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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봄의 먹킷리스트] 오소리감투·뒷덜미살 '쫄깃·고소'.. 자꾸 손이가네 (2022.03.18)

푸레택 2022. 3. 18. 20:18

오소리감투·뒷덜미살 '쫄깃·고소'.. 자꾸 손이가네 [김새봄의 먹킷리스트] (daum.net)

 

오소리감투·뒷덜미살 '쫄깃·고소'.. 자꾸 손이가네 [김새봄의 먹킷리스트]

한국인의 밥상메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돼지고기다. 삼겹살부터 수육, 보쌈, 제육 등 다채로운 버전으로 밥상 고기요리의 중심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다. 오소리감투, 머릿고기, 막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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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봄의 먹킷리스트] 오소리감투·뒷덜미살 '쫄깃·고소'.. 자꾸 손이가네

돼지특수부위 맛집
'산수갑산' 주메뉴 모둠 수육
잡내없고 깔끔한 맛 '술도둑'
'불곱창하우스' 양념 중독성
'당산오돌' 뒷덜미살 꼬들꼬들
'왕왕'의 막창튀김 겉바속촉

한국인의 밥상메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돼지고기다. 삼겹살부터 수육, 보쌈, 제육 등 다채로운 버전으로 밥상 고기요리의 중심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다. 오소리감투, 머릿고기, 막창 등 다양한 특수부위까지 입맛을 즐겁게 한다. 김새봄의 열일곱 번째 먹킷리스트는 ‘돼지 특수부위 맛집’이다.

산수갑산 모둠수육


# 오소리감투·머릿고기·암뽕

40년 된 을지로의 대표적인 노포 ‘산수갑산’은 서울서 돼지 특수부위 모둠 수육으로 이름을 날리는 곳이다. 멀리서부터 노포 아우라 폴폴 풍기는 간판은 지나가던 발길도 사로잡는다. 이곳의 주 메뉴는 순대모듬. 대부분 이 메뉴를 주문하는데 단돈 2만2000원에 각종 부속 고기 수육, 대창 순대, 서비스 순대 국물까지 호사스럽게 누릴 수 있다.

‘암뽕’이라 불리는 돼지 애기보(암퇘지 자궁 부위·새끼보)는 신선하지 않으면 아예 먹을 수가 없다. 쫄깃한 식감에 특유의 향이 있어 초보자가 접하기엔 쉽지 않지만 연하면서 쫄깃한 식감에 한번 빠지면 자꾸만 찾게 되는 매니아틱한 재료다. 더불어 오소리감투와 머릿고기, 돼지 간 등 잡내 없이 깔끔하게 삶은 수육은 술을 저절로 부른다. 대창순대는 소의 재료만 우거지, 파, 순두부, 숙주에 멥쌀, 찹쌀을 갈아서 볶은 살코기까지 수없이 많다. 기계로 순대를 넣을 수 없어 일일이 손으로 반죽하는 정성까지 공을 들인 만큼 깔끔하면서도 풍부한 맛이 일품이다. 윤기 좔좔 흐르는 멥쌀 사이로 녹아든 소는 크리미하게 고소한 맛이 좋다.

구리 불곱창하우스


# 곱창

곱창의 제2 고향이라 불리는 경기도 구리시. 곱창 골목이 빼곡히 형성돼있고 여기에서 난다 긴다 하는 곱창집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구리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을 꼽아보자면 동구릉 앞의 ‘불곱창하우스’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이 방과후 찾아가 저렴한 가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학교 앞 떡볶이집 같이 불곱창하우스는 어른버전 분식집이다. 1인분에 1만원으로 저렴한 ‘연탄불곱창’은 쌈채소와 상추무침, 시원한 동치미를 곁들임 메뉴로 낸다. 곱창은 초벌한 뒤 떡 등과 함께 진한 양념에 버무려 나온다. 양념 빛깔이 어찌나 진하고 고운지 첫인상에 매력적인 루비 빛깔에 매료된다.

연탄불곱창은 중독성 깊은 양념 덕을 톡톡히 본다. 한 점을 맛보는 순간, 단짠의 완벽한 밸런스에 박수를 치게 된다. 물엿을 꽤 넣어 코팅된 듯 반짝이는 곱창은 팬에 익을수록 눌어 불맛이 한층 살아난다. 양념 잘된 작은 곱창 한 점을 입안에 넣어 오물오물 씹고 있자니 너무 아쉬워 상추쌈에 두 개, 세 개씩 올려놓게 된다. 보고 있어도 더 보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고 하던가. 먹고 있어도 더 먹고 싶은 이 존재는 사랑의 연탄불곱창이다.

당산오돌 꼬들살


# 뒷덜미살

돼지 한 마리당 300~400g 정도 얻을 수 있는 희귀한 부위인 꼬들살. 돼지머리 뒷부분인 뒷덜미살을 정형해서 나오는 특수부위다. 꼬들한 식감을 본떠 꼬들살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대표맛집은 당산오돌. 한눈에도 특이한 자태로 둥글게 누워있는 꼬들살은 지방의 분포가 상당하다.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굽고 나면 비계 부위가 사각사각 단단해지면서 오히려 살코기보다 더 재미있는 식감을 낸다.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살코기 부위와 잘 어울려 다채로운 맛을 낸다.

당산오돌의 또 다른 인기메뉴 오돌갈비. 양쪽 갈비뼈 연골 부분을 모아 다진 특수부위로, 양념으로 숙성을 해서 낸다. 각종 과일 등 6가지 재료를 숙성한, 자체 개발 특제 간장소스로 특유의 냄새를 잡았다. 오돌갈비의 진한 감칠맛과 꼬득거리는 식감은 영락없는 술도둑이다. 이 특별한 존재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반찬은 당산오돌의 자랑 묵은지볶음이다. 푹 익힌 김치를 씼고 들기름을 넣어 고소하게 볶았는데, 당산오돌을 찾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식전 반찬으로 한 번, 고기와 곁들이며 한 번 더 리필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기에 새콤달콤한 무생채까지 더해주면 꼬들한 돼지고기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개성을 낸다.

왕왕 막창튀김


# 막창

내로라하는 중식 달인들이 모여 있는 서울 연희동. 화교를 중심으로 내공 있는 중식집들이 발에 차일 만큼 많은 동네다. 연희동 사러가마트 인근에 위치한 왕왕(旺旺).

가격도 저렴하고 식사 종류도 다양해 점심이고 저녁이고 동네 주민 및 회식을 하는 인근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다양한 메뉴 중 ‘막창튀김’이라는 이색적인 요리는 ‘왕왕’을 특별히 기억하기에 충분하다. 잘 손질한 동그란 링 모양의 막창 속에 대파를 넣어 잡내와 기름기를 쏙 빨아들였다.

파와 만난 기름은 향긋한 파기름을 형성해 여운을 준다. 겉은 바삭하게 튀기듯 구워 완벽한 ‘겉바속촉’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씹을수록 막창 특유의 단백질 맛이 도드라진다. 간은 춘장으로 맞추고, 살짝 느끼할 법한 튀김옷은 새콤하게 무친 양파와 오이 냉채로 싹 잡아줘 밸런스가 좋다. 톡 쏘는 겨자 맛이 임팩트를 제대로 준다. 양장피를 함께 먹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신선한 샐러드를 곁들이는 느낌도 든다. 메뉴가 워낙 많다 보니 음식의 플레이팅이나 맛이 조금씩 달라질 때가 있는데 이것마저 노련한 재즈 피아니스트의 엇박 가득 살린 솔로처럼 멋스럽게 느껴진다.

김새봄 푸드칼럼니스트ㅣ세계일보 2021.09.04

/ 2022.03.18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