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기우제와 첫눈 [임의진의 시골편지] (daum.net)
주정뱅이 아저씨가 밤새 퍼마시고 집에 들어오니 곤히 자던 부인이 벌떡 일어나 고함을 내질렀다. “새벽 두시예요. 차라리 더 마시고 곧바로 출근을 하지 그러셨수. 집에는 왜 들어와서 달그락거리고 잠을 깨냐고요. 나도 술을 못 마셔서 이런 줄 아슈?” 그러자 아저씨 대답.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 시간에 문을 열어주는 집이 이 집뿐이라서 들어왔소. 미안해요잉.”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개 꺼내더니만 텁석 식탁 의자에 앉더라는…. 그 말이 우스워서 둘이 그 맥주 한캔을 나눠 마셨다는 훈훈한 결말.
밤을 새우는 열정. 무어라도 하나 열심히 끈기 있게 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지. 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교성이면 쉽게 쓰러지진 않을 사람. 연말연시 모임들이 많을 때다. 연말에 한번쯤은 꼭 만나 맑은 술 한잔 나누고 지나가야 섭섭하지 않은 벗들이 있다. 자주 만나진 못해도 소중한 인연은 꼭 지켜가야 한다.
인디언 기우제는 신기하다. 호피족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렸다고 한다. 왜냐하면 비가 내릴 때까지 몇날 며칠을, 아니 몇달이라도 계속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는 그날까지 간절한 마음으로 기우제를 지내는 정성. 냉정하던 하늘도 어찌할 수 없는 이 오기와 끈기. 애타하는 마음들이 모이면 하늘도 움직인다.
호주 눙가바라 원주민들의 창조 신화는 재미있다. 어느 날 땅이 무지개뱀을 낳았다. 뱀은 이곳저곳 다니며 강줄기를 냈다. 강물 속에 개구리알 보따리가 생겨났고 뱀이 개구리의 옆구리를 간질이자 개구리는 웃음보를 참지 못해 보따리가 터져버렸다. 개구리들이 온 강줄기에 가득 찼다. 이제 개구리떼는 비를 내려달라고 간절하게 울기 시작했다. 주구장창 울어댔다. 결국 비가 가득 내렸다. 나무와 풀과 꽃들, 캥거루와 코알라, 암사슴과 새들이 강물줄기에 기대어 살게 되었다. 비도 그렇지만 첫눈도 간절한 마음으로 빌 때 ‘펄펄’ 내린다. 첫눈 내리는 날 보자고 약속한 사랑이 세상에 있는 한, 첫눈은 올해도 어김없이 내릴 게다. 간절한 사랑과 소원이 없다면, 더는 비도 눈도 이 세상에 내리지 않으리라.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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