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과수원에서' 마종기 (2022.01.04)

푸레택 2022. 1. 4. 20:27

■ 과수원에서 / 마종기

시끄럽고 뜨거운 한 철을 보내고
뒤돌아본 결실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한 그루가 내게 말했다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난다

-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땅은 내게 많은 것을 그냥 주었다
봄에는 젊고 싱싱하게 힘을 주었고
여름에는 엄청난 꽃과 향기의 춤
밤낮없는 환상의 축제를 즐겼다
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
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 내 몸의 열매를 다 너에게 주어
내가 다시 가난하고 가벼워지면
미미하고 귀한 사연도 밝게 보이겠지
그 감격이 내 몸을 맑게 씻어주겠지
열매는 음식이 되고. 남은 씨 땅에 지면
수많은 내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구나
주는 것이 바로 사는 길이 되는구나

오랜 세월 지나가도 그 목소리는
내 귀에 깊이 남아 자주 생각나기를

/ 2022.01.04(화) 옮겨 적음

https://youtu.be/ARSImILa-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