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걷고 또 걷고 기차를 타고

[조용준의 여행만리] 힘들게 견딘 한 해, 긴 긴 그림자 남기며 보낸다.. 부안 고사포해변으로 떠나는 세밑 여정 ‘새해에는 몰아치는 칼바람, 거친 파도 없이 꽃길만’

푸레택 2022. 1. 27. 17:02

[조용준의 여행만리]힘들게 견딘 한 해, 긴 긴 그림자 남기며 보낸다~ (daum.net)

 

[조용준의 여행만리]힘들게 견딘 한 해, 긴 긴 그림자 남기며 보낸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코로나 언제 끝나?" 이제 너무도 지겨운말이 되었습니다. 지난 2020년을 보내며 다가올 2021년은 다를줄 알았습니다. 일상으로 회복을 꿈꾸며 부푼 기대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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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 힘들게 견딘 한 해, 긴 긴 그림자 남기며 보낸다.. 부안 고사포해변으로 떠나는 세밑 여정 ‘새해에는 몰아치는 칼바람, 거친 파도 없이 꽃길만’

 

코로나19로 여행을 말하기조차 권하기 조차 조심스러운 시간들이 흘러갔다. 세밑, 부안 고사포해변을 찾은 한 여행객이 힘들게 달려온 한 해를 돌아보며 코로나19 없는 새해를 기대해본다.

눈내린 고사포 송림

고사포에는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야영장이 있다

눈내린 내변산 직소폭포가는길

인적없는 고사포 해변


"코로나 언제 끝나?" 이제 너무도 지겨운말이 되었습니다. 지난 2020년을 보내며 다가올 2021년은 다를줄 알았습니다. 일상으로 회복을 꿈꾸며 부푼 기대로 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은 혼란의 시간이었습니다. 잠시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기대에 살짝 들떠기도 했지만 다시 사회적거리두기가 시작됐습니다. 곧 끝날 줄 알았던 팬데믹(Pandemicㆍ대유행)은 2년이나 지속되고 국내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잠시 멈춤의 시간은 언제 끝날지 알수 없습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현쟁 진행입니다. 여행을 말하기조차 권하기 조차 조심스러운 시간들입니다.

올 한해를 어떻게 달려왔는지 또 다가오는 새해는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젠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12월 달력을 접어야 할 때입니다. 어떻게 지니고 왔는지 처음에 걸었던 달력의 무게 만큼이나 마지막 한 장의 무게는 조바심을 남깁니다. 
'여행만리'도 소중한 일상을 잃어 버리고 살아온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여행지를 갑니다. 당장 찾아가라고 권하는 여행지가 아닙니다. 꼭 지금이 아니라도 무언가를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어질 때 언제라도 훌쩍 떠나기 좋습니다. 소나무향 가득한 자연 속에 안겨 나만의 시간을 갖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입니다.

서해안을 따라 전북 부안으로 갑니다. 변산반도로 대표되는 부안은 청정해변과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반도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곳입니다. 해안선을 따라 마을이 있고 수만년을 파도에 부서지며 신비한 지형을 만들어낸 해안절벽은 유명합니다.
숱한 생명을 간직한 갯벌, 염전과 그 소금으로 만든 젓갈, 사계절 푸르름을 간직한 내소사 전나무숲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안은 어느 때 가든 계절의 변화에 따른 멋과 각기 다른 느낌으로 손색 없는 풍경을 선사합니다.

이번엔 부안의 많은 명승과 볼거리 중 덜 붐비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좋은 곳입니다. 바로 고사포입니다. 변산해수욕장에서 격포로 가는 해안선의 중간 지점에 있습니다. 겨울 바람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변산반도의 은빛 모래가 으르렁 포효하는 바람에 몸을 잔뜩 움츠립니다. 파도는 쉴새없이 해안으로 물결을 이루며 달려들고 있습니다. 잔뜩 일그러진 하늘은 금방이라도 함박눈을 쏟아낼듯 합니다. 고사포는 인파가 몰리는 부안의 여느 관광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정표도 잘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올라서면 소나무 숲이 펼쳐집니다. 고운 모래를 안은 고사포는 늠름한 소나무 숲이 인상적입니다. 길이 2km의 우아한 송림이 바닷바람을 막아셨지만 겨울의 기세를 막기에는 버거워 보입니다.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푸르른 송숲은 눈깜짝할 사이에 새하얀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겨울바다의 매력은 눈과 바람과 높은 파도에 있다고 말입니다. 칼바람과 함께 한 눈 내리는 바닷가는 여름과는 또 다른 낭만으로 가득합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쉬어가고 싶어지는 그런 풍경입니다. 숲을 걸어 나가면 바로 모래벌판입니다. 방금 지나온 발자국이 눈바람에 사라지고 없습니다. 또 한발짝 한발짝 길을 내며 걸어 나가봅니다. 서해라고 모든 해변이 갯벌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고운 모래사장에 물이 빠질 뿐입니다. 특히 고사포는 인근 변산해수욕장과 더불어 모래가 곱기로 이름이 났습니다.

코로나19와 추운 겨울날씨에 관광객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저 멀리 젊은 남녀 한쌍은 파도 끝선에 서서 깡충깡충 뛰며 겨울 바다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 옆으로 어민들은 밀려오는 파도를 벗삼아 조개, 바지락 등을 줍고 있습니다. 고사포 해변 앞에는 새우 모양을 닮았다 해서 주민들로부터 새우섬으로 불리는 하섬이 있습니다. 섬은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져 있고 기암괴석은 만물상을 방불케합니다. 매월 음력 보름이나 그믐쯤에는 해변에서 하섬까지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약 2km의 바닷길이 열립니다. 길은 뻘밭이 아니라 조개가루와 모래가 섞여 있어 차가 다닐정도로 단단합니다. 이때에는 섬까지 걸어가 조개나 낙지ㆍ해삼 등을 잡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습니다. 섬 탐방은 한 종교단체 소유의 수련원이 있어 사전에 예약이나 허락을 받은 사람들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코로나19 시대에 트렌드 중 캠핑을 또 빼놓을 수 없겠지요. 고사포에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야영장이 있습니다. 사설 캠핑장의 절반 가격에 훌륭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취사장과 화장실 등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되어 불편함이 없습니다. 바람과 추위가 끝없이 괴롭히던 이날도 바다를 마주보고 2-3동의 텐트가 겨울캠핑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고사포는 빼어난 절경을 간직하고 있지만 겨울 바닷바람은 결코 호락호락 하지않습니다. 그 혹독한 바닷바람을 이겨낸 한 가족의 텐트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저 웃음처름 다가오는 새해에는 코로나19도 이겨내고 모두가 활짝 웃을 수 있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껏 여행을 권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 여행메모

△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면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가다 부안IC를 나와 변산, 부안 방면으로 10여분 가면 새만금, 변산해수욕장을 지나면 고사포가 나온다.

△ 볼거리=부안에는 많은 볼거리와 명승지가 있다. 가장 먼저 내소사와 전나무숲길이 유명하고 해안산책길인 마실길도 이름났다. 이외에도 직소폭포, 일몰 명소인 솔섬(사진), 곰소염전, 개암사,격포해수욕장, 채석강, 적벽강, 내변산, 위도 등이 있다.

부안=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 아시아경제 202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