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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의 행복 심리학] (6) 네가 가진 것에 내 행복을 맡길 건가 (2022.03.31)

푸레택 2022. 3. 31. 22:34

[이용범의 행복 심리학]네가 가진 것에 내 행복을 맡길 건가 (daum.net)

 

[이용범의 행복 심리학]네가 가진 것에 내 행복을 맡길 건가

가톨릭 신부의 이웃에 랍비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랍비는 최신 모델의 자동차를 세차하고 있는 신부를 만났다. 랍비가 신부에게 다가가 물었다. "신부님, 무얼 하고 계십니까?" 신부가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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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 소설가

[이용범의 행복 심리학] 네가 가진 것에 내 행복을 맡길 건가

가톨릭 신부의 이웃에 랍비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랍비는 최신 모델의 자동차를 세차하고 있는 신부를 만났다. 랍비가 신부에게 다가가 물었다. "신부님, 무얼 하고 계십니까?" 신부가 으스대며 대답했다. "보면 모르겠소? 세례 중입니다." 이튿날 랍비는 집안의 돈을 모두 끌어모아 고급 승용차를 구입한 후 정원용 가위로 자동차의 배기 파이프를 자르기 시작했다. 신부가 그 모습을 보고 랍비에게 물었다. "무얼 하고 계십니까?" 랍비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보면 모르겠소? 할례 중입니다."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깨달음을 얻은 성자가 자신보다 위대한 성자가 출현했음을 알았을 때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웃집 남자에 대한 질투가 굶주림보다 덜 고통스럽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타인의 행운에 행복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면서 불행을 느낀다. 때로는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고소함을 느끼기도 한다. 남의 불행을 기뻐하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남이 잘 되는 꼴을 보고 배 아파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심성인 듯하다.

우리가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는 사람은 먹고 마시고 추위를 피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곳에는 유명 브랜드의 옷이나 자동차, 크고 아름다운 저택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아줄 사람이 없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으면 값비싼 소유물의 가치는 사라진다. 사람들은 타인의 현재를 자신의 현재와 비교하고, 타인의 미래를 자신의 미래와 비교한다. 특히 궁핍의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 비해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우리는 내일 아침거리 때문이 아니라 이웃보다 더 잘살지 못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것이다.

2010년 파리경제대학원 연구팀이 유럽 24개국 1만9000여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노동자의 4분의 3이 자신과 타인의 수입을 비교하며 살아간다. 이들이 비교하는 대상은 직장 동료 38.93%, 가까운 친구 14.94%였다. 우리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사실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수록 더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불행한 사람의 위치에 자신을 올려놓고 타인과 비교하기 때문에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법이 없다. 부러움은 인생의 패배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과시하는 데 여념에 없다. 남보다 돋보이려는 충동은 쓸모없는 데 돈을 낭비하는 행위로 이어진다.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당신의 연봉이 5만달러이고 다른 사람들은 2만5000달러인 사회. 둘째, 당신의 연봉이 10만달러이고 다른 사람들은 20만달러인 사회. 두 개의 선택지 중 어느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이 질문은 경제학자 사라 솔닉(Sara Solnick)과 보건학자 데이비드 헤먼웨이(David Hemenway)가 하버드 공공대학원의 교수, 학생, 교직원 257명에게 던진 것이다. 짐작했겠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실제 연봉이 절반에 불과한 첫 번째 사회에 살고 싶어 했다.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소득이 아니라 남의 소득이다. 남보다 많은 소득이 진정한 구매력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효용의 가치 역시 부의 절대량이 아니라 변화량에 의해 결정된다. 가령 연봉이 5000만원에서 4000만원으로 감소한 사람보다 1000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증가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의 소득이 동시에 같은 비율로 증가하더라도 행복은 증가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여러 연구는 소득 증가가 행복지수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소득이 증가해도 당신 주변의 누군가는 더 많은 소득을 올리기 때문이다.

솔닉 연구팀은 질문을 약간 바꾸었다. 첫째, 당신에게 2주의 휴가가 주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1주의 휴가가 주어지는 사회. 둘째, 당신에게 4주의 휴가가 주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8주의 휴가가 주어지는 사회. 이번에는 다수의 사람들이 두 번째 사회에 살고 싶어했다. 소득은 상대적 비교가 중요하지만 여가는 절대량이 중요하다. 휴가나 취미처럼 주관적인 삶의 질은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2006년 심리학자 에드 디너(Ed Diener)는 인도 콜카타의 노숙자들과 미국 도시의 노숙자 168명을 인터뷰해 이들의 행복감을 비교했다. 인도 노숙자의 수입은 한 달 평균 24달러였고, 미국 노숙자의 수입은 270~358달러로 10배 이상 높았다. 하지만 인도 노숙자의 행복지수가 미국 노숙자들에 비해 높았다. 인도인들에게 가난은 치욕이 아니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교는 행복과 불행의 원천이다. 상어가 사는 바다에서 정어리로 살기보다 피라미들이 사는 연못에서 잉어로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 즉 대기업에서 가장 적은 5만달러를 받는 것보다 작은 회사에서 가장 높은 3만달러를 버는 것이 낫다. 상어를 부러워하면서 몸집을 키우려 애쓰는 것은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비교가 늘 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비교를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 때로 비교는 자기 성장의 동력이 된다. 타인과 비교해 큰 차이를 느낄 때 뇌의 복측 선조체(Ventral Striatum)가 활성화된다. 이 부위는 보상을 얻을 때 쾌감을 느끼는 보상 회로의 일부다. 보상 회로는 곧 욕망의 회로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남보다 좋은 상태에 있을 때 쾌감을 느끼고, 남보다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고군분투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

비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뇌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상태에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자신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은 타인의 상태다. 자연은 우리에게 타인보다 나은 상태에 있을 때 행복을 느끼고, 나쁜 상태에 있을 때 불행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며칠을 굶주린 사람도 고문을 당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상대적으로 행복하다.

타인과 비교할 때의 문제점은 늘 자기 관점에서 남을 평가하는 것이다. 같은 떡이라도 남의 손에 있는 것을 더 크게 평가하는 것이다. 1998년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학생들과 미국 중서부 내륙지방에 사는 학생들의 행복 지수를 비교했다. 대개 사람들은 1년 내내 기후가 온화한 캘리포니아 학생들이, 겨울이면 폭설에 갇혀 지내는 미시간이나 오하이오 학생들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 두 지역에 사는 학생들의 행복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판단 오류는 특정한 요소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초점 두기 착각(focusing illusion)'에서 비롯된다.

비교는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자신을 늘 낮은 위치에 놓고 타인을 부러워하는 부정적 비교는 자신감을 잃게 할 뿐 아니라 무력감과 불안감을 안겨 준다. 2008년 네덜란드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0.11초 동안 아인슈타인의 사진을 본 학생들이 우스꽝스러운 광대 사진을 본 학생들에 비해 자신의 지능을 낮게 평가했다. 무의식적으로 아인슈타인과 자신을 비교했기 때문이다. 비교를 통해 불행을 느끼는 사람은 자존감도 낮다. 2015년 반 데이크(van Dijk) 연구팀이 대학생 7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자존감이 낮은 학생일수록 잘난 인간에게 더 많은 질투심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의 비법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것이다. 타인의 행복을 보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결코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남보다 행복해지기 위해 애쓸 것이 아니라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글=이용범 소설가ㅣ아시아경제 2018.11.14

※ 소설가 이용범이 새 연재를 시작한다. 인간 심리의 심연에서 행복으로 가는 길을 탐색하는 인문학 기행. 이용범은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 '유형의 아침'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창작집 《그 겨울의 일지》, 《꿈 없는 날들의 긴 잠》을 냈고 장편소설 《열한 번째 사과나무》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동서양 인문학에 심취해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 《무소유의 행복》, 《1만년 동안의 화두》 등을 썼다. 인간에 대한 절망과 희망을 천착한 그의 《인간딜레마》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 2022.03.31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