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임의진의 시골편지] 시고르 자브종

푸레택 2022. 5. 16. 17:38

[임의진의 시골편지] 시고르 자브종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시고르 자브종

[경향신문]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각본집을 들썩거렸더니 개가 꼬리춤. “개가 뭔가를 쳐다보며 연신 꼬리를 흔들고 있다.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면, 더욱 흥분해서 꼬리를 흔든다. 껑충껑충

news.v.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 시고르 자브종 / 임의진 목사·시인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각본집을 들썩거렸더니 개가 꼬리춤. “개가 뭔가를 쳐다보며 연신 꼬리를 흔들고 있다.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면, 더욱 흥분해서 꼬리를 흔든다. 껑충껑충 뛰기도 한다.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황금빛 저녁 햇살이 빛나는 버스 차창 밖으로 뜀박질 경주하듯 달리는 아이가 보인다.” 강아지도 아마 뒤따라 달음박질 중이겠지.

영화에 나오는 시골개처럼 두리번거리면서 봄밭의 할매들을 관찰한다. 마당 아래 빙 둘러친 견치돌 옹벽이 있는데 해마다 할매들이 돌틈에 호박 구덩이를 만들어 내 꽃밭과 마당까지 호박 넝쿨이 범람해. 잔디와 돌틈 철쭉나무들을 싹 덮어 죽게 만들고, 호박 한 덩어리 먹어보라 주지도 않음. 문제의 할매에게 올핸 호박을 다른 데다 심으라 했더니 흥분하여 껑충껑충. 20년을 살았건만 아직도 몽니와 텃새다. 연고 없이 찾아온 시고르 자브종, ‘시골 잡종견’ 취급. 꼬리를 내리길 바라는 눈치련만, 나도 더는 이렇게 못살겠다.

집 앞에 울타리가 없다보니 풀어서들 키우는 시고르 자브종 개들과 고양이가 자유자재 마당에 쳐들어와 똥을 싸고 간다. 주민들도 그래. 돌 옹벽에다 켜켜이 농사 비닐과 독한 농약병을 쑤셔 넣고 흙조차 새까매. 얼마간의 땅을 농로로 사용하라 내줬건만 돌아오는 것은 농약병과 비닐 쓰레기더미, 비료 적재소. 아! 나도 용산으로 이사 가고 싶어라. 뭐 그래봤자 서울에선 거지 신세. 알고 보면 거지가 외식을 가장 많이 한다덩만, 감미료 과다의 서울 외식은 싫고 말이지. 영화에선 문화원 ‘김용탁 시인’이 강의를 해. “시를 쓴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에요. 아시겠어요?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들, 이 일상의 삶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 이보슈 시인이여! 세상 참 순하고 착하게 사시옹. 일상의 아름다움도 곁에서들 협조해줘야 가능한 노릇이지. 일상의 행복도 그래. 신문 방송에 나오는 정치인들이 도와줘야 하는 법. 주변에서들 테레비 안 본 지 꽤 되었단다. 봄 이사철이라 그런지 왼통 이사 얘기뿐.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22.03.24

/ 2022.05.16(월)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