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잎을 버린 나무 모습 살펴보니 나무의 삶 보이네요
ㅣ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9 수형
요새 실내 생활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레 활동량이 적어져서 살짝 살이 찌고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다른 계절에 비해 좀 더 살이 찝니다. 추운 시기를 잘 견디기 위해서 몸이 체지방량을 늘리는 것이죠. 그래서 저마다 다이어트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해요. 건강도 지키면서 다른 이가 보기에도 매력 있어 보이는 몸매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게 이젠 새삼스럽지 않죠. 나무들도 저마다 몸매가 다릅니다. 나무의 나이에 따라서도 다르고, 종류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겨울에는 잎사귀를 잃은 나무의 맨몸이 드러나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비로소 잎을 버리고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아 다른 계절보다 단정해 보이기도 합니다.
나무의 모양을 수형(樹形)이라고 합니다. 나무마다 수형이 다른 이유는 유전적으로 그렇게 자랄 수밖에 없는 선천적인 이유와 외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후천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선천적인 이유 중 첫 번째는 ‘한줄기 나무’냐 ‘여러 줄기 나무’냐 하는 것입니다. 느티나무·신갈나무·단풍나무 같은 나무를 한줄기 나무 혹은 큰키나무(교목·喬木)라 하죠. 나무의 원줄기(수간·樹幹)가 하나고 가지와 구별이 뚜렷한 모양입니다. 개나리·조팝나무처럼 밑동이나 땅속에서부터 줄기가 갈라져 나는 나무는 여러 줄기 나무 혹은 떨기나무(관목·灌木)라고 해요. 이밖에 칡이나 다래 같은 덩굴나무도 있습니다.
나무는 잎의 생김새에 따라 침엽수(바늘잎나무)와 활엽수(넓은잎나무)로도 나누는데 둘도 역시 수형이 다릅니다. 침엽수는 주로 원줄기가 곧게 뻗고 주변에 곁가지가 난 모습이라면 활엽수는 어느 지점까지는 줄기가 하나지만 곧 여러 줄기로 나뉘면서 자랍니다. 전체적인 나무의 모습도 침엽수가 삼각형 형태라면 활엽수는 둥그런 모습을 띱니다.
나무가 자라는 모습의 차이는 겨울눈을 보고서도 알 수 있어요.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봄에 싹을 틔우기 위해 나무가 늦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만드는 겨울눈은 그 나무의 유전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서 이듬해 자랄 때 그 나무의 모습대로 자라납니다.
후천적인 요인 중 가장 강력한 요인은 햇빛이에요. 나무는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자라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굴광성(屈光性)이라고 하죠. 그런데 숲속에서는 주변에 다른 나무가 있을 수도 있고, 바위 같은 장애물이 있을 수도 있죠. 그런 경우 반드시 햇빛을 따르는 게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 쪽으로 나무가 더 잘 자라게 됩니다. 그래서 본래의 수형과 달리 자랄 수도 있죠. 종이 다른 나무가 맞닿아 자라며 흔히 혼인목(婚姻木) 혹은 부부나무로 불리는 나무도 곁에 있는 나무의 영향으로 그런 형태를 이루게 된 거예요.
인위적인 가지치기를 통해서도 나무의 모양은 달라집니다. 자연에서도 병충해를 비롯해 동물이나 바람에 의해 가지가 죽거나 꺾일 수 있지요. 특히 바람은 꽃가루나 씨앗을 멀리 보낼 때는 좋은데 자라날 때는 나무에게 시련이 됩니다. 태풍이 불 때 큰 나무들도 쓰러지는 모습을 많이 봤을 거예요. 해안가에 사는 나무들은 육지 쪽으로 휘어지거나 그쪽으로 가지를 많이 뻗어서 자라기도 하고, 바람이 세게 부는 고산지대는 나무 키가 크게 자라지 않죠. 그러한 것들을 보면 나무에게 바람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나무들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맨몸의 나무들을 보고, 이 나무는 어떤 원인으로 이런 모습을 하게 되었는지 한번 생각해봐요. 타고난 선천적인 이유로 이런 모습을 한 것인지 이후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서 이런 형태가 된 것인지 말이죠. 아마도 하나의 원인만은 아닐 거에요. 우리 사람 역시 다양한 원인에 의해 지금 이 모습, 이 직업, 이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의 삶은 한 가지 원인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출처] 중앙일보 2020.12.21
/ 2021.10.01 옮겨 적음
https://news.v.daum.net/v/20201221083055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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