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햇살에 맛있는 음식.. 풍성한 '가을의 맛' [김새봄의 먹킷리스트] (daum.net)
[김새봄의 먹킷리스트] 한낮의 햇살에 맛있는 음식.. 풍성한 '가을의 맛'
브런치 맛집
뉴욕풍의 '에이치마켓'
가정집 개조한 '쉐즈알렉스'
한강뷰의 '메종한남'..
수프와 스테이크부터
파스타·샐러드·디저트까지
눈과 입 행복하게 해줘
여유와 감사함 그 자체
높고 푸른 가을바람이 일렁이는 진짜 가을, 10월이 시작됐다. 청명한 가을바람 냄새를 음미하며 낮의 따뜻한 햇살을 함께 즐기는 식사는 언제나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김새봄의 열아홉 번째 먹킷리스트는 가을을 오롯이 느끼기 좋은 ‘브런치 맛집’이다.
# 명불허전 브런치 핫플레이스 청담동
내로라하는 유명 브런치 맛집들이 집중된 청담동. ‘마제스티 타바론 티라운지’는 청담 한복판 건물 꼭대기, 강남과 강북이 모두 보이는 탁 트인 라운지를 보유하고 있는 낭만적인 공간이다. 차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차를 접목한 음식도 즐길 수 있다. 각종 디저트부터 피자, 파스타에 이르기까지 모든 메뉴에 차를 우려 응용한 아이디어가 정말 특별하다.
‘루이보스 트러플 겐마이 뇨끼’는 브런치 메뉴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소고기를 루이보스티에 재워 소스를 만들고 듬뿍 넣은 트러플오일과 트러플로 풍만한 향을 완성했다. 포인트로 들어간 감자 뇨끼는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노란빛이 아니고, 겐마이차(일본식 현미녹차)를 넣어 진한 녹색빛이다. 씹을수록 고소하며 겐마이차 특유의 녹차 맛이 풍긴다. 전복죽을 상기시키는 풀빛 리소토에 몽글몽글 피어난 화이트 폼, 온센타마고 그리고 뇨끼를 조심스레 비벼 한입에 넣는다. 수란이 톡 터져 리소토와 어우러지면서 부드러운 공동체를 형성한다. 한 입 맛보면 음식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다른 그릇으로 수저를 옮기기 어려운 중독성 깊은 맛이다.
청담동 영동고등학교 건너편 대로변, 의외의 장소에 위치한 카페 ‘에이치마켓’. 회색빛의 건물숲 속 갖가지 식물들로 생기 있게 꾸며진 건물에 행인들의 눈길이 머무른다. 건물을 에워싸고 있는 오픈테라스에 앉아 브런치에 음료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 자연스레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카페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전문 푸드스타일리스트의 손길로 가게 구석구석 빈티지함과 세련됨이 공존한다. 마치 뉴욕과 브루클린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듯하다. 미국으로 여행가 번잡한 카페에서 첫 끼를 해결하는 듯한 설렘이 느껴지는,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생 과육을 통으로 반 갈라 꽂아주는 리얼 망고주스는 카페를 찾는 여성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보울을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듯한 모양의 푸짐한 수프 또한 인기가 많다. 시원한 바람이 일렁이는 테라스에서 푸짐하게 넘쳐 흘러내리는 뜨끈한 수프를 크게 한 스푼 퍼먹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정원, 가정집을 개조한 브런치카페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는 왠지 잘 상상되지 않는 선정릉역 인근 골목 안쪽의 ‘쉐즈알렉스’. 원래 개인의 단독주택이었던 곳을 브런치카페로 개조한 곳이다. 가게 구석구석 조명이며 테이블, 의자 하나하나 여백과 빈티지를 살린 디테일과 감각에 음식도 먹기 전에 갤러리를 구경하는 듯 기분이 좋아진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런 날씨에는 잔디 정원으로 꼭 나가 브런치를 즐겨야 한다.
샐러드 하나도 예사롭지 않은 쉐즈알렉스. 로메인을 통으로 사용한 ‘로메인 샐러드’는 초록빛이 만발하며 생동감이 넘친다. 여러 종류의 견과류와 개성 있는 소스를 무심하게 뿌려냈는데 맛과 향이 기가 막히다. 얼핏 보면 별거 아닌 재료들로 구성한 것 같지만 결과물은 쉐즈알렉스 자체의 분위기처럼 센스와 스타일리시함이 묻어난다. 테이블마다 하나쯤은 주문하는 ‘한우 우설 꽈리고추 샌드위치’는 쉐즈알렉스 베이커리에서 직접 굽는 바게트에 치미추리 소스로 맛을 잡아 인기가 높다. 유러피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원재료 속에서 향긋한 꽈리고추를 넣은 위트가 돋보인다.
# 직접 마주하는 한강뷰에서 맞는 여유로움
한강 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최적의 브런치 나들이 장소 ‘메종한남’. 멀리 동호대교를 배경으로 한강 바람을 직접 마주하는 동안은 물만 마셔도 여유와 감사, 행복 그 자체다. 호불호가 없는 캐주얼 이탈리안 음식들을 프랑스의 유명 명품브랜드 에르메스 접시에 담아 서빙해 ‘눈호강 브런치카페’로 유명해졌다. 메종한남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메뉴는 ‘트러플 크림파스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밸런스의 크림파스타에 트러플을 아낌없이 갈고, 치즈를 눈처럼 소복이 갈아 낸다. ‘가든샐러드’ 역시 꾸준히 인기가 많다. 알록달록한 컬러를 잘 살려내 없던 식욕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 불맛을 잘 살린 대하 살과 향긋한 오렌지, 진한 풍미의 리코타치즈는 따로 또 같이, 가을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 가을과 잘 어울리는 클래식 브런치
판교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에 자리 잡은 유러피언 다이닝 ‘마크스(mark’s)’. 본래 압구정에 몇 년간 있다 최근 이전했다. 오픈 초기부터 클래식한 음식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특이한 메뉴보다는 하나의 제대로 된 플레이트를, 진정성 있는 노력과 맛으로 제대로 잘 잡는 곳이다. ‘킥 메뉴’는 경양식 스타일의 오므라이스. 가을 날씨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메뉴다. 8시간 이상의 공을 들여 제대로 진하게 만든 수제 케첩소스와 엄선한 유기농 달걀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오믈렛의 조합은 그 장인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첫 수저를 서슴없이 해내지 못할 만큼 부드러운 모습과 텍스처에 온 시선을 빼앗긴다. 부드럽고 또 부드럽다. 입안에서 녹아 없어진다.
김새봄 푸드칼럼니스트ㅣ세계일보 2021.10.02
/ 2022.03.18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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