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별을 품은 꽃, 그 이름은 우주
ㅣ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18 코스모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이 계속되는 요즘. 태양의 주위를 도는 지구의 궤도 운동은 정말 신비하게 느껴집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더워서 잠도 잘 못 이뤘는데 9월이 되니 어느새 가을 날씨가 완연하네요. 이런 계절의 변화는 아마 우리보다 식물들이 더 잘 느낄 겁니다.
여름에 꽃가루받이를 통해 열매를 만들어낸 식물들은 가을이 되면 열매를 성숙시킵니다. 올해 9월에는 추석이란 명절이 있죠. 예로부터 추석이 되면 그해에 식물들이 열심히 만들어낸 햇곡식과 과일 등을 수확해 차례상에 올리고 조상들의 음덕에 감사하며 집안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길 기원했습니다.
보통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열매 맺고 가을에는 열매가 익어가고 겨울에는 차분히 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앞서 여름에도 꽃이 피는 식물을 여럿 살펴봤죠. 그처럼 가을에도 피는 꽃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꽃이 가을에도 피어나요. 주로 풀들의 꽃입니다. 곧 겨울이 닥치는데 이제 꽃을 피워서 언제 씨앗을 만들고 번식을 하려는 건가, 걱정하게 되기도 하죠.
나무들은 가을에 꽃이 피는 게 거의 없지만 풀의 경우 생애 주기가 짧고 씨앗의 크기도 크지 않아서 한두 달이면 씨앗을 만들어 낼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만든 씨앗으로 내년을 기약하지요. 어차피 내년에 새로 돋아날 씨앗을 만들기만 하면 꽃이 봄에 피건 여름에 피건 가을에 피건 상관은 없으니까요. 자기에게 맞는 시간을 선택하면 되지 남들보다 빠르다 늦다 흉볼 일은 아닙니다.
가을에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식물, 바로 국화인데요. 국화는 종류가 많습니다. 국화과의 대표적인 꽃에는 해바라기·구절초·쑥부쟁이·벌개미취·산국 등이 있죠. 가을 하면 떠올리는 코스모스 또한 국화과 식물이에요.
실제로 코스모스는 꼭 가을에만 핀다기보다 6~10월에 걸쳐 피는데요. 자라는 데 있어 특별히 가리는 조건이 없는 편이라 주로 관상용으로 길가나 화단, 하천변에 심죠.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흰색·분홍색·자주색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산책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코스모스의 학명은 ‘Cosmos bipinnatusCav’라고 해요. 영어로 ‘Cosmos’는 우주라는 뜻이지요? 왜 꽃 이름이 우주가 됐을까요? 코스모스라고 처음 부른 사람은 1700년경,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식물원장 ‘카마니레스’라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가 왜 코스모스라고 불렀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해요. 코스모스는 그리스어의 ‘Kosmos’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는 정돈·장식·질서를 의미합니다. 언어를 통해 코스모스라 이름 붙인 이유를 한번 상상해 보는 것도 재밌겠죠.
흔히 아무 생각 없이 꽃을 그린다고 하면 가운데를 동그랗게 그리고 주변에 둘러가며 꽃잎을 붙이는 식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무심코 그리는 꽃 모양을 보면 코스모스의 생김새와 닮았어요. 이런 국화과 꽃에는 다른 꽃들과 달리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한번에 두 종류의 꽃을 만들어낸다는 것인데요. 안쪽에 대롱이나 통을 닮은 대롱꽃, 혹은 통꽃(관상화·管狀花·관 모양 꽃)이 있고 주변에 혀를 닮은 혀꽃(설상화·舌狀花)이 있습니다. 흔히 그렸던 동그라미가 대롱꽃 부분, 꽃잎이라고 그린 것이 혀꽃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롱꽃과 혀꽃으로 나뉜 이유 역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주로 혀꽃은 크고 화려한 모습으로 곤충을 부르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색색깔 눈에 띄는 혀꽃을 보고 찾아온 곤충은 대롱꽃 혹은 통꽃에 가득한 꽃가루를 옮겨주고, 이렇게 꽃가루받이가 되면 열매를 만들어내죠. 대롱꽃과 혀꽃 모두 다 꽃입니다. 그러니 한 송이 코스모스에는 여러 송이의 꽃이 다발로 모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기하지요?
특히 코스모스는 대롱꽃이 뭉쳐 있는 모습이 마치 별과 같습니다. 대롱꽃 부분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별이 박혀있는 것처럼 보이죠. 어쩌면 코스모스라는 이름도 꽃 한 송이 안에 많은 별이 보여서 그렇게 이름 붙여진 것은 아닐까요? 주변에서 눈에 띄는 식물이나 곤충을 만나게 되면 한 발짝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분명히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한 가지는 알아내게 될 겁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출처] 중앙일보 2021.09.13
/ 2021.10.06 옮겨 적음
https://news.v.daum.net/v/20210913061027250
'[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하는 여자들의 글로벌이야기] 식물과 노벨상 (2021.10.07) (0) | 2021.10.07 |
---|---|
[노벨상이야기] 노벨상 받은 ‘우먼파워’ 여성들, 여기 다 모여라 (2021.10.06) (0) | 2021.10.06 |
[소년중앙] 꽃이 진 자리 몽글몽글 솜이 피어나다고? (2021.10.06) (0) | 2021.10.06 |
[소년중앙] 피고 지고 또 피며 100일 동안 화려함을 뽐내는 꽃 (2021.10.05) (0) | 2021.10.05 |
[소년중앙] 뽕나무 열매는 내가 먹고, 뽕나무 잎은 누에가 먹고 (2021.10.05) (0) | 2021.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