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시 한 줄의 노트] '감자를 캐며' 송은숙 (2021.12.09)

푸레택 2021. 12. 9. 07:13

[시 한줄의 노트] 감자를 캐며 / 송은숙

뙤약볕 아래 감자를 캐며
손 안 가득 둥근 구근을 뿌듯하게 느끼며
나는 흙의 두근거림을 듣는다
호미가 홁의 심장 언저리를 건드렸는지
늑골이 부서지며 까맣게 쏟아지는 개미떼들
그들도 두근두근거리며 재빨리 흩어진다
돌아보면 천지사방 두근거림
밭두둑 콩잎의 두근거림
하얗게 핀 토끼풀꽃의 두근거림
넘쳐나는 햇살의 두근거림
햇살 아래 뒹굴며 몸을 말리고 있는
주먹만한 감자들
한 알 한 알의 두근거림
둥근 감자의 울퉁불퉁함은
오래된 별들을 닮았다
대낮이라 보이지 않지만
낯익은 숨결 느껴지는
그런 별들의 두근거림
살아 있음, 두근거림

◇ 송은숙 시인: 대전 출생. 2004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신인상 수상,  작가회의 회원.

[시 감상]

일반적으로 ‘흙’은 가이아의 여신 대지와 관련해 모성을 상징합니다. 시인은 이 흙을 의인화해 ‘두근거린다’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 두근거림의 근원, 곧 심장을 ‘감자’로 형상화한 것이 참 신선하군요. 생명을 품고 있는 흙은 ‘심장’의 표면이 되고 그 안에서는 살아 있음으로 요동치는 감자의 박동이 있는 것이지요. 감자 한 알을 캐면서도 사색을 멈추지 않는, 끊임없는 사유가 이렇게 좋은 시 한편을 생산해 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관점을 달리해 새롭게 바라보기, 그 독특한 시선으로 시 전체가 생명의 에너지로 충만합니다. 더불어 ‘두근거림’의 반복으로 인한 운율감도 이 시의 정감을 더하게 하는군요. ‘살아 있음, 두근거림’, 이 반짝거리는 언어가 제게로 건너와 창밖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글=김순아 시인)

/ 2021.12.09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