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임의진의 시골편지] 부적 장수

푸레택 2022. 7. 5. 17:30

[임의진의 시골편지]부적 장수 (daum.net)

 

[임의진의 시골편지]부적 장수

[경향신문] 징병 검사관이 청년에게 물었다.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피식 웃으며 청년이 대답했다. “모르는 사람은 주저가 됩니다만 친구라면 당장 죽일 수 있습니다.” 웃자고 하는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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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 검사관이 청년에게 물었다.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 피식 웃으며 청년이 대답했다. “모르는 사람은 주저가 됩니다만 친구라면 당장 죽일 수 있습니다.” 웃자고 하는 얘기. 나쁜 놈의 친구들이 꼭 있다. 그 친구 따라다니면 만날 고생길. 가장 나쁜 친구가 어깨에 앉아 있는 귀신놈이다. 언젠가 스타강사 김창옥씨가 이런 말을 하더군. “결정적인 순간에 그 귀신 같은 존재가 나한테 말을 합니다. ‘봐봐. 사람들이 너를 그렇게 보잖아. 봐봐. 저 사람들이 널 무시하고 있는 거야. 봐봐. 너 같은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고 쓰여 있어, 그러니까 넌 거기 가면 안 돼.’ 이런 말들이 들려와요. 귀신이 어깨에 앉아서 하는 소리죠…. 안 좋은 기운을 가지면, 안 좋은 기운이 계속 들어오게 되어 있어요. 온갖 귀신이 붙어서 삶이 무거워지죠. 귀신을 쫓아내고, 사람답게 살아야죠. 헛것 보고 헛것 들으면서 살지 말아야죠.” 여기서 말하는 귀신이란, 내 안의 또 다른 나일 것이다.

그림쟁이 벗들이랑 코로나 퇴치 게릴라 전시를 가졌는데, 그냥 길거리에다 띄엄띄엄 펼쳐놓은 퍼포먼스. 그중 가장 잘 팔려나간 게 코로나 퇴치 부적이더군. 나도 마수걸이로 몇 장 사드렸다. 침실 머리맡에 걸려 있는 십자가 곁에다가 고이 붙여놓았다. 재밌자고 하는 얘기.

부적으로 해결될 일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꼬인 인생이 부적으로 술술 풀린다면 얼마나 쉬우랴. 어젠 친구들과 여수 낭도에 있는 젖샘막걸리 도가에 가서 서대회 한 접시에다 일잔 쭉. 연예인들 사진과 매직펜 사인이 가득 붙어 있더만. 그도 장사 잘되라는 부적이리라. 러시아와 동유럽 여행을 종종 다녔는데, 그곳 가게마다 이콘 성상이 걸려 있다. 한번은 숙소 주인이 내게 이콘이 담긴 묵주를 선물로 주었다. 지니고 여행하면 하늘이 보호해줄 거라면서. 그 한마디에 혹해 차고 다녔는데, 기이하게도 놓쳤다 싶은 열차가 연착을 한달지, 팔자에 없는 미모의 여인이 뜨거운 차가버섯 차를 권하며 길동무가 되어 주기도 했다. 한동안 묵주 신세를 졌다. 하지만 내 인생의 진짜 부적은 어깨에 앉아 있는 귀신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이름. 좋은 기운의 사람, 헛것이 아닌 참인 사람. 당신의 기도임을 명심한다.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날마다 파이팅을 외친다. 사랑한다고 연필로 쓴다.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20.05.13

/ 2022.07.05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