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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걷기] 군산 근대거리옛 ‘영화’와 ‘수탈’의 거리, 철도 그리고 항구

푸레택 2022. 1. 27. 20:31

[이야기가 있는 걷기] 군산 근대거리 (mediapen.com)

 

[이야기가 있는 걷기] 군산 근대거리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군산은 전라북도의 대표적 항구도시다.조선 최대의 수군기자였던 군산이 본격적으로 역사의 중심에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 개항장(開港場)이 되면서부터다.1876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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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걷기] 군산 근대거리옛 ‘영화’와 ‘수탈’의 거리, 철도 그리고 항구

군산은 전라북도의 대표적 항구도시다. 조선 최대의 수군기자였던 군산이 본격적으로 역사의 중심에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 개항장(開港場)이 되면서부터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일본은 부산, 원산, 인천을 개항시켰고 아관파천(俄館播遷) 이후 러시아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영국이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에서 목포(1897), 진남포(1897)에 이어, 1899년 군산(당시 옥구)을 추가 개항시켰다. 이에 따라 항구 근처 갈대밭에 일본인(日本人)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가지가 조성됐다.

군산이 서해안 중부권의 중심 항구도시로 발돋움한 것은 일제강점기로, 옥구평야와 김제평야 등의 곡창지대(穀倉地帶)에서 나는 쌀을 일본으로 수탈해 가기 위한 창구가 되면서, 엄청난 급성장을 하게 된다. 이 시기 군산의 번영을 대변하는 것이, 당시 조선 총독(總督) 사이토 마코토가 군산항에 쌓인 쌀들을 보고 외쳤던 ‘쌀의 군산’이라는 별명이다.

채만식(蔡萬植)의 소설 <탁류>는 바로 이 시기, 쌀이 모여들던 군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채만식은 이 고장 군산 출신으로, 1930년대 최고의 풍자소설가였다. 탁류(濁流)는 1937~1938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로, 식민지(植民地) 자본주의에 휩쓸린 조선 민중들의 비극을 통해, 당개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군상의 타락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작품이다.

아무튼 군산은 현재 한국에서 근대(近代)·일본식 건축물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도시로 독특한 이국적인 풍경으로 관광지로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국에 있는 유일한 일본식 절인 ‘동국사’, 구 군산세관 건물, 구 조선은행 건물, 잘 보존된 적산가옥(敵産家屋) 등 일본식 건물이 다수 남아있다. 군산의 구도심이 바로 일제강점기 시절 각종 관공서들이 모여 있던 지역이다. 이 ‘근대거리’를 찾았다. 군산 ‘근대투어’는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시작했다.

경암동(京岩洞) 철길마을은 군산시 동쪽에 있던 신문용지 제조업체인 페이퍼코리아(구 세풍제지)가 원료와 제품을 옛 군산화물역으로 실어나르던 옛 ‘세풍제지선’, 혹은 ‘페이퍼코리아선’으로 알려진 화물철도(貨物鐵道) 옆에, 형성된 마을이다. 이 철길은 1944년 4월 개통됐다. 5~10량의 컨테이너와 박스 차량이 연결된 화물열차가 오전시간 중 2번 마을을 통과했다. 동네 중간 차단기(遮斷機)가 있는 곳을 합쳐 건널목이 11개나 있고, 사람 사는 비좁은 마을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속도가 시속 10km 정도로 매우 느렸다. 기차가 지날 때는 역무원(驛務員) 3명이 기차 앞에 타서 호루라기를 불고 고함을 질러, 사람들을 피하도록 했다고...

이 선로가 유명해진 것은 경암동 구간이 철길 옆에 집들이 바짝 붙어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독특한 풍류도 있었기에, 열차가 운행하던 시절에는 철도 동호인 및 사진 동호인들의 인기가 높았었고, 이후 제지공장이 이전해 선로가 폐선(廢線)되자, 그대로 공원이 됐다. 지금은 비록 기차는 다니지 않지만, 고즈넉한 마을 일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공원화된 구역은 200여 미터 정도로, 주택을 개조한 사진관, 기념품점과 식당이 몇 군데 있고, 북쪽 끝 부분에 공중 화장실과 벤치, 매점이 있다. 최근엔 교복(校服) 대여, ‘오징어게임’에 나온 ‘달고나’, 추억의 불량식품(不良食品)과 장난감 등이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골목 초입에는 일본식 건물인 ‘군산역’ 모형과 꼬마 디젤 기관차(機關車)가 반겨준다. ‘철길마을쉼터’와 ‘사진으로 보는 옛 군산’ 안내판도 보인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기념품점에 진열된 상품들이 철길 레일에 닿을 정도로, 길이 비좁다. 연탄난로에 둘러앉아 달고나 뽑기에 열중인 사람들, ‘쫀드기’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군것질 거리들, 남녀 교복과 교련복(敎鍊服) 및 교모, ‘추억여행’ 카페, ‘복 토정비결(土亭秘訣) 운세’ 자동판매기, ‘말뚝박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 조형물 등등... 구경할 것도, 느낄 것도 많다. 골목 끝에는 차단기 2개가 나란히 서 있다.

다음 행선지는 군산공설시장(群山公設市場)이다. 철길마을 끝 ‘진포사거리’에서 도로를 따라 직전, ‘경포천’을 건너 ‘경암사거리’를 지나면, 곧 기찻길이 나온다. 철길을 지나 다음 골목에서 우회전한다. 이 동네는 군산의 전통시장(傳統市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구 역전 종합시장’, ‘군산 양키시장’, ‘신영시장’ 및 군산공설시장이 줄지어 나타난다. 군산공설시장은 깔끔한 마트형 3층 건물로 정비됐다. 비 맞을 일도 없고, 주차장도 넓다. 1층 가운데는 전시관이다. ‘군산 역사의 중심’인 시장이란다. 1918년 개설된 전통시장으로, 과거 군산선(群山線)의 역 주변에 형성됐다. 시장의 역사를 알려주는 병풍이 세워져 있다. 옛 인력거(人力車) 모형, 나무쟁기, 꽃가마, 짚신과 다리미나 화로 같은 생활용품들, 재봉틀과 이발기계, 자수 베게 등 정겨운 것들도 전시돼있다. 2층 한쪽에는 군산공설시장 청년몰인 ‘물랑루즈’가 자리 잡았다. 옥상은 전망대다. 이 시장이 구 역전(驛前)이었음을 상기시켜주는, 철길과 기관차 및 ‘군산역’ 모형이 눈길을 끈다. 주변 구시가들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앞바다와 항구도 잘 보인다.

시장 옆에는 식당들이 몇 곳 있는데, 모두 순대국 집이다. ‘100년 전통’의 순대국밥 거리다. 오던 골목길을 따라 신영시장을 지나 직진하면, 곧 큰 도로가 나온다. 좌회전해 이 해망로(海望路)를 따라 군산상공회의소와 근로복지공단 군산지소를 지나고, 한국빌딩 앞에서 길을 건너면, 군산진(群山鎭) 사적비가 기다린다. 도로 안쪽 골목은 군산의 유명한 맛집들이 많은, ‘짬뽕특화거리’다.

도로건너편에 보이는 멋지고 육중한 근대건물이 ‘군산근대건축관’이다. 바로 일제 때 식민지 중앙은행 역할을 했던 구 조선은행(朝鮮銀行) 군산지점이던 곳이다. 그 옆 ‘백년광장’과 ‘내항사거리’를 지나면, ‘군산근대미술관’이다. 근대건축관보다 훨씬 큰 이 건물에는 구 일본 ‘제18은행’이었던 나가사키(長崎) 은행 군산지점이 있었다. 18이란 숫자는 은행 설립인가 순서에 따른 것이다.

한 블록 지나면, 군산근대역사박물관(群山近代歷史博物館)이 보인다. 이 박물관은 근대건물은 아니다. 방주(方舟) 모양의 대형 현대식 빌딩이다. 박물관 앞에는 고려 때 세워진 ‘은적사 3층 석탑’이 보존돼 있고, 구한말 ‘의병전쟁’에 앞장섰던 옥구 출신 임병찬(林炳瓚) 선생의 동상이 우뚝하다. 박물관 입구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란 글귀에, 새삼 옷깃을 여민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군산의 근대 및 해양문화(海洋文化)를 주제로 하는 박물관으로, 방문객들이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근대 군산의 거리모습이 재현돼 있고, 해안 도시로서 옛날부터 바다와 연관이 깊던 군산의 역사를 보여준다. 특히 옛 황포돛배와 쌀 현.선물시장이던 미곡취인소(米穀取引所), 잡화점 ‘홍풍행’, 인력거와 ‘인력거 방’, 일본으로 쌀을 실어 나르던 배 군산환(群山丸), ‘임피역’ 등 모형들이 볼 만하다. 전망대에선, 군산 앞바다가 한 눈에 조망된다. 박물관 옆엔 ‘호남관세박물관’도 있다.

다시 내항사거리로 나오는 길에도, 볼 게 적지 않다. 옛 적산가옥을 개조한 장미(藏米) 공연장 앞에는 소설 탁류에 대한 안내판과 작품 속 인간군상(人間群像)을 묘사한 동상이 즐비하다. 군산시는 이 일대 문화유산들을 돌아볼 있는, 6.0km의 도보길을 조성했다. ‘구불 6-1길’인 ‘탁류길’이다. 바닷가로 나가는 길에도, 탁류길 안내판이 있다. 바로 옆 ‘시간여행 꼬마열차’와 역 승강장이 예쁘다. 군산항 앞 옛 군산부두역(群山埠頭驛) 시절의 폐 선로를 이용한 레일바이크는 주말과 공휴일만 열고 길이가 짧지만, 타 볼만 하다고... 바로 항구로 나온다. 등록문화재 제719호인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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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군산 내항(內港) ‘뜬다리 부두’, 호안시설, 옛 철도, 구 ‘제일사료’ 공장, 경기화학약품상사 저장탱크, 대한제국의 개항 역사를 알 수 있는 구 군산세관(群山稅關)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뜬다리 부두인 부잔교(浮棧橋)는 네모진 모양의 배들을 연결, 바다에 띄워서 해수면 높이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도록 만든, 다리 모양의 구조물이다. 1938년 완공된 것으로, 육상과의 연결부는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회전도 되고, 대형 선박 6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최신 증강현실(增强現實. AR) 기술로, 당시의 모습 체험도 오케이다.

오른쪽 관광안내소를 지나면, ‘진포해양테마공원’이다. 옛 군산 내항을 공원화한 곳이며, 고려 말기 최무선(崔茂宣)이 화약을 개발한 후 최초로 화포를 이용, 왜구를 대파한 ‘진포해전’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이다. 최무선 동상과 화포(火砲) 모형은 물론, ‘M48 패튼전차’와 ‘M110 자주포’, ‘F-5 전폭기’ 등 퇴역 무기들도 전시돼 있다. 군함 두 척도 보이는데, 해군 상륙함인 ‘LST-676 위봉함’과 해양경찰청 경비정인 ‘마니산 273함’이 그것이다. 위봉함은 1945년 미국에서 건조, 2차 세계대전 등의 상륙작전(上陸作戰)에 실제 투입됐던, 역전의 함정이다. 1956년 한국에 인도된 후 퇴역, 전시관으로 바뀌었다. 입장료는 성인 1000원. 이 옛 부둣가에서, 군산 근대여행(近代旅行)을 마무리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2021-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