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새뱅이 찌개 - 신언관

푸레택 2022. 6. 3. 19:54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새뱅이 찌개/신언관 (daum.net)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새뱅이 찌개/신언관

새뱅이 찌개/신언관 가을 일 끝나고 얼음 얼기 전 이맘때 댕댕이넝쿨 바구니와 얼기미 들고 마른 억새 된서리 헤치며 논둑 따라 둠벙에 가면 방개가 저쪽 끝으로 도망가고 송사리 떼가 새까맣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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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뱅이 찌개 / 신언관

가을 일 끝나고
얼음 얼기 전 이맘때
댕댕이넝쿨 바구니와 얼기미 들고
마른 억새 된서리 헤치며
논둑 따라 둠벙에 가면
방개가 저쪽 끝으로 도망가고
송사리 떼가 새까맣게 물을 튀기는데
가장자리 슬쩍 훑으면
톡톡 튀는 새뱅이 한 웅큼 올라온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송사리와 새뱅이 한 사발 내기
그리고 쌀방개 몇 마리
금세 바구니 가득 챙겨
젖은 발 시린 줄도 모르고
엄마한테 뛰어간다

열한 살 꽁꽁 언 발
아궁이 앞에서 녹이고 있으면
이듬해 먼 곳으로 가버린 엄마는
빨간 새뱅이찌개를 만든다


새뱅이찌개 새뱅이찌개. 혼자 중얼거리는데 기분이 좋아지네요. 음식 이름을 듣고 시가 좋아지기는 백석의 시 ‘국수’ 이후 처음입니다. ‘국수’를 읽고 있으면 내가 조선 사람이라는 의연한 자부심이 들지요. 새뱅이는 민물새우입니다. 어린 시절 고무신으로 새뱅이를 잡고 놀았지요. 새뱅이는 작고 귀엽고 살빛이 사랑스럽습니다. 새뱅이를 생각하니 나도 엄마 생각이 납니다. 새뱅이는 이 땅의 산하에 이 땅의 어머니들이 풀어놓은 하고많은 그리운 우리들의 얼굴인지도 모릅니다.


곽재구 시인ㅣ서울신문 2022.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