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타 / 전태련 시인
컴퓨터 자판기로
별을 치다 벌을 치고
사슴을 치다 가슴을 친다.
오타 투성이 글
내 수족에 딸린 손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마음은 수십 번 그러지 말자 다짐하지만
남의 마음같이 느닷없이 끼어드는 오타
어찌하랴,
어찌하랴,
입으로 치는 오타는
여지없이 상대의 맘에
상처를 남기고 돌아오는 것을
한번 친 오타 바로잡는 일 이틀, 사흘
그 가슴에 흔적 지우기 위해
얼마나 긴 세월 닦아야 할지
숱한 사람들 맘에 쳐날린 오타들
더러는 지우고 더러는 여전히 비뚤어진 채
못처럼 박혀 있을 헛디딘 것들
어쩌면 생은 그 자체로 오타가 아닌가
그때 그 순간의 선택이 옳았는가
곧은 길 버리고 몇 굽이 힘겹게 돌아치진 않았는가
돌아보면
내 삶의 팔할은 오타인 것을
(전태련·시인, 경북 칠곡 출생)
/ 2021.09.05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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