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순간으로 세계 최고가 기록한 데이비드 호크니 (daum.net)
지난해 영국 작가 호크니의 1972년작 ‘예술가의 초상’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019억에 팔렸다. 생존 작가로 세계 최고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 작품이라는 수식어 덕분일까. 요즘 미술 애호가들의 발걸음이 몰리는 곳이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1937~ ) 개인전이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이다. 왜 이 그림이 위대한 걸작인 걸까. 그만한 작품가의 가치가 있는 걸까. 많은 이들이 묻고 있다.
‘예술가의 초상’은 밝은 햇살이 자연과 수영장 위에 빛나는 그림이다. 이 작품 속 인물을 보며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왠지 모를 긴장감이다. 호크니 작품의 상징은 ‘수영장’과 ‘이중 초상화’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작업한 작품 중 두 가지를 모두 담은 작품은 ‘예술가의 초상’이 유일하다. 이 요인이 세계 최고가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사진보다 나을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호크니 역시 현대 회화의 의미에 끊임없이 질문해온 작가다. 그는 회화란 카메라가 볼 수 없는 것을 그려야 한다고 답한다. 카메라는 대상을 오래 관찰해야 얻는 정신과 본질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짜 보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정말 그러한지 작품을 살펴보자.
호크니는 ‘다시, 그림이다: 데이비드와의 대화’의 저자인 마틴 게이포드를 그렸다. 마틴은 “호크니는 내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내게 다리를 꼬고 앉도록 요구했다. 이는 영국인다운 것이었고, 뉴요커가 앉은 방식과 달랐다”고 회상했다. 이렇듯 호크니는 인물마다 개성을 뛰어난 색감과 화법으로 보여줬다. 특히 ‘이중 초상화’ 마다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의자를 놓은 방향이나 시선의 방향을 통해서 인간관계의 친밀감과 거리감, 갈등,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구성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는 ‘나의 부모님’, ‘클라크 부부와 퍼시’, ‘미국인 수집가’ 등이 있다.
이쯤에서 에드워드 호퍼가 떠오른다. 호퍼는 20세기 풍요로운 미국 사회를 묘사했다. 호퍼의 그림에는 익명의 사람들이 고독하게 등장한다. 호퍼가 풍요로운 대도시의 주택, 카페나 사무실 등을 그렸다면 호크니는 풍요로운 미국 가정 내 수영장과 실내 공간 등을 그렸다.
두 사람의 다른 점은 뭘까. 호퍼는 고독한 군중을 익명으로 그리느라 눈, 코, 입도 명확하지 않았다. 반면 호크니는 그 반대다. 그의 그림은 너무나 사적이다. 주변 유명인, 가족, 가정부, 안마사, 연인 등을 섬세하게 그렸다. 작품마다 초상화의 인물이 누구인지 제목을 붙이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주변인의 특징을 그려 넣었다.
‘예술가의 초상’ 역시 동성애자인 그가 이별한 아픔을 주제로 그렸다. 서 있는 사람이 연인이며 물속의 인물이 호크니라고 얘기된다. 호크니는 1960년대 초 영국의 동성애 반대 법안에 도전하는 그림들로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런 작업의 연장이 ‘수영장’ 연작이다.
지금까지 살펴봐도 호크기 작품이 위대한 걸작이냐는 질문에 답을 얻기가 힘들다. 호크니 개인의 경험에 대한 그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실존주의는 개인의 자유, 책임, 주관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적, 문학적 흐름이다.
근대미술은 개인과 자아 개념이 표현된 시기다. 평범한 개인인 여성의 일상을 그린 요하네스 베르메르 이후, 현대미술은 실존주의를 반영하듯 지극히 사적인(개인적인) 경험을 포함하고 있다. 호퍼는 사회 속의 개인의 감정을 집중적으로 표현한 현대 미술가다. 반면 호크니는 자신의 주변 인물을 대상으로 개인 간의 관계와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그렸다.
호크니는 뛰어난 관찰력을 갖고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현대미술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현대인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소재로 실존문제를 다룬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60년간 예술 실험을 해온 그를 타임지는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명단에 올렸다.
송민 미술연구소 BRUNCH 대표ㅣ중앙일보 2019.05.04
/ 2022.08.26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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