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 고향 학교 군대 교단

[퇴임사] 정든 교단을 떠나며 (2013)

푸레택 2019. 3. 1. 20:41

 정든 교단을 떠나며...

 

나뭇가지 눈꽃 무게 견디며 목련은 봄을 기다리고 커다란 함박눈이 소년의 눈썹 위에 쏟아져 시린 눈 속에 파고드는데..

오늘도 사랑과 열정으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시는 선생님,한없는 인내심으로 묵묵히 교단을 지키며 참교육에 헌신하시는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이제 저는 모든 것 내려놓고 떠나려 합니다.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기쁘게 공부하는 학생들 온갖 창의력을 동원하여 즐겁게 생활하는 학생들, 사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제는 유리창 너머로 지켜보며 정든 교정을 떠납니다.

 

가슴 벅찬 마음으로 교단에 선지 어느 덧 삼십팔 년, 긴 세월 속 교직 생활을 마감하고 이제 조용히 홀가분한 마음으로 물러갑니다. 지금 되돌아보니 모두가 아름다운 삶의 순간이었고 축복이었습니다. 다만 좀 더 일찍 그 때 그 순간순간이 행복임을 느낄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만이 남습니다

 

지난 교직생활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길을 떠나려 합니다. 나무와 들풀, 새와 곤충을 친구 삼고 숲과 물과 바람과 하늘을 벗 삼아 인생 이모작의 생태적 삶을 꿈꾸려 합니다. 이 길 위에 사랑과 소망의 새싹을 심으려 합니다.

 

숲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을 읽으니 신갈나무는 담쟁이덩굴을 부러워하지 않고 담쟁이덩굴은 신갈나무를 부러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타자의 길을 부러워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다운 삶을 살면서 숲의 공동체를 이루어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간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아보려 합니다.

 

그 동안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도와주시고 격려해 주신 선생님, 넘치는 사랑과 축복을 주신 모든 교육 가족 여러분들께 거듭 깊은 감사를 드리며, 행복했던 교단 생활의 길고 긴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이제 모든 것 내려놓고 개학 없는 방학에 들어갑니다.

 

혹 그동안 저의 경솔한 말과 행동으로 본의 아니게 선생님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거나 마음에 상처를 끼쳐드린 경우도 있을 터인데, 부덕한 저의 허물을 이해해 주시고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선생님의 가정에 행복과 기쁨 충만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201324

명예퇴직 교사 김영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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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삼월이 돌아오면 학창시절 새학년 교과서를 받아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첫 학교 처음 교단에 서던 날,행복했던 시절 아름다운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그리고 모든 것 뒤로 하고 교단을 떠나오던 그날이 떠오른다.

세월이 꿈같이 흘러갔다.

6년 전 이맘때쯤 명예 퇴직을 했다.38년 간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왔다.조용히 물러나고 싶어서 퇴임식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퇴임사 한 장은 보내 달라는 말씀에퇴임사를 PDF 파일로 만들어서 전송해 드렸다. 나의 38년간 교직 생활은 한 쪽 짜리 파일로 끝이 났다.오늘 그때 보내드린 퇴임사를 다시 꺼내 읽어보며다시금 새 꿈, 새 소망, 새 삶을 다짐해 본다.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찾아온다.파랑새는 늘 내 곁에 있다.

김영택 / 2019.02.28(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