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억력 살리고 살집을 줄이는 최고의 선약 잣 / 최진규 약초학자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식품이 있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 뇌기능을 좋게 하는데 가장 좋은 식품은 무엇일까? 그것은 잣나무의 열매인 잣이다. 잣을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억력과 이해력 판단력 등이 좋아진다.
잣에는 가장 맑고 입자가 미세한 기름이 많이 들어 있다. 이 맑은 기름 성분이 뇌로 올라가서 뇌세포 사이에 끼어 있는 독성 단백질 찌꺼기와 기름때를 말끔하게 씻어낸다.
잣은 몸속에 있는 묵은 기름때를 말끔하게 씻어내어 준다. 몸속에 있는 기름때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혈관 벽에 붙어 달라붙어 굳어 있는 중성지방질이다. 혈관 벽에 기름때가 쌓여서 굳어지면 혈관이 좁아져서 잘 흐를 수 없게 되고 혈관이 약해져서 터지기 쉽게 된다.
잣알맹이 하나를 신문이나 다른 종이에 인쇄된 글씨에 올려놓고 손으로 문질러 보면 글자가 깨끗하게 지워진다. 잣알맹이 하나로 밤톨만한 글씨도 흔적 없이 지울 수 있다.
인쇄잉크에는 기름이 들어 있다. 인쇄된 글자를 물로 씻어서 지울 수 없고 지우개로 문질러 지울 수도 없다. 기름은 물로 씻어낼 수 없다. 기름을 기름으로 닦아 낼 수도 없다. 그런데 잣에 들어 있는 맑은 기름 성분은 기름을 씻어낼 수 있다.
잣에는 기름이 60퍼센트 넘게 들어 있다. 그러므로 거의 모든 식품 중에서 가장 열량이 높은 식품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잣은 기운을 나게 하고 굶주리지 않게 하는 데에도 가장 좋다. 잣을 먹으면 얼굴빛이 고와지고 살결이 매끄럽게 윤이 나며 잘 늙지 않는다.
잣은 중성지방질을 분해하여 내보내므로 몸무게를 줄이는 데에도 이상적인 식품이다. 잣은 비쩍 마른 사람이 먹으면 살이 조금씩 불어나고 살집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살집이 빠진다.
비만증은 몸에 기름이 많이 쌓여서 몸무게가 늘어난 것이다. 비만 세포는 비정상적인 세포가 아니라 기형세포이므로 신진대사과정에 방해가 될 뿐이다.
몸이 뚱뚱하면 몹시 불편한 점이 많다. 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과 같으므로 늘 몸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심하면 심장이나 간에도 지방이 쌓여 심장이나 간 기능이 약해진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걸음을 걸을 때나 심지어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차다. 동작이 느려지고 정신활동도 둔해지고 사고력이나 기억력이 낮아지고 졸음이 많이 온다.
살집이 많으면 폐활량이 적어져서 기관지염에도 잘 걸린다. 성기능에도 장애가 생기고 여자들은 불임증이 되기 쉽다. 살집이 많으면 그밖에도 당뇨병, 동맥경화증, 고혈압, 암 등 온갖 만성 질병이 오기 쉽다.
살집을 줄이려면 잣 10-15그램을 하루 2-3번에 나누어 빈속에 먹는다. 잣에 들어 있는 맑고 정밀한 기름 성분은 중성 지방을 녹여서 분해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몸이 허약해지지 않으면서도 몸무게를 줄일 수 있다.
시중에 나오는 잣은 대부분이 한 번 쪄서 껍질을 깐 것이다. 잣을 쪄야 속껍질이 매끈하게 벗겨지고 오래 두어도 산패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잣은 상온에 두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곰팡이가 피거나 변질되지만 찐 잣은 한여름철에 석 달 열흘을 두어도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찐 잣을 먹는 것은 독을 먹는 것이다. 잣을 가열하여 찌면 잣에 들어 있는 맑고 부드러운 기름이 굳기름으로 바뀐다. 경화된 기름은 오히려 독이 되어 몸속에 쌓여 비만증과 동맥경화, 심장병 등의 원인이 된다.
잣은 반드시 날것으로 먹어야 한다. 찐 잣을 먹거나 잣죽을 끓여 먹는 것은 일시적으로 기운을 나게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독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20여 년 전부터 사람들한테 찐 잣을 먹지 말고 생잣을 먹으라고 열심히 가르친 덕분에 요즘에는 시중에서 생잣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시중에서 생잣을 구하기 어려우면 우리나라에서 잣이 가장 많이 나는 곳이 경기도 가평이므로 인터넷에서 가평 잣 까는 공장을 검색해서 주문하면 된다. 생잣은 금방 산패되므로 받는 즉시 냉장고의 냉동실에 넣어 두고 조금씩 꺼내 먹어야 한다. 냉장고가 백해무익이지만 오직 잣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의 글은 30년쯤 전에 어느 잡지에 썼던 글이다. 다시 보니 서투른 데가 많지만 그대로 싣는다.
신선(神仙)의 음식(飮食) 잣
열치매 나타난 달이
흰 구름 좇아
떠가는 게 아닌가
새파란 냇물에
기랑(耆郞)의 모습이 있어라
냇물의 조약돌에
낭(郞)이 지니시던
마음의 끝을 따르고자
아으, 잣나무 가지 높아
서리 모르실
화랑의 장(長)이여
ㅡ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충담사
잣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주로 자라는 특산 나무다. 잣나무는 모든 나무 가운데 으뜸이요, 그 열매인 잣은 모든 열매 가운데 으뜸이다. 우리 땅에 나는 모든 토종 나무 가운데 임금이 바로 잣나무다. 우리 겨레는 이 잣나무로 하여 세계의 어느 민족보다 복 받은 민족이다.
북풍한설(北風寒雪)이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진한 녹청(綠靑)빛 잎을 지닌 채로 자로 잰 듯이 곧게 서 있는 표연(飄然)한 자태는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불굴의 의지와 고결한 선비정신의 표상이었고, 절간의 뜨락에 의연하게 서 있는 잣나무는 ‘뜰 앞에 잣나무로다’라는 화두(話頭)가 널리 알려질 만큼 진리를 깨닫기 위한 선정(禪定)의 상징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수백 년을 푸름을 잃지 않는 속성과 고고하면서도 단아한 품위가 있어서 장생불사(長生不死)와 신선세계(神仙世界)의 상징으로 널리 칭송되기도 했다.
잣나무는 우리 겨레의 나무다. 예부터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잣을 부러워하여 잣나무를 신라송(新羅松), 잣을 신라송자(新羅松子)라 부르면서 매우 귀하게 여겨 이를 얻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많이 썼다. 중국에는 우리나라에 있는 것과 같은 잣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잣나무는 우리나라와 만주, 시베리아 일부에만 나는데 그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땅에 집중적으로 많이 자란다. 만주와 시베리아 남쪽의 연해주 일대의 땅은 수천 년 동안 우리 겨레의 영토였으므로 잣나무는 한국 문화권에만 자라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특산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잣나무는 키 30미터, 직경 1.5미터쯤까지 자라는 바늘잎 큰키나무로 수명은 5백년 넘게까지 산다. 우리나라 중부 이북지방에 많이 자라고 남쪽지방에서는 높은 산에서 심어 가꿀 수 있다. 산중턱이나 골짜기 사이의 기름진 땅에서 잘 자란다.
잎은 바늘 모양으로, 다섯 개의 잎이 뭉쳐 한 다발을 이루므로 오엽송(五葉松)이라고도 한다. 잎의 길이는 10센티미터쯤인데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어 만지면 약간 껄끄러운 느낌이 든다. 잎을 자세히 보면, 세모꼴이고 두 면에 흰 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는 기공선(氣孔線)으로 잎의 숨구멍이다.
암수한그루로 5월 무렵, 가지 끝에 2∼5개씩 녹황색 암꽃이 달리고 새로 난 가지 밑에 덩어리로 피어 뭉쳐 붉은 빛이 나는 수꽃이 5∼6개씩 달린다.
잣나무는 자람이 느린 편이어서 열매를 맺기까지는 적어도 12년이 걸린다. 꽃이 피어 잣 열매가 결실하는 데도 2년이 걸린다. 5월에 꽃이 피어 조그마한 솔방울 같은 모양으로 달려 있다가 다음해부터 커지기 시작하여 가을이 되면 한 뼘쯤 되는 길이에 타원꼴인 잣송이가 달린다. 잣송이 속에는 일그러진 세모꼴의 잣이 1백 개쯤 들어 있다.
잣나무에는 이름이 많다. 이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백자목(柏子木), 신라송(新羅松), 조선오엽송(朝鮮五葉松), 과송(果松), 백목(柏木), 송자송(松子松), 오립송(五粒松), 유송(油松), 홍송(紅松), 해송(海松) 따위의 여러 이름이 있는데 이 가운데 홍송(紅松)이란 말은 목재가 아름다운 붉은 빛을 띠기 때문에 붙인 것이고 유송(油松)이란 말은 송진이 많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잎이 흰 가루를 덮어씌운 듯 창백한 녹백색을 띠고 있는 까닭에 흡사 서리를 뒤집어쓴 것 같다고 하여 상강송(霜降松)이라는 아명(雅名)도 있다.
잣나무 목재는 결이 매우 아름답고 가벼우며 다듬기가 쉽고 쉬 썩지 않으며 좋은 향기가 있어서 최고의 재목으로 친다. 고급 건축재나 가구재, 판재(板材), 관재(棺材)로 대단히 인기가 있다. 성경의 창세기에 하느님이 노아에게 잣나무로 방주를 만들라고 일렀다는 기록이 있는 것처럼 예로부터 훌륭한 선박용재이기도 했다.
잣나무로 만든 배를 백주(栢舟)라고 한다. 그러나 성경에서 잣나무라고 한 것은 잣나무가 아니라 요즘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가로수로 많이 심는 히말라야시다와 비슷한 나무인 고펠나무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고펠나무는 중동지방에서 가장 아름답고 좋은 나무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의 잣나무는 그것보다 더 아름답고 쓸모가 많은 나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잣나무가 자라지 않으므로 잣나무 재목을 특별히 신성하게 여겨 신사(神社)의 기물을 만드는데 쓴다.
요즘은 우리나라에 잣나무가 그다지 흔하지 않지만 옛날에는 매우 흔한 나무였다. 우리 민족은 송백(松栢) 또는 죽백(竹柏)이라 하여 잣나무를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가장 사랑한 까닭에 잣나무를 널리 심고 가꾸었다. 특히 무덤 둘레에 심기를 좋아했는데 그것은 잣나무의 강인한 생명력과 청정(淸淨)한 기운이 무덤을 지켜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흔하던 잣나무가 드물어진 것은 재목으로 쓰기 위하여 베어 버리고 다시 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즈음 송백(松柏) 같던 민족의 절개, 민족혼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은 잣나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 그러나 최근에 전국의 산에 잣나무 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잣나무를 심을 때 낙엽송 20그루에 잣나무 한 그루씩 섞어 심으면 낙엽송 잎이 잣나무의 거름이 되어 잘 자라고 열매도 실하게 되니 장려할 만하다.
잣나무 열매인 잣은 예로부터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알려질 만큼 그 영양가와 약효를 높이 쳤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의약의 신으로 받드는 신농씨(神農氏)와 같은 무렵에 살았던 적송자(赤松子)라는 사람은 잣을 많이 먹어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중국인들도 우리나라에서 나는 잣을 제일로 쳐서 명나라의 약초학자 이시진도 에서 ‘신라송자(新羅松子)의 약효가 으뜸’이라고 했다. 송나라 태조 때에 나온 에도 ‘신라 잣은 신선도(神仙道)를 닦는 사람들이 먹으며 신라에서 온다. 중국에서 난 솔씨는 알이 잘고 약효가 보잘 것이 없다’고 기록하였다.
에 잣은 관절염, 현기증, 기침, 변비, 멀미, 불면증, 건망증, 심계(心悸), 식은땀, 다몽(多夢), 피로회복 등에 좋고 살결을 윤택하게 하여 피부미용에도 좋은 효능이 있다고 적혔다. 또 에는 ‘불기(不飢), 윤오장(潤五臟), 산수기(散水氣), 거사근(去死筋)’이라고 적혀 있다. ‘불기’는 주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잣을 먹으면 오랫동안 뱃속이 든든해서 배가 고프지 않다는 뜻이다. ‘거사근(去死筋)’은 쓸모없는 살을 제거하여 준다는 뜻이고 ‘산수기’(散水氣)는 물기(水氣)를 흩어 버린다는 뜻이므로 쓸모없는 살을 없애고 물기를 빼 주면 저절로 살이 빠지게 된다. 그래서 요즘 서양에서는 잣으로 살 빼는 약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토종 잣은 체중을 줄이는 데에도 가장 좋은 식품이다.
이처럼 일찍부터 신라 잣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진 까닭에 조선시대 때에 중국은 우리나라의 잣을 탐내어 공물(供物)로 많은 잣을 바칠 것을 요구했고, 잣을 따서 바치기 위하여 우리 백성들은 수치스러운 고생을 겪어야 했다.
잣은 영양가가 풍부하고 고소한 맛과 향이 일품이어서 자양강장제로 최고이다. 1백 그램에서 6백 70칼로리의 열량이 나와서 모든 곡식과 열매 중에서 가장 많은 열량이 나오며 비타민 B와 철분, 회분 등이 많이 들어 있다.
글쓴이는 20대에 전국의 산천을 유랑하던 중에 깊은 산속에서 장마를 만나 움막 속에 있으면서 날마다 잣 한 홉씩을 까서 먹으며 한 달을 연명한 일이 있는데 잣은 매우 훌륭한 비상식량이었다.
잣의 영양성분 분석을 보면 다음과 같다. I백 그램에 수분 5.5퍼센트, 단백질 18.6그램, 지방 64.2그램, 당질 4.3그램, 섬유질 0.92그램, 회분 1.5그램, 칼슘 13밀리그램, 인 1백 5밀리그램, 철분 4.7밀리그램, 비타민 A 53아이유, 비타민 B, 0.03밀리그램, 비타민 B2 0.1밀리그램, 나이아신 7밀리그램.
잣을 이용한 음식은 보통 잣죽이나 잣엿이 알려져 있지만 그것 말고도 잣을 섞어 굳힌 백자당(拍子糖), 잣백산, 잣산자 같은 유밀과나 잣단자〔柏子團〕, 잣가루로 묻힌 잣가루강정 등 고유의 민속음식(民俗飮食)이 많다.
고려의 명종 임금은 잣술〔栢子酒〕을 담가서 늘 애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잣술은 허약체질을 고치는 귀한 약술로 궁중이나 고관대작을 통해서 조선조 중엽까지 만드는 방법이 비전되어 왔다.
수정과나 식혜에도 잣알 몇 개를 띄우는데 그 풍미는 우리 음식만이 가진 멋이고 신선로에도 은행과 함께 없어서는 안 될 재료의 하나다.
잣은 식용으로뿐만 아니라 약으로도 효과가 크다. 문헌에 기록된 잣의 약성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잣은 성질이 평온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폐경, 위경, 대장경에 들어간다. 기와 심, 폐를 보하고 풍을 없애며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 정력을 강화하고 심기(心氣)를 키워 주며 식은땀을 멎게 하며 비위를 튼튼하게 하며 기력을 높이고 오래 살게 하며 요통을 치료한다.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불로장수하게 할 뿐 아니라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한다.”
몇 년 전 중국 연변 지방을 여행할 적에 백두산 북쪽 삼림 속에 있는 민가에서 여러 날을 묵은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들은 얘기에, 백두산 지역의 옛적 화전민(火田民)들은 가을에 감자 수확을 끝내면 잣나무 숲을 찾아가서 잣송이를 있는 대로 따서 모아 - 따기 힘든 나무는 그냥 베어 버린다고 한다. - 잣알맹이를 방 하나에 가득 채우고는 겨우내 가족들이 모여 앉아 잣만 까먹으며 겨울을 난다고 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영하 수십 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고 눈이 몇 길씩 쌓여도 별로 추위를 느끼지 않는데 그것은 잣알맹이에 들어 있는 기름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라 안에서는 경기도 가평군에서 잣이 가장 많이 나고 강원도 홍천, 평창 등지에서도 많이 난다. 가원도 홍천군의 강원대학교 연습림이나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전패봉 일대에 가면 아름드리 잣나무 숲이 10리를 두고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일제 강점기 시대에 심은 것이다.
요즈음 값이 싼 대만산 잣을 대량으로 수입하여 한국산 잣값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대만 잣은 우리나라 잣나무와는 전혀 다른 온대성 잣나무에서 열리는 것으로 맛과 영양가치, 약효가 한국 잣의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잣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이다.
잣송이는 나무 꼭대기와 가지 끝에 달리므로 잣을 따는 일은 대단히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20∼30미터 높이의 잣나무를 뾰족한 쇠가 박힌 신발을 신고 올라가서 장대로 잣송이를 두들겨 땅으로 떨어뜨려 따는데, 잣나무가 많은 지역에서는 해마다 잣을 따다가 떨어져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여럿 생긴다.
잣나무는 어릴 적에는 그늘을 좋아하지만 점차 커지면서 햇볕을 좋아하게 된다. 3∼4년생까지는 자람이 매우 더디고 10년생까지도 느리다가 그 이후부터는 성장이 빨라지는 성질이 있다.
나라 안에는 수백 년을 묵은 큰 잣나무가 별로 없다. 모두 크게 자라기 전에 일찍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라 안에서 가장 큰 잣나무는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연산리에 있는 것으로 3백년쯤 된 노목이다. 둘레 3미터에 키가 20미터쯤 되는 나무인데 마을에서 신목(神木)으로 받들고 있다.
정월 보름날에 잣불을 놓아 그 달의 운수를 점치기도 했던 잣, 그리고 잣나무. 잣나무는 우리 겨레에게만 주어진 위대한 하늘의 선물이다. 옛말에 마을 둘레에 잣나무를 심으면 마을이 번창하고 자손이 부귀를 누리게 되며, 여인이 아이를 가졌을 때 잣나무 숲을 거닐면 도량이 넓고 훌륭한 인물을 낳는다 하였으니 앞으로 우리 겨레가 번창하고 부귀와 풍요를 누리려면 잣나무를 많이 심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음식으로나 약으로나 목재의 용도로나 정서적 가치로 보나 잣나무는 우리 산천이 만들어 낸 최고의 보물 가운데 하나다. 잣나무가 있어 복 받은 나라여.
각원(覺園)에 꽃이 붉으니
봄빛 오래 따스하고
선정(禪庭)에 잣나무 푸르니
달이 홀로 싸늘하다
ㅡ 최자/고려의 문신
[출처] 최진규 '약초학교'(2018-08-07)에서
/ 2021.01.2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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