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8) 어제는 부활절 - 김남조 시인의 ‘막달라 마리아 4’ (2022.03.17)

푸레택 2022. 3. 17. 21:13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8) / 어제는 부활절 - 김남조 시인의 ‘막달라 마리아 4’ - 뉴스페이퍼 (news-paper.co.kr)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8) / 어제는 부활절 - 김남조 시인의 ‘막달라 마리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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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8) / 어제는 부활절 - 김남조 시인의 ‘막달라 마리아 4’

막달라 마리아 4 / 김남조

당신에게선 
손발에 못 박는 소리
아슴히 들립니다

사랑하는 분이 
눈앞에서 못 박혀 죽으신 후
당신 몸에 못 박는 소리와
그 메아리들의
소리 사당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건
고통입니다
고통의 반복 앞에 서는
율연한 공포입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랑입니다

사리(舍利)를 쌓아
태산을 이룰 때까지
선혈을 탈색하여
증류수의 강으로 넘칠 때까지
천지간 오직 변치 않는 건
죽음과 참사랑뿐

하여 당신에게선
어느 새벽 어느 밤에도
손발에 못 박는 아픔
그치지 아니합니다

― 『희망 학습』(시와시학사, 1998)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8) / 어제는 부활절 - 김남조 시인의 ‘막달라 마리아 4’.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해설>

시인 김남조는 제2시집 『나아드의 향유』에서 ‘막달라 마리아 1’이라는 제목으로 연작시의 첫 번째 시를 쓴 이래 지금까지 7번까지 썼다. 두 번째 시가 제9시집 『동행』에, 세 번째 시가 제12시집 『바람세례』에, 4〜7번째 시가 제14시집 『희망 학습』에 실려 있으므로 연작시 7편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이 장장 43년이다. 시인은 이 긴 세월 동안 이 인물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의 세례명이기 때문일까? 

막달라 마리아는 신약성경에 12회나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후세의 평가는 상반된다. 부활한 예수를 처음 목격한 사람으로 성경에 기록되어 있고 예수의 또 다른 제자였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창녀였다는 악평도 있다. 교황 그레고리오 1세는 591년, 루카복음에 나오는 ‘죄인 여자’를 근거로 마리아 막달라가 창녀였다고 강론했다. 이후 1400년 가까이 그녀는 창녀로 간주되었다. 1988년에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사도들의 사도’로 격상시켰다.

마리아와 예수의 만남은 예수가 행한 기적 덕에 이뤄졌다. 죽은 지 나흘이 돼 악취를 풍기던 마리아의 오빠 라자로를 예수가 살려내자 바리사이파 사람들까지 예수를 믿게 되었다. 바리사이파 시몬이 그 일을 축하하며 연회를 베풀었다. 마리아는 인도산 값비싼 향유인 감송유(甘松油)를 가지고 나와 감사의 표시로 예수의 머리에 조금 뿌렸다. 마리아의 돌발적인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예수는 미소를 지었다.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가운데 마리아는 몸을 굽혀 의자에 앉아 있는 예수의 발에 향유를 바르기 시작했고 향기가 집안 가득 퍼졌다. 유다가 소리치며 제지했지만 예수는 감사의 뜻을 그렇게 전하는 마리아의 행위를 용납했다.

마리아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예수의 십자가 임종과 땅으로의 하강, 묘소에 안치되기까지 최후를 지켜본 증인 역할과 부활 후 예수 발현을 최초로 목격한 자로서의 역할이다. 하지만 마리아가 예수의 발에 향유를 발라준 일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를 일반적인 남녀관계로 간주한 작품이 나왔다. 영지주의(靈智主義) 외경 중엔 두 사람을 연인관계로 그린 것이 있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나 록 오페라 <지저스 클라이스트 슈퍼스타>가 이를 따르고 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선 두 사람이 부부였다고 한다.

시를 보면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죽음을 지켜보고, 예수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긴다. 시인은 그녀가 예수를 연모했었다는 것에 흥미를 느껴 여러 차례 시화했던 것이 아니다. 예수의 희생이 어떻게 복음이 될 수 있었는지 독자에게 들려주기 위해 막달라 마리아의 입을 빌렸던 것이다.

<이승하 시인 약력>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나무 앞에서의 기도』, 『생애를 낭송하다』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한밤에 쓴 위문편지』,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등을, 문학평론집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욕망의 이데아』, 『한국 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을 펴냄. 시창작론 『시, 어떻게 쓸 것인가』도 있음.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뉴스페이퍼 2019.04.22

/ 2022.03.17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