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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과학의 최전선, 궁극의 질문들] (6) 160년 전 ‘종의 기원’서 BTS 팬덤 분석 가능한 ‘문화진화’ 언급

푸레택 2022. 4. 26. 10:41

<21세기 과학의 최전선, 궁극의 질문들>160년전 '종의 기원'서 BTS 팬덤 분석 가능한 '문화진화' 언급 (daum.net)

 

<21세기 과학의 최전선, 궁극의 질문들>160년전 '종의 기원'서 BTS 팬덤 분석 가능한 '문화진화' 언

⑥ 다윈 ‘진화론’ 지금도 과학의 최전선일까?뉴턴 역학이 상대성 이론에 대체되듯 과학도 영원하지 않지만 다윈 진화론은 진화발생학·선택적 단위 논쟁 등 촉발하며 새로운 전성기 맞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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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과학의 최전선, 궁극의 질문들] 160년 전 ‘종의 기원’서 BTS 팬덤 분석 가능한 ‘문화진화’ 언급

⑥ 다윈 ‘진화론’ 지금도 과학의 최전선일까?

뉴턴 역학이 상대성 이론에 대체되듯 과학도 영원하지 않지만
다윈 진화론은 진화발생학·선택적 단위 논쟁 등 촉발하며 새로운 전성기 맞아
생물학 분야 넘어 사회영역까지 색다른 관점과 분석의 틀 제공
최근엔 문화 본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야심 찬 시도 진행 중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태어나서 자라고 죽는다. 1500년 묵은 프톨레마이오스 천문학도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뒤집혔고, 300년 이상을 호령하던 뉴턴 역학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으로 대체됐다. 160년 전 인류 지성사의 변곡점을 찍은 ‘종의 기원’(1859년)도 언젠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교체될 것이다.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은 아직 건장하다. 아니 생산적 논쟁을 촉발하고 있는 전성기다. 그렇다면 과학의 최전선에서 다윈의 자리는 어디일까?


우선 다윈이 우리에게 준 선물로 시작해 보자.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진화의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한 주요 메커니즘으로서 자연 선택을 내세웠다는 점이다. 그는 이 선택 과정을 통해 개체 간의 차등적인 생존과 번식이 일어나며 그로 인해 생명이 진화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하나는 생명이 마치 나뭇가지가 뻗어 나가듯 진화한다는 사실을 밝혀 준 데 있었다. 우리는 이를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라 부른다. 자연 선택 이론도 그렇지만 생명의 나무 이론도 전통적인 생명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독창적인 이 두 개념 덕택에 드디어 우리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놀라운 다양성과 기막힌 정교함을 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즉 다윈은 생물의 세계에 대한 인류의 문맹을 퇴치해줬다.

이런 혁명만으로도 고마운데, 지난 160년 동안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뿐만 아니라 다른 자연 과학 및 사회 과학 영역에까지 새로운 관점과 분석의 틀을 제공해 왔다. 많지만 크게 세 가지만 보자. 첫째는 이타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다. 다윈은 동물의 이타적 행동을 집단의 관점(집단을 위한 희생)으로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할 수 없었던 그의 후예들은 유전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풀었다. 진화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의 포괄 적합도 이론의 세례를 받은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이기적 유전자》(1976년)에서, 이타적으로 보이는 동물의 협동 행동이 유전자의 관점에서는 ‘이기적’일 수 있음을 보여 주었고, 인간도 결국 ‘유전자의 운반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타성의 진화 문제를 둘러싼, 이른바 ‘선택의 단위 논쟁’이 아직 깨끗이 정리되지는 않은 듯하다. 물론 주류 진화학자들은 포괄 적합도 이론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아주 최근까지도 다수준 선택 이론과 같은 집단 선택 이론을 제시하는 진영이 등장하고 있다. 만일 다윈이 살아 있다면, 어디에 손을 들어 줄까?

둘째, 진화학자들은 현대 발생학의 도움으로 발생 메커니즘의 진화를 새롭게 이해하기 시작했다. 사실 ‘근대적 종합(Modern Synthesis)’이나 ‘신다윈주의(Neo-Darwinism)’로 불리는 1940년대 진화론은 반쪽짜리였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하나의 세포(수정란)가 어떻게 개체로 자라는지, 그리고 그런 발생 메커니즘 자체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에 관해 별다른 관심과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발생을 조절하는 유전자들의 정체가 속속 밝혀지기 시작한 1980년대에 들어서서야 진화와 발생의 진정한 종합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 둘의 만남을 통해 태어난 새로운 분야가 바로 ‘이보디보(evo-devo·진화 발생학의 애칭)’다. 이보디보의 가장 극적인 성공은 아마도 호메오박스(homeobox)의 발견일 것이다. 발생학자 에드워드 루이스는 1940년대부터 초파리의 체절 형성을 조절하는 호메오 유전자(homeotic genes)를 연구했었는데, 1970년대 후반기에 이르러 그 염기 서열(호메오박스)이 밝혀졌다. 그 이후로 연구자들은 이 호메오박스(180개의 염기로 구성된 특정 DNA 사슬)가 초파리의 모든 세포 내에서 전사(tranion) 과정의 스위치를 정교하게 작동시킴으로써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마스터 스위치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루이스 등은 호메오박스 유전자를 발견한 공로로 1995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똑같은 호메오박스들이 초파리뿐만 아니라 심지어 쥐와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초파리의 발생 과정에서 배아의 전후 축을 결정하는 염기 서열은 포유류의 척추와 골격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에도 같은 형태로 보존돼 있다. 즉 유사한 염기 서열이 계통적으로 동떨어진 종에서도 매우 유사한 기능을 하게끔 보존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Pax6 유전자는 더욱 흥미롭다. 눈(eyes) 발생을 조절하는 유전자는 척추동물에서는 Pax6고 초파리의 경우에는 Eyeless이다. 물론, 곤충의 눈은 겹눈으로서 척추동물의 눈과는 구조, 구성 재료, 그리고 작동 방식에서 엄청난 차이를 갖고 있다. 그런데 만일 초파리의 Eyeless 유전자를 생쥐의 배아에 이식시키거나 반대로 생쥐의 Pax6를 초파리의 배아에 이식시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놀랍게도 두 경우에 모두 정상적인 눈이 발생한다. 즉 생쥐의 배아에서는 생쥐의 눈이, 초파리의 배아에서는 초파리의 눈이 정상적으로 발생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Pax6와 Eyeless 유전자가 배아 발생의 꼭대기에서 미분화된 세포의 운명을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Pax6 유전자를 발견하는 데 공헌한 발생학자 발터 야코프 게링은 이런 유형의 유전자를 ‘마스터 조절 유전자’라고 명명했다. 곤충과 척추동물의 심장 발생을 동일한 방식으로 관장하고 있는 tinman 유전자도 그런 마스터 조절 유전자 중 하나다.

이것은 다윈이 살아 있다면 크게 반길 만한 발견이다. 그는 ‘종의 기원’에서 생존 조건 법칙과 ‘유형 통일(unity of type)’ 법칙으로 생명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후자에 대해서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보디보는 생명의 보편성을 비슷한 레고 블록(혹스 유전자)으로 공유하고, 그 블록들을 여러 방식으로 쌓는 과정을 통해 다양성을 모두 다 잘 설명한다. 게다가 이보디보는 거대 규모 진화의 경우 유전자의 빈도 변화보다 발현 방식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해 줬다.

셋째, 다윈 진화론이 만든 과학의 최전선에는 문화 진화론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는 과학적으로는 온전히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인간 현상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최근에 ‘문화 진화론’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의 본성과 전승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보려는 시도들이 야심 차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 진화론자의 물음은 크게 두 부분, 즉 문화 능력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과 문화 패턴과 전달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현재 다양한 이론들이 경합을 벌이는 중이다. 그중 적응주의 이론은 인간의 마음을 수렵 채집기에 적응된 정신 기관으로 보고 문화는 그런 마음이 발현된 결과로 이해한다. 이중 대물림 이론은 인류의 젖당 내성이 문화(낙농업)와 유전자(내성 유전자) 둘 다에 의해 증가한 사례를 통해 문화가 유전자 변화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원인도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런 이론들이 대체로 생물학적 적합도의 관점에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면 밈(meme, 문화 전달자) 이론은 그것과는 독립적으로(또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밈의 행동에 주목한다. 가령, 종교와 이념은 때로 사람들을 희생시킴으로써 자신의 밈적 적합도를 높인다. 어쨌든 유력한 문화 진화론이라면, ‘한국의 방탄소년단(BTS)이 어떻게 전 세계 팬덤을 만들었는가?’와 같은 구체적 질문에 대해서도 과학적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신기하게 《종의 기원》에는 문화 진화에 관한 언급도 있다. 다윈은 말미에 인간의 산물도 생존 투쟁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대상들, 즉 고등 동물이 만들어낸 것들도 이 법칙들의 직접적 결과물로서 자연의 전쟁 및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21세기 과학의 최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이러한 새로운 발견과 논쟁들이 160년 전의 《종의 기원》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ㅣ문화일보

■ 용어설명

이보디보 = 진화 생물학의 역사에서 1940년대의 ‘근대적 종합’은 사실상 종합이 아니었다. 발생학을 뺀 채 진화를 이해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독일 중심의 발생학(embryology)은 미국 중심의 초파리 유전학에 밀려 비과학적인 분야로 간주됐고 결국 배제됐다. 이보디보는 진화 발생학(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의 줄임말(evo-devo)로서, 1970년대에 분자 생물학의 세례를 받은 새로운 발생 유전학의 출현을 진화 생물학자들이 진지하게 수용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통섭적 분야다.


혹스 유전자 = 혹스 유전자는 동물의 배아 발생에서 전후 축이나 체절의 특성을 결정하는 것처럼 발생 과정에서 중대한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뜻한다. 혹스 유전자의 염기 서열은 다른 혹스 유전자의 염기서열과 구별되며 분리 가능하다. 예를 들어, 초파리의 Antennapedi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더듬이 자리에 엉뚱하게 다리가 발생한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는 손상이 생기지 않는데, 이는 혹스 유전자가 체절 부속기관의 발생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른 혹스 유전자와는 분리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2022.04.26(화)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