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순간 순간을 잘 선택하고 있는가?
2007년 1월 12일 오전 8시, 워싱턴 D.C. 지하철 랑팡역은 바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 때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야구 모자를 눌러 쓴 청년이 낡은 바이얼린을 꺼내 들고,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바이얼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은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은 채 지나갔다. 예순 네 번째로 청년 앞을 지나던 한 남자가 청년을 향해 처음 눈을 돌렸다.
연주한 지 6분이 지났을 때 한 사람이 벽에 기대어 음악을 들었고, 43분 동안 일곱 명이 청년의 바이얼린 연주를 1분 남짓 지켜보았다.
스물 일곱 명이 바이얼린 케이스에 돈을 넣었고 그렇게 모인 돈은 32달러 17센트였다.
다음날 신문을 펼친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지하철 역에서 공연하던 청년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세계적 바이얼리니스트 ‘조슈아 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날 350만 달러짜리(한화가치 35억 원)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43분 동안 멋진 연주를 했다. 그러나, 현장을 오가던 1,070명은 단 1초도 그를 쳐다보지 않고 바쁘게 지나갔다.
이 공연을 제안한 ‘워싱턴 포스트’는 현대인이 일상에 쫒겨 자기 주변에 존재하는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며 안타까워 했다.
우리들은 진짜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 그만한 것에 돈을 쓰고 있기는 한 걸까? 세상에서 가장 재능있다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코앞에서 연주하고 있어도 눈치채지 못하는 우리는, 혹여나 더 많은 소소한 아름다움들을 매일매일 놓치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족의 소중함 친구의 소중함을 잊지 마시길 바래봅니다. 건강함의 축복도 느껴보는 행복한 하루 되세요!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2007년 1월 12일 오전 8시경, 워싱턴 DC의복잡한 지하철역인 랑팡플라자 역은 여느 때처럼 바삐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때 야구 모자를 쓰고 빛 바랜 청바지 차림의 한 청년이 광장 안으로 들어가 바이올린을 꺼냈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약간의 종자돈을 던져놓고 바이올린을 턱에 괴었다.
이 연주자는 누구였을까?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슈아 벨이었다. 악기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1713년에 손수 만든 ‘깁슨 엑스 후베르만’이었다. 현존하는 가장 비싼 바이올린 중 하나로 수많은 사람이 탐내는 악기였다. 음악은? 바흐의 파르티나 2번 D 단조에나오는 샤콘느(Chaconne)로 역사상 가장 훌륭한 곡이라고 평가 받는 곡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날 아침 조슈아 벨의 곁을 지나친 천여 명의 사람 중 걸음을 멈추고 연주를 들은 사람은 7명뿐이었다. 조슈아는 불과 사흘 전에 보통석 관람료가 100달러(10만원)인 보스턴 심포니 홀에서 공연했다. 표는 물론 매진이었다. 그날 아침 지하철 역에서 그가 번 돈은 고작 32달러였다. 보통 때 그는 1분에 1,000달러 가량을 벌었다.
이 지하철 역 공연을 기획한 것은 워싱턴포스트지로 대중의 취향과 우선순위를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조슈아 벨이 최고의 악기로 최고의 곡을 탁월한 솜씨로 연주했어도 충분하지 못한 게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환경이었다. 가수 중에는 재능이 뛰어나지만 꿈을 이룰 환경이 주어지지 않아 앨범 한 장 내지 못하고 꿈을 접는 가수가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어려운 현실을 감내하며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다가 늦은 나이에 환경이 주어져 빛을 보는 가수도 간혹 있다. 그런 가수에게는 꿈을 공유하며 어느 시인의 시귀처럼 이름을 불러주는 팬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듣는 음악은 우리의 태도와 선택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 시 ‘꽃’
/ 2022.02.22 어느 카페 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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