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HN JUN : On Gravity 사진전 관람
오늘은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2층 프로젝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2022년 《AHN JUN : On Gravity》 사진전을 관람했다. 사진전은 8월 15일까지 열린다. 안준 작가의 온 그래비티 사진전에는 사과·돌·물 등을 고속 촬영한 사진 작품 총 54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와 숭고미를 전달하려는 것이 작가의 작품 의도라고 한다.
안내문에 적혀 있는 글을 옮겨 본다. 이번 사진전은 인간을 둘러싼 자연 환경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자연의 초월적 아름다움을 감상하고자 기획한 안준 작가의 개인전이다. 안준 작가는 고속 사진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의 눈으로 인지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현실 속의 초현실성 그리고 초월성과 숭고미를 드러내고 있다.
안준 작가는 인간이 살아가는 것은 마치 중력이 있는 공간에 던져진 물체처럼, 처음(태어남)과 끝(죽음)을 선택할 수 없고 되돌릴 수도 없으며 끝을 향해 가는 것은 의지와 환경이 결합된 우연이기 때문에 사과나 돌 등을 던져서 자유낙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한 아름다움을 포착해 내고자 한다.
사진 46점은 사과, 돌, 물 등의 사물이 떨어지는 과정을 고속 연사로 촬영하여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연출된 것으로 우리 눈으로 인지되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초월성, 숭고미를 전달할 예정이다.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연출된 안준의 사진은 현실 속의 초현실을 불러일으키고 우리 눈으로 인지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을 보여줌으로써 시각의 폭을 확장시켜 준다.
사과를 던져서 떨어지는 과정의 ‘One Life’ 시리즈, 돌을 던져서 촬영한 ‘Liberation’ 시리즈, 컨베이어 벨트에서 야적장으로 떨어지는 돌의 파편들을 고속 촬영한 ‘Float’ 시리즈 등 46점의 사진작품을 전시한다. 이 외에도 팔당댐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순간적으로 방류되어 소용돌이 치고 있는 모습 등의 디지털 사진 8점 전시를 통해 관람자들에게 시간이 정지된 초월적 경험을 제공한다.
한정훈 서울식물원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와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다양한 예술 작품 전시를 통해 식물문화를 새롭게 제시하고 서울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외)
식물문화센터 2층 프로젝트홀에서 사진전을 둘러본 후 디지털 사진 8점이 전시되어 있는 마곡문화관을 찾아갔다. 마곡문화관은 옛날 양수수리조합 배수펌프장이었던 곳이다. 그런데 철문이 굳게 닫혀 있고 어디에도 어떤 안내문도 붙어있지 않다. 토요일이라 문을 일찍 닫은 것일까. 친절한 안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AHN JUN : On Gravity》 디지털 사진을 보기 위해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마곡문화관을 찾아온 한 부모도 발걸음을 돌린다.
◇ 《AHN JUN : On Gravity》 사진전
● 기간 : 2022.5.31~ 2022.8.15
● 장소 :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 프로젝트홀2, 마곡문화관
● 휴관 : 매주 월요일
● 시간 : 6월까지는 11:00~17:30, 7월부터는 10:00~17:30 운영 예정
● 관람료 : 무료
올해는 폭염이 일찍 찾아왔다. 칠월에는 이육사의 시 ‘청포도’를 꼭 감상해 보아야 한다. 이육사는 일제강점기 시절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다. 강렬한 민족의식을 갖고 있던 이육사는 일찍부터 독립운동단체에 가담하여 항일 투쟁의 불꽃을 피웠다. 생애 후반에는 총칼 대신 문학으로 일제에 저항했던 애국지사였다.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어 학창 시절 즐겨 암송했던 이육사의 대표시 ‘광야’(曠野)도 다시 감상해 본다. 이육사의 고향은 경북 안동이다. 그곳에는 이육사 문학관이 있다. 몇 년 전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안동을 여행할 때 퇴계 이황 선생의 도산서원은 탐방하였으나 이육사 문학관을 들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내게 안동은 이십대 꽃다운 시절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신병훈련소에 현역 입소하여 혹독한 군사훈련을 받았던 쓰라린 곳이다. 경계교육을 받을 때 저멀리 안동역에서 들려오던 기적소리는 지금도 아련히 들려온다. 친구들과 안동역에서 고등어구이를 먹으며 나는 홀로 머언 먼 젊은 시절 추억에 잠겨 있었다. (전반기 6주간 군사훈련을 받았던 36사단은 그후 안동에서 원주로 이전해 갔다.)
이육사의 ‘광야’(曠野)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육사 시집》 (1946)
이육사(李陸史)는 윤동주와 함께 일제강점 암흑기의 2대 민족시인이자 저항 시인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1904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하였으며, 본명은 이원록(李源祿)이다. 1915년 예안 보문의숙에서 수학, 1925년 형 원기(源祺), 아우 원유(源裕)와 함께 대구에서 의열단에 가입했다. 1926년 북경행, 1927년 조선은행 대구 지점 폭파 사건에 연루, 대구 형무소에 3년간 투옥되었다. 이때의 수인(囚人) 번호(264)를 자신의 아호로 삼았다.
1935년 《신조선》에 시 <황혼>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1937년 신석초·윤곤강·김광균과 함께 동인지 《자오선》을 발간하는 등 상징적이면서도 서정성이 풍부한 목가풍의 시를 발표하였다. 그의 시작 발표는 주로 《조광》(朝光)을 통하여 1941년까지 계속되었다. 시작 활동 못지않게 독립투쟁에도 헌신, 전 생애를 통해 17회나 투옥되었으며, 1944년 40세 나이로 북경 감옥에서 옥사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1935년부터 1941년까지의 기간중에 씌어졌는데, 이때는 그가 중국과 만주 등지를 전전하던 때인 만큼 광활한 대륙을 배경으로 한 침울한 북방의 정조(情調)와 함께 전통적인 민족 정서가 작품에 깃들어 있다. 대표작인 <광야>에서 보듯이 그의 시는 식민지 치하의 민족적 비운(悲運)을 소재로 삼아 강렬한 저항 의지를 나타내고 있으며, 꺼지지 않는 민족정신을 장엄하게 노래한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이 시는 육사의 확고한 역사의식에 바탕을 둔 현실 극복 의지가 예술성과 탁월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자기 극복의 치열성에 바탕을 둔 초인 정신과 투철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는 지사(志士) 의식, 그리고 순환의 역사관에 뿌리를 둔 미래 지향의 역사의식 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나 있다. 이처럼 이 시는 육사의 투철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지사적․예언자적 기품과 단호하고 강인한 남성적 어조로써 신념에 찬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을 노래한 민족시의 정화(精華)라고 할 것이다.
/ 2022.07.09(토) 서울식물원에서 사진 촬영
/ 사진 촬영 2022.07.09(토)
《AHN JUN : On Gravity》 사진전 안내원이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고 안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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