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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딸깍발이] 국가는 발전했는데 나는 왜 제자리일까 (2022.03.24)

푸레택 2022. 3. 24. 12:28

[남산딸깍발이]국가는 발전했는데 나는 왜 제자리일까 (daum.net)

 

[남산딸깍발이]국가는 발전했는데 나는 왜 제자리일까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부자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은 절대 안된다며 손사래를 치는, 전세계에서 수백만 권이 팔렸다는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강의에 주먹감자를 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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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딸깍발이] 국가는 발전했는데 나는 왜 제자리일까

작년 국가빈곤율 17.5% OECD국가 중 5번째
경제적 성과 불평등 분배, 상대적 빈곤 확대로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부자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은 절대 안된다며 손사래를 치는, 전세계에서 수백만 권이 팔렸다는 '경제학' 교과서의 저자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강의에 주먹감자를 날리며 집단 퇴장했던 하버드 대학생들처럼 '당신은 틀렸다'라고 말하라." 지옥같은 취업전쟁, 헬조선, 금수저와 흙수저, 빈곤의 세습, 이런 단어들이 마치 당연한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는 세상을 '직시(直視)'하고, '대면(對面)'하는 데서부터 빈곤 문제 해결은 시작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현실의 문제를 부인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문제를 직시하고 대면한다는 것은 곧 부조리한 현실을 우리 눈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합리화하려는 자들의 거짓논리에 더 이상 속아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권위와 명성에 주눅들지 않고 "당신들은 틀렸다"고 말했다면, 당신은 이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한 것이다.

이제는 경제의 규모가 아닌 구조의 문제 진단, 빈곤의 사정권 갈수록 넓어져 사회문제로

국가는 부유하지만, 국민은 가난하다 = 한국의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 인구)은 2019년 기준 17.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한국보다 빈곤율이 높은 나라는 미국(17.8%), 루마니아(17.9%), 코스타리카(19.9%), 남아프리카공화국(26.6%) 등 네 나라뿐이다. 아이슬란드(5.4%)와 체코(5.6%), 덴마크(5.8%), 핀란드(6.3%) 등은 한국보다 빈곤율이 세 배 정도 낮다.

문제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부유해지고 있지만, 빈곤율은 높아지고 있다는데 있다. 다시 말하면, 국가는 부유하지만, 가난한 국민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빈곤율은 8%선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1999년에는 12.2%까지 치솟았다. 상식적으로 외환위기가 해결됐으면 빈곤율은 낮아졌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09년 빈곤율은 15.4%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계속 오르막이다.

'경제 규모'의 문제 아닌 '경제 구조'의 문제 = 경제 성과의 불평등한 분배로 상대적 빈곤이 커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빈곤의 확대는 '경제규모'의 문제가 아닌, '경제구조'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빈곤은 정부에서 생계비 지원을 받는 수급자 집단의 문제, 즉 고정적이고 정태적인 현상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을 끊임없이 빈곤으로 내모는 힘과 같은 동태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빈곤의 규모도, 빈곤을 낳는 불평등 구조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제 빈곤이라는 이슈는 우리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저소득 가구만의 문제가 아닌, "평균적 삶으로부터 끌어내리려는 힘의 사정권 안에 놓인 서민 대중 모두의 문제"가 된 것이다.

세계은행(WB)의 빈곤 기준선은 하루 생계비 1.9달러다. 하루에 1.9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경우를 '빈곤'하다고 보는 것이다. 최근 환율로 환산해보면 우리 돈 2200원, 한 달에 6만6000원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이 빈곤이다. 이 기준 대로라면 한국에는 결단코 가난한 사람이 없다.

사회보장제도 개혁·실업부조제 도입 필요, 가난에 대한 공감 더 많아져야 빈곤의 완화

빈곤 기준, 한국 사람 일반 생활수준 = 요즘 한국의 빈곤을 논하면서 세계은행의 빈곤 기준선인 한 달 6만6000원을 잣대로 들이대는 것은 어리석은 이야기다. 세계은행의 빈곤선은 굶주림 및 굶주림으로 인한 사망으로부터의 해방을 목표로 하는 저개발국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일뿐이다.

2019년 한국에서 4인으로 이루어진 도시가구의 월 평균소득(처분가능소득 기준)은 약 469만원이다. 따라서 식구가 4명인 어떤 가구의 월 평균소득이 469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234만원 미만이라면 그들의 생활이 얼마나 곤궁할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한국 사람의 빈곤한 정도를 따질 때는 먼 나라, 딴 나라 사람들의 생활상태가 아니라 바로 한국 사람의 일반적 생활수준을 근거 삼아야 한다.

어제 실직해서 내일이 막막한 가장과 500만원 장만이 아득한 딸아이의 등록금 고지서를 든 주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미국에서는 이 시간에도 수천 명씩 해고 당하고 있고, 미국 대학등록금은 더 비싸며, 미국에는 의료보험 없는 사람이 2800만 명이나 된다고 가볍게 던지는 사람들의 언어는 폭력이다.

당신이 던지는 가벼운 말, 당장 힘든 사람에게는 '폭력' =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려니 너무 아프다'는 서민들을, 높은 데서 굽어보며 점잖은 척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인지, 아닌 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저자는 "빈곤 문제가 완화되기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할 줄 아는 시민들의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한국의 빈곤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 개혁, 사회보험의 강화, 실업주조제 도입, 취약층 돌봄서비스 강화, 공공임대주택 공급량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이든 취약층 돌봄서비스 강화든 간에, 그것이 제도로 채택되려면 당연히 반대 여론을 압도하는 다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1964년 존슨 대통령이 '빈곤과의 전쟁'을 선언한 이래 60년 가까운 동안 수조 달러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미국은 전국민의 17%, 5600여만 명이 빈곤선 아래 살고 있다. 60년째 빈곤과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 사회 한쪽에서는 '정부의 복지제도가 빈민들의 의존성만 키워서 빈곤이 박멸되지 않는 것이니 복지정책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찰스 머레이 같은 학자가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런 미국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저자는 "복지국가로 향하는 우리의 앞길이 험난하리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승자독식의 가치관으로 단련돼 온 우리 각자 안의 이기적 욕망"이라고 경계했다.

《빈곤이 오고 있다 : 풍요시대 빈곤지대》 신명호, 1만5000원, 개마고원

글=김종화 기자ㅣ아시아경제 2020.11.06

/ 2022.03.24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