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새네 학교 이야기
참새네 학교가 있었다. 여기 참새네 학교 교과목은 '날기', '훔쳐먹고 도망가기', '허수아비 알아보기' 등이다.
어느날 수양 특강이 있다고 했다. 참새들은 전선 위에 줄을 지어 앉았다. 강사는 제비였다. 제비는 강의를 시작했다. 제목은 ‘재수 있는 새가 되려면’이었다.
“우리는 사람의 집에 둥지를 가지므로 거기서 보고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전에 우리가 살던 집에는 딸이 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전화를 걸 때 보면 기쁜 소식이 있었을 때였어요. 당첨 소식, 아이 낳은 소식, 시험 합격... 그러나 동생이 전화를 걸 때 보면 정반대였어요. 안 좋은 소식만 전하는 거지요. 사업 망한 사람 소식, 교통사고 난 소식, 시험에 떨어진 소식하며... 나중에 보니 인생의 길도 그렇게 갈리던데요. 언니는 어디서고 반가이 맞아주는 샘물같은 사람이 되고, 동생은 더러운 물처럼 피해주는 사람이 되고요.
이 세상에는 갖가지 소식이 널려 있지요. 기쁜 소식, 슬픈 소식, 유언비어, 험담, 덕담, 다 열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식 가운데서 기쁜 소식만 전하는 새가 길조가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길조가 될 수 있습니다. 길조가 되는 길은 지극히 간단한데 모두들 어려운 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전하려고 하는 그 소식이 기쁜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 확인해 보십시오. 만일 재수 없는 소식이라면 입을 다무십시오. 당신이 하지 않더라도 수다를 떨고 싶어 안달하는 쪽이 있으니까요.”
ㅡ 정채봉 《샘에 오는 길》 中에서
■ 어리석은 자의 내일
어느 때 혼자 똑똑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남들이 하는 일은 하나같이 답답하고 자기가 잘하는데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 간혹 분통이 터지는 그. 그에게 머지않아 잔치할 일이 생겼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그를 알아주지 않던 사람들에게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어야겠다고 벼르고 별렀다.
그는 골몰히 생각했다.
'어느 잔치에고 가보면 싱싱하지 않은 음식에 늘 기분이 씁쓸했지. 그래, 나는 우리 잔치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싱싱한 소젖을 대접해야겠다.'
그는 아랫사람을 불러 말했다.
"잔치에 쓰려면 지금부터 소젖을 짜서 저장해야겠지?"
"그렇습니다."
"그렇다 보면 더러 오래되어 상하는 소젖도 있으렷다?"
"그렇습니다."
그는 자신 있게 목을 쳐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일러주는 대로 하게."
"어떻게 말입니까?"
"소젖을 우리가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젖소의 뱃속에 저장해두는 것일세."
아랫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어라 말하려는 것을 그는 손을 들어 막았다.
"어미 젖소한테 딸려 있는 송아지를 당장 떼어 놓게. 제 어미 뱃속에 우리가 저장하는 젖을 그녀석이 축낼 테니까."
마침내 잔칫날이 왔다. 손님들이 모여들자 그는 정중히 인사말을 했다.
"여러분,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어느 잔치에서도 맛볼 수 없던 기막힌 소젖을 잡수실 것입니다."
그때였다. 아랫사람이 얼굴이 하얗게 되어 나타났다.
"큰일났습니다. 암소의 젖이 말라붙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냐?"
아랫사람은 한숨을 내쉬며 설명했다.
"암소의 젖은 그때그때 짜야 합니다. 짜지 않으면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마르지요. 훗날 하겠다고 미루는 일이 잘되는 것 보셨습니까?"
ㅡ『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정채봉 저 | 샘터)
■ 호두와 농부
먼 옛날 신(神)이 이 세상에서 인간과 함께 살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는 호두 농사를 짓는 농부가 찾아와 이렇게 부탁했다.
“저에게 일 년만 날씨를 맡겨 주십시오. 딱 일 년 동안 내 뜻대로 날씨가 바뀌도록 해주십시요.”
농부가 하도 간곡히 사정하는 터에 신은 그가 일 년 동안 날씨에 대한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일 년 동안 날씨는 농부의 마음대로 되었다. 그가 따사로운 햇볕을 원하면 햇볕이 내리쬐었고, 시원하고 촉촉한 비를 원하면 비가 내렸다. 덜 여문 호두알을 떨어뜨리는 바람도, 천둥도 없었다.
모든게 순조롭게 되어갔다. 농부는 나무 그늘 아래에 누워 그저 잠만 자면 되었다. 이윽고 가을이 찾아왔다. 호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대풍년이었다.
농부는 기쁨에 들떠 산더미처럼 쌓인 호두 가운데 하나를 깨뜨려 보았다. 그런데 세상에,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농부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농부는 빈껍데기 호두를 들고 신을 찾아가 어찌된 일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신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도전이 없는 것에는 알맹이가 들지 않는 법. 폭풍 같은 방해도 있고, 가뭄 같은 갈등도 있어야 껍데기 속의 영혼이 깨어나 여무는 것일세.”
ㅡ 이선구의 《행복비타민》 中에서
/ 2021.12.19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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