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풀꽃산책] (1) 능소화 꽃 피어난 홍릉수목원 - 홍릉숲의 여름 풍경 (2019.07.07)

푸레택 2019. 7. 8. 09:22
























































































































■ 그리움에 젖은 능소화 꽃 피어난 홍릉수목원 -홍릉숲의 여름 풍경 (1)
 
폭우가 쏟아져야 할 장마철인데 비가 오지 않아 대지가 몹시 메마르다. 가물 땐 기우제 지내 듯 소월의 '왕십리(往十里)'를 읊어본다.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오늘은 고등학교 친구 L, K와 함께 오랜만에 홍릉숲을 찾았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나무와 풀꽃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봄꽃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여름꽂들이 여기저기 피어나 뭉게구름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여름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약용식물원에 황금빛으로 만개한 모감주나무가 나를 맞아준다. 모감주나무는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참으로 멋진 나무다. 모감주나무는 영어로 'Golden rain tree', 황금비 내리는 나무다. 활짝 피어난 꽃들이 정말 황금비가 내리는 듯 아름답다. 황금빛 꽃이 지면 청사초롱 같은 녹색빛 열매 주렁주렁 매달고 갈색빛으로 변하면서 가을은 오고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리라. 꽃말이 '자유로운 마음'이라니 꽃과 열매만큼이나 멋지다.
 
본관 건물 앞 온몸 가득 주황색 꽃 주렁주렁 매단 능소화(凌霄花) 꽃이 귀한 계절에 '나 여기 있노라' 맘껏 존재감 드러낸다. 역시 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야 제멋이다. 구중궁궐 님 그리는 소화(霄花)는 죽어서도 능소화 꽃 되어 한여름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리움에 젖어있는가?
 
여기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지 않아도 홀로라도 능히 아름다운 꽃 있으니 그대 이름 백합(百合), 나리꽃이여. 꽃다운 젊은 시절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내년을 기약한다.
 
오랫만에 만난 벗인양 범부채꽃 만나 반가운 인사 나누어 본다. 박새와 여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린 서로 다르다고 눈짓하고 새로 개방한 연못가에 피어난 부처꽃엔 온통 나비떼들뿐. 흰배롱나무와 무궁화, 왕원추리 꽃이 한창 피어나고 삼백초와 약모밀, 냉초꽃은 다음 해를 기다리며 씨앗을 준비한다.
 
농구장 울타리에 계요등(鷄尿藤)이 힘차게 뻗어 올라간다. 계요등(鷄尿藤)은 계뇨등이라고 표기해야 맞는데 식물학자들은 한번 정한 이름을 절대 고치지 않는다. 이십 년 전쯤 제주도 해안에서 계요등을 처음 보았다. 흰색 바탕에 안쪽은 자줏빛을 띠는 작은 종 모양의 앙증맞은 꽃이 참 귀엽고 인상적이다. 잎을 비비면 닭 오줌 냄새가 난다 하여 계요등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데 더 멋진 이름으로 불러줄 수는 없었을까?
 
박쥐나무 옆을 지나는데 마침 숲해설가 이야기 소리 들려온다. 큰키나무 아래에서 살아가는 떨기나무의 생존 전략을 박쥐나무를 예로 들어 쉽고 재미있게 해설한다. 숲해설은 늘 들어도 새롭고 배울 게 많다.
 
약초원쉼터에서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고종(高宗)이 들러 물을 마셨다는 어정(御井)을 둘러보고 금강소나무, 반송, 정이품송, 너도밤나무, 능소화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며 유유자적 한적한 숲길을 한 시간 쯤 걸었다.
 
오는 길에 가까운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을 둘러보고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느끼며 막국수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친구 K, 건강 많이 회복하고 새로운 꿈을 꾸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멋진 모습이 잔잔한 감동의 잔향(殘香)을 남긴다. 천도복숭아 한 상자 사서 나누어 주는 벗의 따뜻한 마음과 진한 우정(友情)을 배낭 깊숙이 고마움과 함께 간직하고 청량리역에서 경의중앙선 문산행(文山行) 열차에 몸을 실었다.
 
'나는 지금껏 잘 살아왔노라 자긍심을 갖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꿈을 꾸며 살아가자'는 친구의 우정 어린 말들이 자꾸 귓가를 맴돈다. 열차 차창밖 여름 풍경이 오늘따라 더없이 평화롭다.
 
글=김영택 2019.07.07
 
● 오늘 사진으로 담은 나무와 풀꽃
 
1 무궁화
2 흰배롱나무
3 모감주나무
4 우엉
5 범부채
6 딱지풀
7 냉초
8 은꿩의다리
9 으아리
10 종덩굴
11 마타리
12 삼백초
13 약모밀(어성초)
14 부들
15 미국자리공
16 범꼬리
17 단풍마
18 도꼬마리
19 여로
20 박새
21 지리강할
22 참억새
23 고사리삼
24 속새
25 큰뱀무
26 승마
27 개부처손
28 참나리
29 큰까치수염
30 도깨비부채
31 여우오줌
32 뚱딴지(돼지감자)
33 삼지구엽초
34 도라지
35 익모초
36 백송
37 낙우송
38 메타세콰이어
39 솔송나무
40 구상나무
41 자귀나무
42 어수리
43 일월비비추
44 계요등
45 능소화
46 꽃댕강나무
47 왕원추리
48 부처꽃
49 꼬리조팝나무
50 기린초
51 곰취
52 백합
53 정이품송(소나무)
54 반송(소나무)
55 너도밤나무
56 장구밤나무
 
● 왕십리 (往十里) /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 '왕십리(往十里)'는 시인이 22살이던
청년 시절(1923년)에 발표한 시(詩)다.
 
☆ 김소월 '왕십리' 시비(金素月 往十里 詩碑)
 
김소월(金素月) 왕십리(往十里) 시비(詩碑)는 서울시 성동구(城東區) 왕십리(往十里) 네거리에서 소월아트홀로 옮겼다가 2010년 9월 15일 왕십리 광장에 다시 세워졌다. 김소월의 시비(詩碑)는 처음에 남산(南山)과 소월아트홀에 건립되었다.
 
김소월이 쓴 (1923년)라는 시는 쉽게 오고 갈 수도 없는 정한(情恨)의 아쉬움과 쓸쓸함이 가득 차 있다. 김소월이 왕십리에서 하숙을 할 무렵, 가장 절친했던 정인(情人)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미나리꽝이 즐비한 물고랑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소월은 이별이 아쉬워 가슴으로 이 시(詩)를 썼다.
 
손을 흔들며 떠나는 사람과 그 사람을 보내며 돌아오면서 시(詩) 속의 화자는 회상과 그리움 속에서 몸은 돌아오고 있지만, 마음은 떠난 이와 함께 천안, 아니면 그리운 그 사람이 가는 어디까지 계속 같이 가고 있는 듯 느낀다.
 
는 한국 정서에 오래도록 남을 서정시다. 김소월이 왕십리에서 하숙을 했을 당시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한국 문단의 유명한 문인들이 비가 오는 날이면 왕십리에서 함께 모여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 성동문화원(城東文化院)
 
● 오늘의 말 한 마디
 
사람들은 옳은 말을 하는 사람보다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불행은 사소한 일들을 무시할 때 생겨나고
행복은 사소한 일에 관심을 기울일 때 생겨난다.
 
보잘 것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눈 여겨보는 지혜를 키워라.
모든 결과는 작은 시작에서부터 비롯된다.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져라
위대한 발명도 아주 사소한 계기로부터 이루어진다.
 
아주 보잘 것 없는 것들을 눈 여겨보는 지혜야말로
성공의 근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