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단풍산책] 가을앓이 추심(秋心), 가을이 오는 소리.. 벌레 먹어서 더 예쁜 나뭇잎 (2021.10.31)

푸레택 2021. 10. 31. 23:38

산사나무, 서울식물원에서 촬영 2021.10.30(토)

■ 벌레 먹어서 더 예쁜 떡갈나무와 산사나무 단풍잎

 

??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고로쇠나무, 서울식물원에서 촬영 2021.10.30(토)

??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방하착(放下着) : 손을 내려놓으라. 집착된 마음마저 내려놓으라는 뜻을 담고 있다

 

떡갈나무, 서울식물원에서 촬영 2021.10.30(토)

 

https://youtu.be/_F3ICsprQJQ

?? 가을이 오는 소리 (秋心) / 정태준 시 · 곡

가을이 오는 소리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귀 기울여 들어보니 내 맘에서 오는 소리
아 아 잎은 떨어지는데
귀뚜라미 우는 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가을이 오는 소리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귀 기울여 들어보니 풀벌레서 오는 소리
아 아 잎은 떨어지는데
귀뚜라미 우는 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지는 잎에 사연 적어 시냇물에 띄워 볼까
행여나 내 님이 받아 보실까
아 아 기러기는 나는 데

깊어 가는 가을밤을 어이 새워 보낼까

 

고로쇠나무, 서울식물원에서 촬영 2021.10.30(토)

 

https://youtu.be/Ros5e4Uexp8

?? 가을앓이 / 김필연 시, 박경규 곡

가을이 깊어가네

이 계절을 어찌 지내시는가
하늘은 높이도 비어있고
바람은 냉기에 떨고 있네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을 베이지 않을 지혜를 일러주시게

오늘도 그대가 놓고 간
가을과 함께 있네
들려주시게
바람에 드러눕던 갈대처럼
풋풋했던 목소리
보여주시게
붉나무 잎새보다 더 붉던 그대 가슴을
더 붉던 그대 가슴을


가을이 깊어가네
이 계절을 어찌 지내시는가
하늘은 여전히 비어 있고
바람도 여전히 떨고 있네
이 가을 깊은 서정에
가슴을 베이지 않을 지혜를 일러주시게

오늘도 그대가 놓고 간
가을과 함께 있네
들려주시게
바람에 드러눕던 갈대처럼
풋풋했던 목소리
보여주시게
붉나무 잎새보다 더 붉던 그대 가슴을
더 붉던 그대 가슴을

 

떡갈나무, 서울식물원에서 촬영 2021.10.30(토)

https://youtu.be/mCxfCfjkzs0

?? 단풍이 물드는 이유 / 한승수

마지막까지
처절하게 울어대던 매미들도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높아진 하늘만큼
잠자리의 날갯짓이 힘겹다

붉게 타오르며
하루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을처럼
진정한 아름다움은
소멸의 순간 빛을 발하는가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가장 아름다운 몸짓으로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남은 날들을 채워가야 한다

잎을 떨구기 전
단풍이 곱게 물드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고로쇠나무, 서울식물원에서 촬영 2021.10.30(토)

?? 가을엔 / 이동백

가을엔
단풍이 시가 되고
낙엽 지는 소리가 시가 됩니다

가을엔
스며드는 바람에
억새가 흐느껴 울고
그 울음소리는
내 마음인지도 모릅니다

가을엔
멀쩡한 사람을 울적하게 만들고
보낼 곳도 없는
편지를 쓰게 합니다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되어
여며둔 그리움을
눈으로 가슴으로 시를 씁니다

 

떡갈나무, 서울식물원에서 촬영 2021.10.30(토)

https://youtu.be/Vt51GVROL8E

[감동실화]

 

?? 꿈 같은 기적을 산 소년

어느 두메산골 자그마한 마을, 세 식구가 사는 오두막에 걱정거리가 생겼다.

다섯 살 막내가 앓아 누운지 여러 달 째, 아이는 변변한 치료 한번 받아보지 못한 채 시들어갔다.

으..응.. 아파...
엄마는 아무런 도리가 없어 앓는 아이의 머리만 쓸어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소년은 기적만이 동생을 살릴 수 있다는 엄마의 간절한 기도를 듣게 되었다.

기적이라도 있었으면... 제발...
문 틈으로 들여다보던 소년은 궁금했다.

기적? 기적이 뭐지?
다음날 아침 소년은 엄마 몰래 돼지저금통을 털었다.


천원, 이천원, 오천원...
돼지가 토해낸 돈은 모두 7천 6백원.
소년은 그 돈을 들고 십리 길을 달려 읍내 약국으로 갔다.


헉, 헉, 헉...
아이구 얘야, 숨 넘어갈라.
그래 무슨 약을 줄까?

숨이 차서 말도 못하고 가쁜 숨만 헥헥 몰아쉬는 소년에게 약사가 다가와 물었다.

저, 저기... 도, 동생이 아픈데요, 엄마가 그러는데 기적이 있어야 낫는데요.

기적? 아니, 기적이라니?
여기서는 기적 안 팔아요?
이런, 어쩌나. 여기서는 기적을 팔지 않는단다.

이런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옆의 신사가 물었다.

꼬마야, 네 동생한테 어떤 기적이 필요하지?

어... 저도 몰라요.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은 없고
엄마가 기적이 있으면 살릴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기적을 사야 하는데...

“아하, 저런. 돈은 얼마나 있지?
아... 이...만큼요.

아이는 양손으로 동그랗게 원을 그려보였다.

신사는 7천 6백원으로 기적을 사겠다는 소년을 앞세우고 그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 소년의 동생을 진찰한 뒤 병원으로 옮겨 직접 수술까지 해 주었다.

약사의 동생인 그는 큰 병원의 유명한 외과의사였던 것이다.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소년의 엄마가 수술비용을 물었을 때 그 의사가 말했다.

수술비용은 7천 6백원입니다.

동생을 살리고 싶다는 소년의 사랑이 단돈 7천 6백원으로 꿈 같은 기적을 산 것이다.

어머니의 기도를 듣고 동생을 살리기 위해 돼지저금통을 뜯어 기적을 사러 간 소년도 장하지만, 이 사연을 듣고 기적을 7천 6백원에 만들어 준 약사의 동생인 외과의사가 더욱 존경스럽고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기적이란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 《좋은 글》 옮겨 적음 2021.10.31(일)

 

산사나무 열매, 서울식물원에서 촬영 2021.10.30(토)
떡갈나무, 서울식물원에서 촬영 2021.10.30(토)

▲ 사진 모델: 고로쇠나무. 산사나무, 떡갈나무 (서울식물원에서 촬영, 2021.10.30)

 

https://youtu.be/Ros5e4Uexp8

https://youtu.be/oTOauctoLl0

https://youtu.be/lsC6adqHp-8

https://youtu.be/_F3ICsprQJQ

https://youtu.be/mCxfCfjkzs0

https://youtu.be/Vt51GVROL8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