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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한줄기 바람 같은 강렬한 범무늬, 범부채꽃

푸레택 2022. 8. 30. 08:35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한줄기 바람 같은 강렬한 범무늬, 범부채꽃 (daum.net)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한줄기 바람 같은 강렬한 범무늬, 범부채꽃

후텁지근한 한여름 바람 일으키는 기품있는 범부채꽃 강렬한 범 무늬 붉은 반점, 가을엔 영롱한 흑진주 열매 고려시대 ‘호의선(虎矣扇)’으로 불린 한국 자생식물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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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시 한옥레스토랑 &lsquo;고당&rsquo; 뒤뜰에 피어있는 범부채꽃은 한줄기 시원한 바람 같은 강렬한 인상의 여름꽃이다. 2022년 8월 초 촬영

후텁지근한 한여름 바람 일으키는 기품있는 범부채꽃
강렬한 범 무늬 붉은 반점, 가을엔 영롱한 흑진주 열매
고려시대 ‘호의선(虎矣扇)’으로 불린 한국 자생식물

 

‘바람/한 점 없는/쨍한/여름 한낮/홀로/바람을 타는/범부채 꽃//바람에/흔들려야 꽃이라는 듯/스스로/부채가 되어/바람을 탄다 ’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매일 아침 회원에게 보내주는 향기메일의 ‘향기작가’인 백승훈 시인의 시 ‘범부채꽃’이다. 범 무늬가 선명한 황적색 꽃이 하늘을 향해 치솟은데다, 날카롭고 납작한 칼을 닮은 잎사귀들이 부챗살처럼 펼쳐져 범부채라 불렀다.

원색의 꽃과 바람을 일으키는 듯 시원한 잎사귀를 가진 범부채꽃은 강렬하고 인상적인 여름꽃이다. 시인은 끝부분이 뾰족하고 날카로우며 넓적한 칼을 닮은 잎들이 부챗살처럼 펼쳐져 후텁지근한 한여름 스스로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에 범부채꽃을 비유했다.

범부채는 꽃도 특이하지만 잎과 줄기도 기품 있다. 꽃이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황적색 바탕에 촘촘히 박힌 호피무늬의 선명한 붉은 반점부터 인상적이다.‘레오파드 릴리(leopard lily)’라는 영어 이름처럼 꽃잎의 범 무늬가 뚜렷하다. 원줄기 끝과 가지 끝이 1∼2회 갈라져 한 군데에 몇 개의 꽃이 달린다. 6개의 꽃잎은 꽃받침에서 갈라져 멀찍이 떨어져 있고 꽃 중앙에 3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꽃봉오리는 작은 꽃잎을 겹겹이 포갠 모양새다. 꽃이 진 모습은 회오리처럼 감긴 나선형으로, 꽃이 진 모습이 너무도 단정해 ‘뒷모습조차 아름다운 여름꽃’이란 찬사를 받는다. 잎은 녹색 바탕에 묽은 흰색을 코팅한 것처럼 신비한 빛이 나며 아름답다. 9∼10월에 열리는 씨앗은 흑진주처럼 영롱하고 아름답다. 타원형인 종자는 포도송이 같고 검은색으로 구슬처럼 윤기가 난다. 범부채 꽃말이 왜 ‘정성 어린 사랑’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한옥 뜨락과 정원 등에 관상용으로 안성맞춤인 범부채의 강렬한 원색과 화려한 색감 의 꽃 때문에 외국에서 온 식물로 착각하기 쉽다. 범부채는 고려시대 ‘호의선(虎矣扇)’이란 기품있는 이름으로 불린 한국 자생식물이다. 우리나라,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 걸쳐 피어난다. 꽃이 작고 단아하며 꽃줄기에 몇 개만 피어 있어 고상하고 동양적 느낌을 준다. 한옥 흙담과 뜨락의 기와와 어우러진 범부채는 한폭의 동양화다.

감기 약이 없었을 당시 옛 어른들은 마당에 심은 범부채를 약재로 썼다. 관상용 화초로 훌륭하지만 집에 갑자기 감기나 독감으로 목이 아플 때 범부채 뿌리를 달여먹었다고 한다. 범부채 뿌리는 목이 아플 때 특효약으로 쓰였다. 범부채는 백합목 붓꽃과의 어래살이 풀이다. 원래 중부 이남 섬지방과 해안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지만 지금을 서울을 비롯한 경기권 등 지방에서도 잘 자란다. 범부채는 물빠짐이 좋은 양지나 반그늘 풀숲을 좋아하지만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잘라 키우기 쉬운 식물이다.

범부채와 이보다 꽃 크기가 작은 애기범부채는 같은 붓꽃과이긴 하지만 학명은 완전히 다르다. 애기범부채 학명은 ‘몬트브레티아(Montbretia)’. 범부채는 ‘벨람칸다 시넨시스(Belamcanda chinensis)’에서 ‘아이리스 도메스티카(Iris domestica)’로 학명이 바뀌었다고 한다. 붉은색 혹은 주황색 계통 꽃잎이 가늘고 길게 붙어 있는 점은 닮았지만 범부채는 물감을 흩뿌린 듯한 범 무늬가 있는 반면 애기범부채는 무늬가 없다. 범부채는 줄기끝에 꽃이 드문드문 달리는 반면 애기범부채는 꽃이 연이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애기범부채는 프랑스의 르모앙이 크로코스미아(Crocosmia) 속의 두 종을 교잡해 만든 개량종이라 더 화려한 꽃으로 개량한 것이라고 한다. 범부채꽃은 꽃잎이 하늘을 향해 위로 피어있는 반면 애기범부채는 꽃잎이 살짝 아래로 쳐져 있다.

7월이면 전남 신안군은 압해읍 송공리 ‘천사섬 분재공원’에서 3000만송이의 애기범부채를 선보이는 ‘크로코스미아 꽃 축제’를 개최한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ㅣ문화일보 2022.08.20

/ 2022.08.30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