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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전어' 며느리 몰래… 돈 따지지 않고 사먹는 맛 (2021.10.23)

푸레택 2021. 10. 23. 20:55

[우리말] 전어, 며느리 몰래… 돈 따지지 않고 사먹는 맛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67. 전어 錢魚

맛을 귀하게 여겨 사려는 사람들이 돈을 따지지 않고 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돈 전錢자의 전어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수많은 생선 이름 가운데 돈과 관련된 이름이 붙은 물고기는 오직 이 전어뿐이다.

몸길이가 20~30cm 내외인 전어과에 속하는 이 물고기는 우리나라 근해에 서식하는 물고기로 특히 서남부해안, 일본 중부 이남의 바다에서 주로 많이 잡힌다.

예로부터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듯이 전어는 가을철 9월부터 10월에 먹어야 제 맛이 나고 영양도 많다고 하는 가을철의 대표적인 물고기다.

전어는 끓여서 먹거나 회로 먹어도 좋지만, 특히 구어 먹으면 그 맛의 고소함을 비길 데가 없다. 그러기에 오죽 맛이 있으면 ‘전어를 굽는 냄새에 집을 나간 며느리도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맛이 있는 전어이기에 그 ‘전어는 며느리가 친정 간 사이에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속담까지 생겨날 정도로 며느리에게 먹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생선으로 여겨왔다.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말이 있는데 다른 물고기는 몰라도 전어에게만은 이 말이 적실하게 맞는다.

일반적으로 생선의 머리 부분은 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아가미, 입, 눈 등이 집중적으로 이곳에 몰려 있어서 맛을 음미하기에 앞서 이것들을 발라내기가 바쁠 뿐 아니라 그 맛도 모를 정도로 담담하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이 전어의 머리 부분은 예외여서 잘 구워진 머리부분을 통째로 씹어서 먹으면 고소한 맛이 또한 일품이다. 그래서 ‘가을 전어의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이 전어의 어원에 관련된 기록이 옛 문헌에 보인다.

영·정조 때의 농정가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보면 이 전어는 「기름지고 살지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 서울에서 파는데,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그 맛을 귀하게 여기며 사려는 사람들이 돈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전어라 한다」고 적혀 있다(김영봉, 지혜로운 속담, 공무원 연금, 2007, 9 PP. 40-41).

하지만 이처럼 맛있는 전어도 한때는 잡어로 분류되어 퇴비로 썼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전라남도 고흥지방) ‘남 주기에 미안한 고기’(충청남도 서천)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지 못 했다고 한다. 그것은 쥐치가 한때 그물에 걸리면 내버리던 이른바 잡어 대접을 받았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전어가 지니는 맛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수요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에 오늘날 그 가치가 격상된 것이다.

글=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출처: 중도일보)

/ 2021.10.23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