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단풍산책] 단풍 드는 날.. 황홀한 빛깔로 물든 고로쇠나무 단풍잎 (2021.10.30)

푸레택 2021. 10. 30. 22:29

■ 황홀한 빛깔로 물든 고로쇠나무 단풍잎

◇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방하착(放下着) : 손을 내려놓으라. 집착된 마음마저 내려놓으라는 뜻을 담고 있다.

​ - 도종환,『슬픔의 뿌리』(실천문학사, 2002)

/ 2021.10.30 서울식물원 주제원에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