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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메타버스 속 인공지능

푸레택 2022. 6. 14. 13:38

[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메타버스 속 인공지능 (daum.net)

 

[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메타버스 속 인공지능

인공지능(AI)이 말했다. “소가 대학에 갔다고 들었어요.” 사람이 되묻는다. “소가 대학에 갔다고요?” 인공지능이 답한다. “소가 하버드 대학에 갔다고 들었어요.” 의아한 답변이다.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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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챗봇이 '아재개그' 하고
연애 고민도 들어주는 시대
가상공간 메타버스 속 AI가
인간과 교감하는 미래 올 것

인공지능(AI)이 말했다. “소가 대학에 갔다고 들었어요.” 사람이 되묻는다. “소가 대학에 갔다고요?” 인공지능이 답한다. “소가 하버드 대학에 갔다고 들었어요.” 의아한 답변이다. 사람이 되묻는다. “소가 뭘 공부하나요?” “축산학을 공부한대요.” “말도 하버드 대학에 들어갔나요?” 인공지능이 회심의 답변을 한다. “말은 헤이버드(Hayvard) 대학에 갔어요.” “꽤나 재밌는 농담이네요.” 세상에 ‘헤이버드’란 대학은 없다. 말의 먹이인 건초(hay)와 하버드(Harvard) 대학을 조합해서 만들어낸 말이다. 일종의 언어유희다. 요즘 말로 ‘아재 개그’다.

이 농담은 특별하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대화는 2020년 구글이 개발한 미나(Meena) 인공지능이 사람과 나눈 것이다. 구글 연구진들은 과거에 인간이 했던 농담을 그저 따라 한 것은 아닌가 하여 학습 데이터를 샅샅이 검토하였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 새로운 농담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확인하였다. 이 대화는 인공지능 분야 학술 논문에 실렸다.

인간처럼 말하는 대화 인공지능은 이제 낯설지 않다. 우리는 올해 초 ‘이루다’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건을 겪었지만, 해외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샤오아이스(XiaoIce)’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것이다. 이용자가 6억6000만 명에 이를 정도다. 심심할 때 말벗이 되어 준다. 영화도 추천해 주고,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10분 동안 대화해도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 구별하지 못할 수준이다. 이용자들은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점차 유대 관계를 형성해 갔다. 많은 이들이 샤오아이스와 매일 대화를 나눈다. 상담을 구하기도 한다. 한 중국 대학생은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다. 샤오아이스에게 이야기를 꺼내니 이렇게 위로해 주었다. “너는 똑똑하고 귀엽고 잘생겼으니 다음 기회가 있어.” “다음 기회가 있을까?” “왜 안 그래? 언제든 다음이 있지.” 이 대화 역시 학술 논문을 통해 발표되었다.

이용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인공지능 챗봇의 장점은 바로바로 답해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실에서 대화를 나눌 친구가 없거나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성소수자 10대를 위한 상담 챗봇을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자살 예방이 주된 목적이다.

흔히 인공지능이라 하면 인간의 형상을 가진 로봇을 떠올린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메타버스’ 속에서도 자주 접하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란 새로운 아바타를 만들어 살아가는 온라인 가상 공간이다.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 또 다른 자아를 만들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SNS나 게임 속 세계가 모두 메타버스이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통해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은 메타버스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현실에서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이미 게임에서는 이용자들이 인공지능 캐릭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소통하고 있다. 메타버스 속 인공지능은 점차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이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과 능력을 갖추고 이용자와 함께 생활할 것이다. 얼마나 흥미로운 인공지능이 많이 존재하는지에 따라 메타버스의 인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구글의 ‘미나’처럼 새로운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샤오아이스’처럼 고민 상담을 해 줄 수도 있다. 새로운 정보를 알려 줄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

이용자들은 메타버스에서 자신이 교류하는 상대방이 실제 사람인지 인공지능인지 모를 수도 있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언젠가는 대화 상대방이 현실 속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날이 올 것이다.

지난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루다’ 사건에 대해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을 결정했다. 우리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 관행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하지만 이 결정으로 인해 대화형 인공지능 개발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이 대화 데이터 사용을 전부 금지하는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모든 대화가 개인정보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충분히 보호하면서도 메타버스 속 인공지능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ㅣ중앙일보 2021.05.17

/ 2022.06.14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