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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메타버스 계층 격차 줄이는 '디지털 사다리' 마련 시급하다

푸레택 2022. 6. 13. 19:02

[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메타버스 계층 격차 줄이는 '디지털 사다리' 마련 시급하다 (daum.net)

 

[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메타버스 계층 격차 줄이는 '디지털 사다리' 마련 시급하다

지구 중력을 이겨내면서 위치 에너지가 높은 장소로 수직으로 이동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효율적인 도구가 바로 사다리이다. 그런데 그 ‘사다리’라는 단어는 ‘사’와 ‘다리’라는 두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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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중력을 이겨내면서 위치 에너지가 높은 장소로 수직으로 이동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효율적인 도구가 바로 사다리이다. 그런데 그 ‘사다리’라는 단어는 ‘사’와 ‘다리’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다. ‘사’는 원래 나무의 뜻을 가진 옛말이고, 다리의 어원인 ‘달’도 마찬가지로 나무의 뜻을 지닌다. 그렇게 사다리는 주로 나무로 만든다. 또 사다리에는 손으로 잡거나 발을 디딜 평행목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평행목의 간격은 인간의 팔과 다리의 길이에 맞춰져 있다. 달리 보면 사다리는 중력 계층(階層)을 뛰어 넘기 위한 도약의 도구이다. 이러한 계층에는 자연의 물리적 계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메타버스 계층(階層)이 생긴다

마르크스는 생산 수단 소유 여부에 따라 자본가와 노동자로 이분적인 ‘계급(class)’을 나누었다. 반면 막스 베버(Max Weber)는 마르크스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사회 내의 개인과 집단을 구분하는 데에는 생산 수단만이 아닌 위세, 지위, 권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보고 이를 ‘계층(stratification)’이라 하였다. 계층은 다소 복잡한 개념이지만 전반적인 사회계층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개념이다. 여기에 디지털 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에 의한 새로운 ‘디지털 계층’이 빠른 속도로 추가되고 있다. 디지털 계층 격차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에서도 심각한 사회·경제·정치 권력의 불평등을 발생시킨다. 최근 새롭게 부각되는 ‘메타버스’가 바로 이러한 디지털 계층 격차를 한층 더 가속화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 물리 세계를 디지털 가상 세계로 대체한다. 현실과 가상이 서로 자리를 바꾼다. 인간의 두뇌가 그렇게 착각하도록 만든다. 이를 위해서 컴퓨터와 영상 신호처리(Image Processing) 기술을 이용해 인간이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도록 만든다. 착각 속에 빠진 인간에게 결국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는 세상을 만들어준다. 일종의 뇌 마비 기술이다. 이를 통해서 결국 인간이 디지털 세계에 ‘몰입’하는 시간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미래에는 하루 종일, 그리고 평생 가상 세계에서 지낼 수 있다. 결국 메타버스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컴퓨터가 만든 가상세계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플랫폼이다. 이를 위해 센서와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기술을 결합해 인간의 행동과 말, 그리고 생각을 모두 실시간으로 끊임없이(seamless) 기록한다. 라이프 로깅 세계에서는 내 삶이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복제된다. 이를 토대로 실제 세계와 똑같은 거울세계(Mirror World)를 만든다. 거울세계에서는 현실 세상을 디지털 공간에 똑같이 복제한다. 여기에서 실제 우리 인간과 똑같은 가상 아바타 인간이 만들어진다. 그 수는 지구상의 인구 수와 같게 된다. 이 가상인간이 ‘인공인간’이 된다. 현실 인간과 메타버스 속의 가상인간이 서로 역할을 바꾸게 된다.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이 결합한다

특히 메타버스가 인공지능과 결합되면 강력한 지배 도구가 된다. 인공지능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 학습 데이터는 인터넷, 스마트폰, 인공지능 스피커, 자율주행자동차에서 얻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학습용 데이터를 메타버스에서 직접 얻는다. 이제 컴퓨터가 인공지능 학습에서도 인간의 종속을 벗어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다. 인공지능은 가상 세계 속 인공인간의 소유물이 될 수도 있다.

공간과 시간이 자유로운 메타버스 세계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 산업이 탄생한다. 메타버스 서비스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에서 시작해서 유통, 업무, 생산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교육, 의료, 문화, 금융 등을 넘어서 정치와 군사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최근 이러한 배경으로 사티아 나델라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687억달러(약 81조9000억원)를 들여 글로벌 게임업체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했다. 게임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기로 메타버스 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큰 그림이 여기에 있다. 기업 성장의 기회가 바로 메타버스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메타버스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가상 경제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돈이 돌게 하는 방법으로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NFT)과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그리고 메타버스에서 콘텐츠 생산을 최대화하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는 크리에이터(creator) 시스템을 구축한다. 콘텐츠를 공동 생산하여, 플랫폼을 공고히 하며, 수익을 함께 공유하는 참여 순환 경제이다. 미래에는 인공인간이 콘텐츠를 생산한다.

디지털 사다리는 정치의 소명(召命)

인공지능과 결합한 메타버스가 창업과 산업 혁신의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메타버스를 활용하거나 이를 이용한 산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면 개인의 수입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격차가 크게 확대된다. 이렇게 점증하는 계층 격차는 결국 사회통합을 약화시키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훼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를 불러온다. 이런 디지털 계층의 간격을 줄이는 사다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국가와 정치의 역할이다. 디지털 사다리는 탐욕적 이기심에 빠진 인간의 욕망을 이기는 방법이다. 사회의 역동성을 다시 메타버스에서 찾아 보자. 정치의 소명(召命)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ㅣ조선일보 202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