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들꽃산책] 누구를 그리워하느뇨,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상사화 (2021.08.16)

푸레택 2021. 8. 16. 21:26



























■ 상사화 피어나는 팔월

상사화
자주조희풀
나무수국
개오동나무


● 개오동나무

분류능소화과
학명Catalpa ovata

개오동나무는 오동나무보다 격이 좀 떨어지는 나무란 뜻이다. 줄기가 곧으며 빨리 자라고, 커다란 잎사귀도 얼핏 봐서는 영락없는 오동나무다. 그러나 개오동나무는 능소화과이고, 오동나무는 현삼과다.

이렇게 과(科)가 다르다는 것은 두 식물이 모양만 닮았을 뿐 서로 거리가 먼 전혀 별개의 나무임을 말한다. 그러나 나무의 성질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개오동나무는 오동나무보다 조금 단단하며 판자로 켜면 아름다운 무늬가 있다. 또한 습기에 견디는 성질이 강하여 가구나 악기를 만드는 데 쓰인다.

개오동나무는 중국 중남부가 고향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의 인가 근처에서 심고 있다. 한 아름이 훨씬 넘게 자랄 수 있는 큰 나무이며, 넓은 잎은 여름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어 정원수로 사랑을 받는다. 경북 청송 홍원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401호로 지정된 개오동나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다. 나이 400년 정도이고 두 아름이나 되는 개오동나무 세 그루가 마을 앞에 나란히 자란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숙종 43년(1717)에 군사들이 땔나무를 조달하려고 “무덤가에 심은 소나무이든 개오동나무이든 마을에 심은 뽕나무이든 밤나무이든 간에 묻지 않고 모두 다 베어서 거의 남아 있는 것이 없다”라고 했다. 또 영조 10년(1734)에 죄인을 다루는 내용 중에 “개오동나무 잎에 글을 썼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런 내용으로 보아 대체로 조선 초·중기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된다.

개오동나무 잎은 손바닥을 완전히 폈을 때의 크기 정도로 넓고, 대개 3~5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고, 초여름에 넓은 깔때기모양의 꽃이 여러 개 달린다. 연노랑 꽃의 안쪽에 짙은 보라색 반점이 있으며,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으로 주름이 잡힌다.

개오동나무는 다소 엉뚱하게 벼락을 피할 수 있는 나무라고 알려져 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뇌신목(雷神木), 뇌전동(雷電桐)이라 하여 목왕(木王)이라 부르고 큰 건물 옆에 심었다고 한다. 자라는 곳은 주로 수분이 많은 곳이며, 나무의 함수율도 높다. 대체로 개오동나무는 키가 크므로 피뢰침의 기능을 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개오동나무의 한자 표기는 ‘재(梓)’다. 중국 이름은 아예 ‘재수(梓樹)’다. 《성호사설》 〈만물문〉에 보면 “재동(梓桐)이란 것이 있는데, 그 열매가 팥과 같다. 나무의 성질이 썩지 않아서 관(棺)을 만들기에 알맞고 심은 지 40~50년이면 재목이 된다”라고 했다. 이는 분명히 개오동나무를 말하고 있다. 우리는 재(梓)를 가래나무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개오동나무 이외에도 예덕나무, 물푸레나무, 자작나무 종류를 나타내는 글자이기도 하므로 앞뒤 관계로 주의 깊게 파악해야 한다.

개오동나무는 여러 특징 중에 열매가 가장 눈에 띈다. 꼬투리는 연필 굵기에 길이가 한 뼘에서 길 때는 두 뼘이 넘으니, 이보다 더 말라깽이는 만나기 어렵다. 열매는 해를 넘겨 다시 꽃이 필 때까지 달려 있다. 그래서 가늘고 긴 실을 뜻하는 ‘노’가 달리는 나무라 하여 다른 이름은 노나무다. 특별한 모양을 가진 열매는 대부분 옛사람들이 약재로 이용했다. 개오동 열매는 이뇨제로 한방에서 널리 쓰인다.

중국에서 들여온 개오동나무 외에 1905년 평북 선천에 있던 선교사가 미국에서 들여온 미국 개오동나무가 있는데, 우리는 ‘꽃개오동나무’라고 한다. 두 수종 모두 모양이 매우 비슷하나 꽃개오동나무는 잎이 대체로 갈라지지 않고 꽃이 흰색이며, 종모양의 꽃 안쪽에 두 개의 황색 선과 자갈색 반점이 있다.

☆ 박상진 교수

평생 나무를 연구한 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나무 관 등 나무로 만든 문화재의 재질을 분석하는 일을 했다. 그동안 '궁궐의 우리 나무',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우리 문화재 나무답사기' 등 책을 여러 권 썼다.

글=박상진 교수

[출처] 우리 나무의 세계 1

/ 2021.08.16 사진·편집 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