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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 일본이여 이 증언을 - 권순자의 '증언 4' (2022.03.24)

푸레택 2022. 3. 24. 13:49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 / 일본이여 이 증언을 - 권순자의 '증언 4' - 뉴스페이퍼 (news-paper.co.kr)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 / 일본이여 이 증언을 - 권순자의 '증언 4' - 뉴스페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 / 일본이여 이 증언을 - 권순자의 '증언 4' 증언 4 권순자 방직공장에 취직시켜줄게 월급이 많아서 재봉틀도 살 수 있어열네 살 소녀는 순진해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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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 일본이여 이 증언을 - 권순자의 '증언 4' 

증언 4 / 권순자

방직공장에 취직시켜줄게 
월급이 많아서 재봉틀도 살 수 있어

열네 살 소녀는 순진해서
일본인을 따라 배를 타고 히로시마로 갔어
벚꽃 만발한 히로시마의 봄은 아름다웠어 
더 어여쁜 시골 소녀는 
돈 번다는 희망에 따라갔어

배에서 내린 곳이 라바울 일본군 위안소였어
온몸으로 반항했으나 죽도록 맞았어
감시는 엄했고 자유는 없었어
낮이고 밤이고 군인들이 수십 명 줄을 서곤 했어
괴롭고 아픈 노예 도망칠 수 없는 노예

폭격이 심해지자 동굴 안에 대피시켰어
정글 속으로 도망쳤어

전쟁이 끝나도 집에 가지 못했어
병이 너무 심했어 
도시에서 돈 벌어 치료했어
나는 죽어도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야겠어
한창 고운 나이에 피멍 들고 병든 내 몸,
황폐해진 내 정신을 배상받아야겠어.

―『천개의 눈물』(포엠포엠, 2015)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23) / 일본이여 이 증언을 - 권순자의 '증언 4'

<해설>


권순자 시인의 『천개의 눈물』은 시 전편이 일본 군대에 위안부로 끌려가 끔찍한 고초를 겪은 이 나라 소녀들의 고통을 그린 기념비적인 시집이다. 영역과 일역 시도 함께 실려 있다. 시의 내용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에 대한 증언이다. 어린 소녀들이 일본의 거짓말에 속아 끌려가서 성의 노예가 되어 장기간 온몸을 유린당했다. 

일본은 이에 대해 오랫동안 사실 자체를 부인하더니 유엔 등 전 세계가 비난을 하자 돈으로 해결하려 들었다. 시인은 증언과 고발을 통해 할머니가 된 이들의 깊은 상처에 호호 입김을 불고 있다.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절대로, 일본인의 손에 끌려가 고통받은 그분들을 잊어선 안 된다. 외면해서도 안 된다. 시인으로서 후손 된 도리를 다하고자 한 권순자 시인의 증언과 고발 및 사과 촉구에 마음을 보탠다. 어린 소녀들에게 지옥을 선사한 이들의 아들 세대가 지난 박근혜 정권의 잘못된 결정인 위안부 합의를 우리가 파기했다고 난리를 쳤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시인의 외침도 외면하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385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열렸다. 독일은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를 여러 차례 했는데 일본은 자기네들이 일으킨 전쟁터로 끌고 갔던 소녀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고 이제는 군국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애쓰고 계시는 분들에게 고개 수그려 인사를 드린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 뉴스페이퍼 2019.05.07

/ 2022.03.24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