 꽃을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잎은 뿌리에서 10여 장이 나와 사방으로 퍼지는 것은 처녀치마와 비슷하다. 뿌리에서 20~40㎝ 정도 올라온 긴 꽃대에 노란빛이 도는 흰색 꽃이 빙 둘러 피는 것은 처녀치마와 많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꽃의 크기는 0.8㎝ 정도. 흰색 꽃잎(화피)은 6장이고 수술 꽃밥은 노란색이다. 복원지 여기저기서 꽃대가 올라와 꽃 핀 것이 보기 좋았다. 칠보산에 잘 정착해 앞으로 칠보산 곳곳에서 이 꽃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다만 복원한 곳 주변에 빙 둘러 사람 키만한 펜스를 설치해 놓아 가까이서 관찰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안정화시켰으면 칠보치마를 시민들과 공유할 방법도 고민해야 할 것 같았다.

수원 칠보산 칠보치마 복원지. 사람 키만한 펜스로 둘러싸 놓았다.

글=김민철 논설위원ㅣ조선일보 2022.07.05

/ 2022.07.07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