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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중국 영화

푸레택 2022. 7. 26. 13:07

[임의진의 시골편지]중국 영화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중국 영화

[경향신문] 살고 있는 동네가 대나무로 유명한 고장이라 가끔 축제 때 판다 분장을 보게 된다. 어린 대나무 잎사귀를 입에 달고 사는 판다. 대숲에서 판다가 굴러떨어질 거 같다. 주민들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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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있는 동네가 대나무로 유명한 고장이라 가끔 축제 때 판다 분장을 보게 된다. 어린 대나무 잎사귀를 입에 달고 사는 판다. 대숲에서 판다가 굴러떨어질 거 같다. 주민들만 해도 중국 구경을 안 해본 분이 없을 정도. 회갑 때도 가고 칠순 때도 간다. 누구 집 노총각 아들은 중국 동포랑 가약을 맺었는데, 친정 식구들이 건너와 농사일을 거들어 살림이 폈다. 임시정부 청사를 찾아갈 필요가 없는 게 그런 모양으로다가 반은 한국식, 반은 중국식으로 살아가는 집들이 있다. 이곳 외딴 데까지 배달음식은 오로지 중국요리뿐. 누가 중국 댕겨왔다며 백주 한 병 들고 오면 요리 하나를 시켜서 나눠 마신다. 조금만 마셔도 판다처럼 방구석을 뒹굴게 된다. 어려서 성룡의 취권 흉내를 내고 놀았지. 동네 아재들 중에 이미 취권을 터득한 분들도 꽤 되었어. 막걸리 몇 잔이면 주먹질을 해대고, 경운기와 함께 수로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도 멀쩡하게 기어 나오는 것을 보면 취권을 마스터했기 때문이렷다.

홍콩의 왕가위 감독이 만든 영화들은 깔린 음악이 좋다. 보고도 또 찾아보게 된다. 공추하가 부르는 ‘사방에 핀 장미’와 같은 명곡이 흐르는 영화. 여명, 장만옥, 장국영, 양조위, 공리 같은 명배우들의 대사가 흐르면 가슴이 촛농처럼 녹아들고 만다.

일제 식민이나 분단이 없었다면 우리는 중국이랑 형제 나라로 오래전부터 잘 지냈을 것이다. 중국이랑 사이가 틀어지는 일이 생기면 두 눈 감고 외면하더니만 요샌 일본이랑 사이가 안 좋다며 오두방정을 떤다. 일제 순사집안 씨앗들인가.

가수 김정호의 외가가 이곳 담양이다. 판소리꾼 집안.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 못하는 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잊어야만 좋을 사람을 잊지 못한 죄이라서 말 못하는 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 하나” 이 노래 ‘몽중인’을 처음 부른 가수도 공추하다. 그러니까 원곡은 중국 노래. 1940년. 우리가 임시정부를 중국에 두었을 때 흐르던 노래. 공추하의 노래를 들었을 임시정부 식구들을 떠올려본다.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19.04.24

/ 2022.07.26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