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 한겨레] 족보 밑에 숨긴 선언서 발각 직전 정전..위기의 순간들 (daum.net)
[1919 한겨레] 족보 밑에 숨긴 선언서 발각 직전 정전..위기의 순간들
<편집자 주>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독립운동가,
news.v.daum.net
[1919 한겨레] 족보 밑에 숨긴 선언서 발각 직전 정전.. 위기의 순간들
친일 형사 신승희 보성사 들이닥쳐
최린, 5천원 쥐어주며 설득해 모면
이씨 족보로 덮은 수레 속 선언서
일경에게 발각 직전 '천운의 정전'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역사적인 해를 맞아 <한겨레>는 독자 여러분을 100년 전인 기미년(1919)의 오늘로 초대하려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독립운동가, 우리를 닮은 장삼이사들을 함께 만나고 오늘의 역사를 닮은 어제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려 합니다. <한겨레>와 함께 기미년 1919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준비, 되셨습니까? <편집자 주>
![](https://blog.kakaocdn.net/dn/dw1Vsu/btruKjJMLo8/YmKsoEoPXoFr2kgZrqGq1k/img.jpg)
무단통치 총독부 치하에서 상해·경성·동경을 오가며 거대종교를 망라한 두달 동안의 거사 준비가 보안 속에 이뤄졌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거사를 코앞에 둔 지난밤에 두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이를 간신히 모면한 걸 보면 천지신명이 도왔다고 할밖에.
천도교 측 인사들의 전언에 따르면 27일 밤, 종로경찰서 소속의 형사 신승희(40·일명 신철)가 종로(현 조계사 자리)에 있는 천도교 소유의 인쇄소 보성사에 들이닥쳤다. 순찰을 돌던 중 불 꺼진 건물에서 인쇄하는 소리가 나자 이상한 낌새를 느껴 급습한 모양이었다.
인쇄된 선언서를 낚아채 읽던 신승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한다. ‘조선이 독립국임을 선언하노라.’ 주변이 있던 이들은 얼어붙어버렸고 보성사 사장 이종일(61)씨가 달려가 읍소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 일은 멈출 수 없는 일이오. 하루만 봐주시오.” 묵과할 수 없는 사안임을 직감한 신승희는 요지부동. 이종일은 거사의 실무 책임자인 최린에게 급히 연락을 취하였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최린은 손병희 선생으로부터 거금 5천원을 받아 곧바로 신승희를 만났다고 한다. “딱 며칠만 눈감아주게. 민족의 명운이 걸린 일이네.” 돈을 건네는 최린의 간곡한 설득에 신승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가슴을 쓸어내린 이 사장은 인쇄를 서둘러 마친 후 선언서를 자신의 임시 숙소인 경운동 천도교 중앙대교당에 숨겨 놓도록 지시했다. 이 사장과 직원들은 손수레 안쪽에 선언서를 숨기고 그 위로 성주이씨 족보를 덮었다. 보성사에서 경운동까지 가려면 파출소 앞을 지나야 했다. 야심한 시각에 물건까지 실은 손수레를 일경들이 가만둘 리 없었다. “성주이씨 족보”라는 이 사장의 말에도 경찰들은 손수레를 샅샅이 뒤졌고 족보 밑에서 독립선언서가 보이던 순간, 하늘이 도왔는지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고 한다. 하급 경찰이 등잔불을 가져오려고 파출소 안으로 들어가자 상급자가 귀찮은 듯 “그냥 가라”고 했다. 2월 날씨에도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채 경운동 숙소로 들어온 이 사장은 손녀 이장옥(16)양에게 “큰일 날 뻔했다”며 그날 밤의 일을 말해주었다고 한다.
△ 참고문헌 <매일신보>(1919. 5. 22) 조한성, <만세열전>(생각정원·2019)
![](https://blog.kakaocdn.net/dn/Ink0E/btruKkhBmre/JXS0KZLr3ObHZnp6bOIlhK/img.jpg)
한겨레 2019.02.28 / 2022.03.01 옮겨 적음
'[역사예술] 역사 예술 문화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19 한겨레] 하늘도 돕는 신한청년당 독립투쟁 (2022.03.01) (0) | 2022.03.01 |
---|---|
[1919 한겨레] 총독부마저 비판한 친일파들 (2022.03.01) (0) | 2022.03.01 |
[이동하의 역사경영이야기] ② 예술가와 과학자, 그리고 기업가의 삶을 존경하는 나라를 그리며 (2022.02.26) (0) | 2022.02.26 |
[이동하의 역사경영 이야기] ① 발을 통해 본 인류의 진화 (2022.02.26) (0) | 2022.02.26 |
[역사 속 인물] ④ 드라마로 왜곡된 장희빈, 사실은 악녀가 아니다? (2022.02.26) (0) | 2022.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