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인공지능은 좌·우뇌 구분 없어.. 디지털 혁명의 시대 정신은 균형과 통합 (daum.net)
인간 뇌는 비대칭.. 좌뇌는 언어·논리, 우뇌는 예술·직관 우수
AI 학습결과 이념적 좌우 나타난다면 편향된 데이터 입력 때문
알파고가 인간 넘어선 비결, 1202개 CPU의 소통과 협동 덕분
인간의 뇌는 좌우가 ‘비대칭’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신경생물학자인 로저 스페리(Roger Wolcott Sperry) 박사는 실험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두뇌가 ‘좌뇌(左腦)’와 ‘우뇌(右腦)’로 분리되며 서로 기능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뇌전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좌뇌와 우뇌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두뇌 영역인 뇌량을 수술적으로 분리했다. 뇌량 분리 수술을 받은 환자의 뇌는 좌뇌와 우뇌의 연락이 서로 끊어진다. 이렇게 좌우가 분리된 상태에서 뇌 기능 연구를 수행하면, 좌뇌의 기능과 우뇌의 기능을 구분해서 찾을 수 있게 된다. 그의 연구로 좌뇌는 주로 언어와 논리 기능이 우수하고, 우뇌는 주로 예술과 직관 기능이 우수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의 정치 이념도 좌우 비대칭이다. 좌우로 나누어지며 서로 치열하게 대립하기도 한다. ‘좌파’와 ‘우파’라는 단어는 프랑스 혁명 때 처음으로 등장했다. 프랑스 혁명은 권력을 절대 왕권과 귀족에서 시민에게 넘긴 역사적 혁명이다. 특히 인권선언을 통하여 주권재민, 사상의 자유, 법 앞의 평등, 재산과 투표 그리고 과세의 평등, 소유권의 신성함 등 민주사회 질서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였다. 이때 프랑스 국민공회의 의장석을 기준으로 왼쪽에 급진적 변화를 주장하는 좌파가 자리 잡았고, 오른쪽에 온건파인 우파가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지금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은 좌우가 같은 ‘대칭적’이다. 인간의 두뇌나 정치 이념과는 달리 좌우 구분이 없다.
◆ AI 구조·알고리즘 좌우 구분 없어
인공지능 컴퓨터는 구조적으로 좌우 구분이 없다. 알고리즘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의 학습과 판단을 담당하는 고성능 그래픽 프로세서(GPU) 좌우에는 고대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가 대칭으로 설치된다. 이에 더해서 기능적으로도 인공지능 컴퓨터는 인간의 좌뇌와 우뇌의 장점을 ‘통합적(統合的)’으로 동시에 가진다. 그동안 컴퓨터는 인간 좌뇌의 역할을 잘 해오고 있었다. 수학적 계산과 논리 그리고 데이터 분석 작업을 빠르고 정확히 수행해왔다. 여기에 더해서 최근에는 인공지능 컴퓨터에서 우뇌의 영역인 창조력과 직관 능력 그리고 예술적 소양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 컴퓨터에는 좌뇌 우뇌 분리는 없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현한 인공지능망(Deep Neural Network) 자체도 좌우가 같은 대칭이다. 인공지능망의 데이터 입력은 수학의 벡터 형태를 띤다. 벡터는 디지털 숫자의 집합이다. 그리고 학습과 판단 과정에서 수많은 벡터와 행렬의 곱셈이 일어난다. 그리고 인공지능망의 최종 출력은 확률 함수가 된다. 여기서 사용되는 선형대수, 미분과 확률 수학에는 좌우가 없다. 좌우 대칭적이다. 특히 학습 과정에서 수학의 미분 방정식이 사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단지 오차 함수의 그래프 미분 기울기만 따라갈 뿐이다.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학적 작업일 뿐이다. 애초에 수학에는 좌우 구분이 없다.
인공지능의 학습 결과가 이념적으로 좌우로 갈린다면 그것은 오직 인간의 좌우 편향성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학습 결과는 인간이 선택한 학습 데이터와 학습에 사용되는 가치함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공지능에 주는 가치로 ‘승률’, ‘이익’ 또는 ‘효율’을 선정하면 그 가치함수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은 학습된다. 인간이 그렇게 강요할 뿐이다.
반도체 메모리도 좌우 대칭이다. 그중에서 디램(DRAM)은 빅데이터 저장에 필수 부품이면서 동시에 인공지능 계산 능력을 좌우한다. 미래에는 공기 속 분자나 지구상 모든 생물의 유전자 숫자만큼 그 수요가 증가한다. 디램을 설계할 때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 배열(Cell Array)을 반도체 좌우에 균형 있게 대칭적으로 배치한다. 그리고 공통으로 사용하는 회로를 중앙에 배치한다. 공통 회로로는 데이터 입출력 회로, 전력 공급 회로, 테스트용 회로가 있다. 균형과 대칭, 그리고 규칙성과 반복성은 반도체의 안정적 동작과 최고의 성능을 보장한다. 좌우 균형을 갖춘 반도체 설계 도면은 그 자체가 시각적으로 아름답다. 반도체 설계에서도 미학(美學)이 추구된다.
◆ 데이터 통신도 균형·대칭으로 연결
인공지능 컴퓨터나 반도체 사이에 주고받는 고속 디지털 데이터 통신에도 균형과 대칭 원리가 사용된다. 전기 배선으로 디지털 신호 ‘1′을 보낼 때, 바로 옆에 전기 배선을 대칭으로 추가 설치하고 디지털 신호 ‘0′ 을 동시에 같이 보낸다. 물리적 배선도 대칭이고 신호의 논리적 상태도 대칭이 된다. 이렇게 ‘1′과 ‘0′을 바로 옆에 동반하고 대칭을 이루는 쌍으로 만들어 보낼 때 비로소 데이터를 빛의 속도로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를 차동신호(Differential Signaling) 통신이라고 부른다. 알파고에서 사용한 1202개의 중앙 처리 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도 이와 같은 대칭적 신호 방식으로 소통하고 연결되고 협동하였다. 그 협력의 결과로 바둑에서 인간을 이겼다.
프랑스 혁명에서 시작한 좌우의 이념적 극단 대립은 그 시효가 끝나가고 있다. 디지털 혁명에는 좌우 구분이 없다. 균형과 통합 그리고 이에 기초한 혁신이 우리 사회의 미래 전진 방향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ㅣ조선일보 2022.03.16
/ 2022.06.0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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