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인공지능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 (daum.net)
졸업장·자격증·시험성적으로
개인 능력 평가가 어려운 시대
온라인·AI 기반 교육 확장 통해
교육 기회 평등 새 지평 열기를
지난달 ‘코세라(Coursera)’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기업이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여러 유명 대학과 기업의 강좌를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코세라는 스탠퍼드대학 교수 두 명이 2012년 교육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설립했다. 특히 인공지능 기초에 관한 강좌가 유명하다. 인공지능 기술을 처음 배우는 이들에게는 ‘수학의 정석’ 마냥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코세라의 상장 소식은 에듀테크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2015년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시스템(K-MOOC)이 설립되어, 국내 유수 대학의 훌륭한 강의들이 공개되어 있다. 인공지능 전공 대학교수들의 강의를 누구나 들을 수 있게 하는 에듀테크 스타트업도 시도되고 있다. 진작부터 좋은 강의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필자도 코세라를 가끔 사용한다. 무료 강좌도 많지만, 유료인 경우도 있다. 코세라의 유료 강좌는 요금 설계가 독특하다. 신청한 강좌를 이수 완료할 때까지 매달 몇만 원 수준의 수강료를 내는 구조다. 열심히 공부해서 강좌를 빨리 마치면 돈을 적게 낸다. 그래서 코세라 사이트가 내 통장에서 돈을 빼 나가도 밉지 않다. 그저 더 강의를 열심히 듣지 못한 자신을 탓하게 된다. 학생의 동기 부여에 중점을 둔 과금 설계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으로 강의하고 배우는 것에 친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저 화상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는 학습 효과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과제를 수행하고 실습하면서 배운다. 미국 철학자 존 듀이는 ‘행함으로써 배운다(learning by doing)’고 했다. 학습자에게 실제와 근접한 과제를 주고 스스로 해결 방안을 설계하고, 실천하며, 발표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라 한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는 통계학 수업에 프로젝트 기반 학습법을 적용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통계학에 도통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한 학생은, 자신은 졸업하고 미용사가 될 것인데 왜 통계학을 배워야 하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실제 생활과 관련된 과제를 수행하면서 태도가 바뀌었다. 미용사가 되려는 학생은 헤어스프레이 제품 사용량과 모발 손상도 간의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이후 학생들은 수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온라인 교육에도 프로젝트 기반 학습법을 적용할 수 있다. 코세라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은 이론만 배우고 단답식 문제만 풀어서는 마칠 수 없다. 학생들은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작성해서 업로드해야 한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정해진 점수 이상을 받아야 강좌를 이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직 평가를 자동화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작문 과제가 대표적이다. 이때는 수강생들이 상호 평가를 한다. 보통 다른 수강생 3명이 제출한 과제물을 평가해야 자신이 제출한 과제물을 평가받을 수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프로젝트 기반 학습법이 더욱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언어이해 인공지능 기술은 작문 결과를 자동으로 채점할 수 있고, 챗봇 기술을 통해 학습자가 주제를 이해하고 있는지 대화 방식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물리적인 활동이 필요한 경우는 인공지능 동영상 분석 기술이 활용된다. 운동 자세 교정 프로그램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기업에서는 직무 교육의 자동화를 고려할 수 있다. 실제 업무과 유사한 가상의 작업 시나리오를 만들고, 인공지능을 통해 수행 결과를 평가할 수 있다. 가상현실(VR) 기술도 활용할 수 있다. 가상현실 속에서는 실제 현실로 구현하기 어려운 위험한 작업도 교육할 수 있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직업 체험 게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 대다수 시도가 개념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다채로운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전통적인 교육·평가 방식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이제 대학 졸업장, 자격증, 표준화된 시험 성적만으로는 개인의 능력을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 누구라도 명문 대학의 강의를 듣고 공부할 수 있고,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필요한 직무 능력을 취득할 수 있다. 19세기 이래 보편적 공교육의 확산은 근대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온라인·인공지능 기반 교육은 교육 기회 확대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코세라의 설립 목적을 되새겨 본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ㅣ중앙일보 2021.04.19
/ 2022.06.14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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