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오철우의 과학풍경] 학술논문 심사 공개하는 '열린 과학'

푸레택 2022. 9. 8. 21:09

[오철우의 과학풍경] 학술논문 심사 공개하는 '열린 과학' (daum.net)

 

[오철우의 과학풍경] 학술논문 심사 공개하는 '열린 과학'

[오철우의 과학풍경] 오철우 |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버섯 균류에도 소통의 언어가 있다? 과학 뉴스의 제목에 끌렸다가 점점 실제 논문이 궁금해져 학술지 사이트를 찾아갔다. 영국 <

v.daum.net

버섯의 균사체에 전극을 꽂고 전기신호를 측정하는 모습. 앤드루 아다마츠키 (2022) &lsquo;왕립학회 공개과학&rsquo; 제공.

버섯 균류에도 소통의 언어가 있다? 과학 뉴스의 제목에 끌렸다가 점점 실제 논문이 궁금해져 학술지 사이트를 찾아갔다. 영국 <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에 실린 화제의 논문은 버섯들 사이에서 관측되는 미세한 전기신호를 분석해보니 인간 언어와 비슷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저자인 영국 대학의 앤드루 아다마츠키 교수는 느타리버섯, 치마버섯을 비롯해 4종의 균류에 미세전극을 꽂아 전기신호를 측정하고 그 패턴을 수학적 모형으로 분석했다. 버섯 언어에 문법적 구조가 있는지를 더 살피겠다는 후속 연구 계획도 밝혔다. 어찌 됐건 기발하고 과감한 연구에 수여되는 이그노벨상의 후보가 될 만하지 않을까?

기발한 논문을 보러 들어간 학술지에서는 과학논문 출판의 새로운 변화도 볼 수 있었다. <오픈 사이언스>는 이름에 걸맞게 논문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출판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논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구체적인 문제 지적과 수정 요구 같은 심사 내용이 심사자 실명과 함께 공개되었다. 물론 실명은 심사자의 동의를 거쳐 공개된다.

일반적으로 논문 심사 내용은 투고자에게만 공개되며 또한 심사자는 익명으로 처리된다. 그런데 익명 심사를 두고 여러 문제가 제기되면서 그동안 심사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꾸준히 논의돼왔다. 이 학술지의 심사 공개 정책은 이런 오랜 논의의 결과물로 보인다. 찾아보니 다른 학술지 <플로스 원>도 저자와 심사자의 자율선택에 따라 심사평을 공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심사 공개 덕분에 우리는 버섯 언어에 관한 한편의 과학논문이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토론과 문제 수정을 거쳤는지, 즉 논문 한편의 이력서를 볼 수 있게 됐다.

논문에 달린 댓글도 눈에 들어왔다. 대중매체의 독자 댓글은 이제 익숙한 미디어의 한 요소가 됐지만, 학술논문에 달리는 댓글은 아직 생소하게 읽힌다. 버섯 언어를 다룬 논문에는 11건의 댓글이 달렸다. 짧은 응원과 호평, 진지한 의견도 있었고 일반 시민의 글도 눈에 띄었다. 오탈자를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다. 이 학술지는 주로 논문의 오류를 바로잡고 연구방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글로 댓글을 한정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과학논문 심사와 출판 제도는 17세기 이래, 특히 19세기 이후에 지금과 비슷한 체계를 갖추었다. 종이 출판이 줄고 디지털 온라인 출판이 늘면서 과학논문 출판에도 여러 갈래로 변화가 모색된다. 물론 새로운 시도가 만능은 아니다. 온라인 대중매체에서 보듯이 또 다른 문제도 생겨날 것이다. 그렇더라도 논문 심사·출판의 투명성은 열린 과학이 나아가려는 한갈래 방향이 되어가는 듯하다.

오철우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ㅣ한겨레 2022.04.19

/ 2022.09.08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