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과 자연을 품은 역사산책, 힐링산책
◇ 겸재 정선따라 진경산수화 속을 걷다
오늘은 선조의 숨결이 어린 문화유적지도 둘러보고 숲길을 걸으며 산책도 할 겸 궁산(宮山)을 찾아나섰다. 먼저 마곡 ‘서울식물원’에 들렀다. 서울식물원은 공원과 식물원이 결합한 서울 최초의 도시형 보타닉 공원이다. 호수에는 수련과 연꽃 그리고 노랑어리연꽃이 한 폭의 그림처럼 피어있고, 주제정원엔 나무수국과 미국수국이 탐스러운 꽃을 가지 가득 매달고 있다.
서울식물원을 둘러본 후 궁산근린공원 앞에 위치한 ‘겸재정선미술관’을 찾았다. 겸재정선미술관에서는 개관 12주년을 맞이하여 국제예술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대만·중국 국제 수묵교류전이 열리고 있었다.
‘닮음과 닮지 않음 - 산경유무(山徑有無)’ 특별 전시는 한국과 대만, 중국의 작가 16명이 참여하였는데 지필묵(紙筆墨)에 의한 각국의 고유한 표현 양식을 토대로 그들만의 회화적 기조방식을 통해 ‘산경유무’의 다양한 모습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같음 속에 다름을 추구하고, 다름 속에 같음을 추구[同中求異, 異中求同]”하는 수묵의 작품세계를 통해 수묵의 비전을 모색하고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추진하게 되었다고 한다.(안내문 참고) 작품에 대한 심미안(審美眼)과 예술적 감각이 없는 문외한이지만 그저 수묵화전을 둘러보며 감상에 젖어보는 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 지폐 속 겸재 그림 계상정거도
3층 전시실에 전시된 ‘국민화가 겸재정선의 그림이야기’에 재미있는 천 원권 지폐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나라 천 원권 지폐 뒷면에 새겨진 그림이 바로 겸재정선의 그림 ‘계상정거도’이다. 천 원 지폐 앞면에는 조선의 대표적인 유학자 퇴계 이황 선생 그리고 성균관 유생들이 글을 익히던 명륜당과 이황 선생이 가장 아꼈다는 매화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퇴계 이황 선생이 머무르던 도산서원을 그린 겸제 정선의 그림 ‘계상정거도’가 담겨져 있다.
조선시대 미술사를 전후기로 양분하는 중앙에 우뚝 선 우리나라 최고의 진경산수화가 겸재정선의 작품 ‘계상정거도’(보물 585호)는 역대 고미술 경매 역사상 최고가인 34억에 낙찰된 그림이라고 한다. 계상정거도는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서 조용히 지내다’라는 뜻으로 퇴계 이황 선새이 머물던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그 주변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故 이건희 회장이 정부에 기증한 ‘인왕제색도’는 겸재 선생의 진경정신과 회화적 기법이 가장 잘 표현된 진경산수화의 진수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인왕제색도가 있어야 할 곳 강서구 겸재정선미술관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참여해 주세요’라고 쓰인 입간판이 미술관 입구에 세워져 있다.
◇ 봉인된 시간과 역사의 터널
겸재정선미술관을 둘러본 후 바로 뒷쪽에 있는 궁산땅굴역사전시관을 들렀다. 낙석의 위험 때문에 땅굴 안쪽으로 들어갈 수는 없고 입구에서만 내부를 볼 수 있다. 내부는 촬영한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땅굴은 높이 2.7m, 폭 2.2m, 연장 길이 68m라고 한다.
‘궁산땅굴’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 강점기 때 굴착된 곳으로, 무기와 탄약 등 군수물자를 저장하거나 김포비행장을 감시하고, 공습 때에는 부대본부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땅굴이었다고 전해진다. 이 땅굴을 굴착하기 위해 인근 지역 주민들을 보국대로 강제 동원하였다.
일본의 패전으로 해방을 맞이하면서 굴착 공사 또한 중지됐지만, 이후 이곳은 여러용도로 사용되었다. 2008년에 인근 주민 다수의 제보로 지하 땅굴을 발견하였다. 체험전시관으로 조성하기 위해 공사를 진해하던 중, 대형 낙석이 떨어져 땅굴을 폐쇄한 채 관리하다가 2018년 출입구에 땅굴 내부를 조감할 수 있는 전시관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안내문 참고)
◇ 서울에 있는 유일한 향교 ,약천향교
궁산땅굴역사전시관을 둘러본 후 ‘양천향교’로 향했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양천향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양천향교(陽川鄕校)는 전국 234개 향교 중 서울에 있는 유일한 향교다. 양천향교는 태종 11년에 유학을 토대로 건립되었는데 대성전에는 유학을 연구 강론하는 지방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서울시 문화재 기념물 제8호)
양천향교 앞쪽에는 홍살문이 세워져 있다. 홍살문은 ‘붉은 화살문’이라는 뜻으로 능(陵)·원(園)·묘(廟)·궁전·관아 등의 정면에 세우던 붉은 칠을 한 문(門)이다. 양천향교역 1번 출구와 양천초등학교 사이에 하마비가 세워져 있다.
하마비(下馬碑)는 태종 13년(1413)에 종묘나 대궐 앞에서는 ‘대소인 막론하고 말에서 내려 걸어가라’는 뜻으로 만들었으며, 그 이후 향교 앞에도 설치되었다고 한다. 당시 향교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하마비는 궁산근린공원 둘레길을 걸은 후 양천향교역으로 가는 길에 찾아보았음)
양천향교 오른쪽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궁산 역사·문화 둘레길’로 들어선다. 궁산 역사·문화 둘레길(1.63km)을 따라 걸어가면 소악루과 양천고성지 등 선조의 숨결이 어린 역사 유물도 만나고, 한강의 정취도 느끼고 숲속 힐링도 할 수도 있다.
◇ 옛 문인들의 풍류의 장, 소악루
둘레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소악루’가 보인다. 소악루(小岳樓)는 양천향교 뒷산인 궁산(74.4m)의 기슭에 자리잡은 정자로 예부터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강변의 뛰어난 절경으로 인해 문인들의 풍류의 장이 되었다. 소악루는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를 토대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도록 아름답게 복원하였다.(안내문 참고)
영조 때 동복현감을 지낸 이유(李楡)가 경관과 풍류를 즐기기 위하여 자신의 집 부근 옛 악양루터에 지었으며, 중국 동정호의 웨양루[岳陽樓] 경치와 버금가는 곳이라 하여 ‘소악루’란 이름을 붙였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 등이 이곳에 찾아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소악루를 지나 양천고성지로 오르는 길에 한강을 내려다보니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풍광이 참으로 아름답다. 옆쪽에 조그마한 ‘성황사(成隍祠)’라는 사당이 보인다. 이 사당은 성황사 신의 위패를 모신 묘당이라고 한다. 성황사 신(神)이 산 아래에 거주하는 민초(民草)들의 번영과 행복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여러 악귀를 몰아내고 재앙과 돌림병을 막아주었다고 전해진다. (성황사 안내문)
◇ 삼국시대 옛 성터, 양천고성지
‘양천고성지(陽川古城址)’는 궁산공원 정상부에 위치한 옛 성터이다. 백제 22대 문무왕이 웅진으로 천도하기 전(475년) 강 건너 고구려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쌓은 성이다. 발굴 결과 삼국시대 중 백제의 것으로 추정되는 성벽 및 기와 편, 토기 편이 출토되어 삼국의 세력 판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궁산의 정상부에 있는 둘레 200m 정도의 평지를 둘러 만든 것으로 보인다.(양천고성지 안내문)
양천고성지는 산봉우리를 에워싸서 축조한 테뫼식 산성으로 적심석과 돌 같은 성벽의 흔적이 남아있다. 산성은 축성 방식에 따라 포곡식과 테뫼식으로 나뉘는데, 포곡식은 산등성이와 계곡을 따라 쌓은 것이고 테뫼식은 산정상을 중심으로 성벽을 두른 것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이 성에 머물다가 한강을 건너갔으며 그후 행주산성 전투에서 크게 승리하였다는이야기도 전해진다. 행주대첩은 한산도대첩, 진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이라 불린다.
양천고성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둘레길을 따라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떠오르는 시(詩) 한 구절,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그 꽃 - 고은). 어디 꽃뿐이랴. 우리네 인생길에도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더 많은 것들이 보인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길, 돌아보니 자욱마다 눈물과 아쉬움과 그리움만 쌓인다. 세월은 그리움을 안고 흘러만 간다.
오늘은 궁산을 오르며 역사산책 겸 힐링산책을 하였다. 집 가까이에 도시의 허파 같은 서울식물원이 있어 참 좋다. 식물원에 들어서면 물새도 보고 나무와 풀꽃도 보고 산책도 하면서 유유자적 소요하는 시간이 내겐 소소한 즐거움이다. 엊그제는 허준박물관을 둘러보고 광주바위와 허가바위 그리고 투금탄 공암나루도 찾아보았다.
가끔은 조금 멀리 개화산 둘레길을 걷는다. 하늘길전망대에서 김포공항의 장난감 같은 비행기를 본다. 개화산 전망대에서는 한강을 내려다 본다. 강서습지생태공원에 찾아드는 철새들도 보았다. 이 모든 것들이 내겐 더없이 행복한 힐링의 시간이다.
최근 친구들과 함께 무의도 섬여행, 신시모도 섬여행, 설악산 백담사 여행을 다녀왔다.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 내려가는 인생길, 올라갈 때 못 보았던 것들이 많이 보인다. 새와 나무와 풀꽃, 자연과 함께 하면 나도 한 마리 새가 되고, 한 그루 나무가 되고 한 포기 풀이 된다. 내 마음은 물이 되고 구름이 된다. 바람이 된다. 산이 되고 바다가 된다.
[사진] 궁산 둘레길에서 촬영 (2021.06.24)
/ 2021.06.24 ‘궁산을 오르며’, 글: 김영택
△ ‘닮음과 닮지 않음 - 산경유무(山徑有無)’ 특별 전시 기간: 2021.05.04~07.28
△ 서울식물원 관람시간 안내
주제원 하절기 09:30~18:00
(월요일 휴관, 동절기 09:30~17:00)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 연중무휴(무료)
요금 5,000원 청소년 3,000원, 소인 2,000원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 연결통로 도보 3분
△ 겸재정선미술관 개관시간 안내
하절기(3월~10월) 10:00~18:00
동절기(11월~2월) 10:00~17:00
관람 요금 어른 1,000원(청소년 군경 500원)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 도보 5분
△ 궁산땅굴전시장 관람 시간 안내
오전 10:00~오후 4:00 (월요일 휴무)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 도보 5분
△ 양천향교 개방시간 안내
오전 10:00~오후 4:00 (월요일 휴무)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 도보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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