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단풍산책] 벌레 먹어서 더 예쁜 떡갈나무와 산사나무 단풍잎 (2021.10.30)

푸레택 2021. 10. 30. 22:59

  

 

 

 

 

 

 

 

 

 

 

 

 

 

 

 

 

 

 

 

 

 

 

 

 

 

 

 

 

 

 

 

 

 

 

 

 

 

 

 

 

 

 

 

 

 

 

 

 

 

 

 

 

 

 

 

 

 

■ 벌레 먹어서 더 예쁜 떡갈나무와 산사나무 단풍잎

◇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방하착(放下着) : 손을 내려놓으라. 집착된 마음마저 내려놓으라는 뜻을 담고 있다.

마음을 내려놓아라

/ 2021.10.30(토) 서울식물원에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