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봄꽃기행] 수도권 산들꽃의 보고(寶庫) '천마산' (2022.02.17)

푸레택 2022. 2. 17. 13:10

수도권 산들꽃의 보고(寶庫) '천마산' (daum.net)

 

수도권 산들꽃의 보고(寶庫) '천마산'

-코로나19로 사람 발길 뜸하자 계곡 곳곳은 야생화 만발- -천마산 팔현리 계곡은 현호색, 얼레지 천국- -꽃의 눈높이에서 마주봐야 가장 아름다워- -나목아래 여기저기서 화사하게 피어나-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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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산들꽃의 보고(寶庫) '천마산'

천마산 팔현리 계곡에서 한 야생화 사진작가가 미니 조명기구로 그림자를 지우며 작품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람 발길 뜸하자 계곡 곳곳은 야생화 만발
천마산 팔현리 계곡은 현호색, 얼레지 천국
꽃의 눈높이에서 마주봐야 가장 아름다워
나목아래 여기저기서 화사하게 피어나

천마산 정상아래 낮은 언덕에 청노루귀의 솜털에 덮인 꽃대가 저녁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쿠키뉴스] 남양주‧ 곽경근 대기자=언 땅을 뚫고 올라와 봄을 깨우는 복수초로부터 시작된 산들꽃(야생화)의 향연은 아직도 나목(裸木)으로 황량한 겨울풍경 아래서 어김없이 새 생명을 곳곳에서 피어내 봄이 우리 곁에 왔음을 전한다.

꿩의바람꽃
 
제비꽃
 
복수초(사진가 전헌균 제공)


손이 석 자만 길었으면 하늘을 만질 수 있을 정도로 높다는 천마산(812m)에도 봄이 찾아왔다. 남양주시 천마산은 서울에서 전철이나 시내버스를 타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산들꽃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첫 체험코스로 유명한 곳이다.

 

금괭이눈
 
고사리


야생화 백화점으로 강원도 점봉산의 곰배령을 꼽는다면 수도권에서는 천마산의 팔현리 계곡이 있다. 야생화 탐방은 천마산의 어느 산길로도 가능하지만 특히 호평동 수진사 입구에서 출발하거나 오남읍 다래산장가든에서 출발해 정상에 이르는 팔현리 계곡 코스에서 많은 꽃들을 만날 수 있다. 

만주바람꽃
 
큰괭이밥(사진왼쪽)과 서울족도리풀


평년 같으면 골짜기마다 바닥에 엎드려 최고의 작품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의 다양한 포즈가 등산객들에게는 또 다른 구경거리인 시기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덕분에 산들꽃에게는 조금은 편안한 계절이다. 꽃들만큼이나 새들의 지저귐도 여유롭게 들리는 2020년 봄이다.

노랑앉은부채(사진가 황용하 제공)- 꽃잎 모양이 부처가 앉아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앉은부처'라고도 부른다. 사람들의 남획으로 지금은 깊은 산속에서만 겨우 볼 수 있다.

노랑앉은부채 꽃잎 안의 불염포 형태가 코로나19 바이러스(사진 우측) 형태와 유사해 관심을 끌고 있다.


탐방길 곳곳에서 산괴불주머니, 꿩의바람꽃, 산괭이눈, 피나물, 개별꽃, 금붓꽃, 복수초 같은 낯 익는 봄꽃을 볼 수 있다. 천마산에 피어난 봄꽃들 가운데는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꿩의바람꽃, 처녀치마, 만주바람꽃, 얼레지와 노루귀가 군락을 이룬다. 살아 숨쉬는 식물도감이라 할 수 있는 천마산에서는 우리나라 몇몇 산에서만 자라는 ‘점현호색’ 같은 희귀식물과 우리나라 중부이북 천마산 등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 ‘노랑앉은부채’를 볼 수 있다

처녀치마(사진가 천한봉 제공)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거슬러 오르면 노란 생강나무꽃과 연분홍 진달래, 하얀 산벚꽃이 봄 햇살에 반짝이고 탐방 길 발아래에는 앙증맞은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탐방객에게 얼굴을 내밀고 손짓한다. 꽃 높이에 맞춰 한껏 몸을 낮추면 산들꽃이 반갑게 눈인사를 한다. 

양지꽃
 
산괴불주머니


때론 막 새순을 틔워 봄을 맞는 어린 생명들이 낙엽 속에 가려져 제대로 싹도 틔워보지 못하고 밟혀 스러지는 꽃들도 제법 많으리라, 봄에 떠나는 야생화 탐방의 첫 번째 주의사항이다.


항상 사람이 다니는 통행로 안으로 들어 설 때는 자세를 낮춰 자세히 살피고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3월부터 시작된 봄꽃의 향연은 5월까지 이어진다.

 
남산제비꽃
 
잔털제비꽃
 
큰괭이밥(사진가 강은구 제공)


어디에 눈을 돌려도 꽃천지인 4월에, 코로나 19의 상징어처럼 되어버린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그래서 사진가들에게는 더욱 ‘잔인한 4월’이다. 기자가 찾은 지난 8일, 야생화 탐방 길에도 사진동호회 단체 팀은 만날 수 없었다. 어쩌다 개별 방문한 사진가들과 2인 1조로 뜨문뜨문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몇몇 사진가들만 눈에 띄었다.

피나물- 피나물 역시 꽃가루를 곤충이 옮기는 충매화이다. 대부분의 산들꽃은 곤충들의 눈에 잘 띄기위해 화려한 색을 유지한다. 산들꽃의 생존전략이다.

 
피나물
 
미치광이풀
 
꽃다지
 

천마산에서 야생화 탐방의 첫발을 내디딘 많은 아마추어 사진동호인들은 꽃을 대하는 자세와 기본 촬영기술을 익힌다.

 
사진가 천한봉(82) 씨는 '야생화를 만나기위해 산을 자주 찾는다. 특히 천마산 팔현 계곡에는 귀한 꽃이 많다. 작은 꽃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는 수시로 누었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하다보면 저절로 운동이 많이 된다'며 '예쁜 꽃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활짝 웃었다.
 

맨땅에 엎드려 이제 막 꽃대를 올린 봄꽃과 대화를 시작하며 꽃봉오리에 핀트를 맞춘다. 나목을 뚫고 가녀린 꽃잎과 꽃대에 쏟아지는 봄볕을 카메라에 담는다.

 
바위 뚫고 자라난 진달래- 야생화를 찾아 나선 산행 길에 생명의 강인함을 보여준 진달래가 눈길을 끌었다. 연분홍 꽃을 7~8송이 달고 있는 가느다란 진달래의 줄기를 쫓아 내려다 보니 바위틈 사이로 생명을 이어온 진달래가 단단히 자리잡고 있었다. 가냘픈 줄기를 바위 위로 올려 보내고 바위 틈사이로 단단히 뿌리내리고 오랜 시간을 견뎌온 진달래에게서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보았다.


파인더 속에 노루귀의 하얀 솜털이 역광에 반짝반짝 빛이 난다. 각도와 눈높이를 달리해 수 십장의 사진을 찍고 일어서면 바로 옆의 또 다른 봄꽃이 ‘내 자태가 더 아름답다’며 다시 초보 사진가를 바닥에 눕힌다.

얼레지(왕고섶 사진가 제공)
 
얼레지는 우리 땅의 깊은 산 계곡 주변에서 집단으로 자생하는 토종 야생화다. 매우 화려한 꽃을 피워 봄꽃의 여왕이란 찬사를 듣는다.
 
얼레지


팔현리 계곡 초입에서 얼마나 올랐을까, ‘수수함’과 ‘소박함’이 대개 야생화의 상징이지만 이름조차 이국적인 ‘얼레지’가 참나무 아래 낙엽들 사이에서 화려하게 피어있는 모습에 사람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뛰어난 외모만큼은 천마산의 야생화 가운데 으뜸이다. 진분홍 꽃잎 색 사이로 자주색 패턴을 수놓은 얼레지는 한껏 치장한 ‘봄 처녀’ 같다. 긴 꽃잎을 마음껏 펼쳤다가 어느 순간 180도 형태로 뒤집혀 있는 모양새도 신기하다. 시인 조상주는 “남들이 봐주지 않아도 살펴주지 않아도 더욱 진한 향기로 피어나는 꽃”이라고 얼레지를 노래했다.

현호색
 
점현호색
 
점현호색 군락


잎 곳곳에 물 빠진 듯 점이 번져있는 ‘점현호색’ 역시 천마산의 대표적 봄꽃이다. 천마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천마산점현호색’으로 부르기도 했으나 지금은 통칭해 점현호색으로 불린다. 현호색은 잎에 점이 없다.

큰개별꽃
 
큰개별꽃
 
달래 암꽃


작은 폭포와 소(沼)가 발달한 천마산의 이끼긴 계곡에서 피어난 ‘금괭이눈’도 사진가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포엽 위에 작은 사각의 함지박 같은 꽃들이 아기자기하게 붙어있는 금괭이눈은 꽃잎은 물론 포엽까지 황금색으로 물들어있어 초록의 이끼와 어우러져 명장면을 연출한다.

 
팔현리 계곡따라 금괭이눈이 함초롬히 피어났다.


그 외에도 역광에 반짝이는 솜털 덮인 꽃대 위에서 해맑은 소녀처럼 웃고 있는 하얀, 분홍, 보라색의 ‘노루귀’ 역시 팔현리 계곡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꽃이다.

흰노루귀
 
 

청노루귀- 노루귀는 꽃받침이 노루 귀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인데 역광을 받아 반짝이는 솜털 덮인 꽃대가 어린 아기의 볼에 난 솜털처럼 보송보송한 느낌이다.


천마산에서 산들꽃과 충분히 봄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인근 화야산이나 예봉산, 검단산, 축령산이나 용인 무봉산이나 석성산을 찾아보자. 역시 봄꽃 트레킹하기 좋은 명산들이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쿠키뉴스 202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