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밥상의 공깃밥이라도 말하겠어요.” 이게 내 꼬락서니다. 주식을 들여다보며 사는 사람들은 그래도 여윳돈이 있어서 그러리라 생각한다. 선대로부터 땅 한 평 물려받은 일 없는 나로선 모든 게 소작농. 여윳돈이 없으니 주식 밥상부터가 시급하다.
누굴 만나나 주식이야기가 꼭 나온다. 군대에서 맨발로 축구한 이야기는 원로(?)들이나 하는 거고 요샌 군대에서 인터넷으로 게임하는 이야기가 주종. 작금에 이르러 주식은 공중누각에 짓는 엄연한 텃밭이고 농사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한 주식인 밥을, 오늘도 꾸역꾸역 목구멍에 밀어 넣고서 밀건 숭늉까지 풀코스렷다. 코로나 때문에라도 혼자 먹는 혼밥이 대부분. 밥알이 튀어나가는 열띤 밥상머리 토론도 없고, 국에 간장이나 소금을 녹이지 않은 것처럼 매일이 심심하구나.
예전엔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있었다. 개도 밥을 먹을 땐 건들지 말아야 하거늘, 감놔라 배놔라 일장 훈계를 듣곤 했다. 밥숟가락을 내던지고 자릴 박차고 일어서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무덤덤 그 연설을 감내하는 친구도 있었다. 챙겨듣고 태도를 바꾸는 일이 드물게 있기도 했는데, 성인 공자님이나 그랬을까. 그래도 밥상머리 교육에 앞서 밥상머리 예절이라도 익힌 집안의 친구들은 어디를 가나 사랑을 받고 칭찬을 받는 존재가 된다.
젓가락 숟가락을 바르게 놓을 줄 모르는 아이들이 많고, 밥상머리 인사도 꺼낼 줄 모른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누가 차려줬건, 누가 사줬건 이 한마디 인사. 또 정성으로 준비한 밥상을 볼 때 감격이 피어난다. 대충 끼니를 때우는 식, 개처럼 집어먹으라고 차린 허술한 밥상엔 흉가의 그림자가 어슬렁댄다. 부엌에서 10분 정성이 사회에서 10시간만큼 소중해라.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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