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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포용적 금융과 인공지능

푸레택 2022. 6. 21. 21:37

[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포용적 금융과 인공지능 (daum.net)

 

[김병필의 인공지능 개척시대] 포용적 금융과 인공지능

‘포용적 금융’이란 말은 어색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금융의 속성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속 대부업자 샤일록처럼 계산적이고 냉혹한 것이 아니던가. 신용도가 낮은 이들에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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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금융은 '기회 평등' 보장
AI 활용하면 신용 기회 넓히고
투자의 대중화도 가능해지며
불완전 판매 막는데 도움줄 듯

‘포용적 금융’이란 말은 어색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금융의 속성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속 대부업자 샤일록처럼 계산적이고 냉혹한 것이 아니던가. 신용도가 낮은 이들에게 대출해 주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금융소외 계층에게 오히려 높은 이자를 받아 금융기관의 이익을 늘리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떠오른다. 하지만 사회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역할을 생각해 보면 포용적 금융이 중요하다는 점은 쉽게 수긍이 간다. 무엇보다도 금융의 역할은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의료비, 전세금, 학자금을 급히 마련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렇듯 금융은 생존의 기회, 주거의 기회, 교육의 기회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기회의 평등’을 이루려면 금융의 기회가 골고루 제공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금융의 건전성이 지켜지는 건강한 확장이 필요하다. 여기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위력을 발휘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그저 금융거래 실적이 부족해서 낮은 신용점수를 받아왔던 이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금융거래 실적이 부족한 금융소외 계층을 ‘씬파일러(thin filer)’라 부른다. 서류철이 얇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가정주부나 사회 초년생들이 있다. 전통적인 방식에 따르면 이들은 배우자나 다른 가족에 기대지 않고서는 신용을 얻기 어렵다. 이때 비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예컨대 매달 휴대전화 요금과 공과금을 꼬박꼬박 제때 납부했다면 이를 근거로 신용도를 높여 줄 수도 있다.

다양한 출처에서 모인 빅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려면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은 복잡하게 얽힌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 새로운 통찰을 제공해 준다. 사실 인공지능에 의한 신용도 평가는 이미 상당 기간 적용됐다. 이제는 어떠한 효과가 있었는지 검증하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공지능에 의한 신용평가를 활용한 경우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 소수집단에 대한 대출이 증가하였고, 일부 부작용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차별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기회의 확대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좋은 소식이다.

다른 한편으로 포용적 금융을 위해서는 ‘신용의 기회’뿐만 아니라 ‘투자의 기회’ 확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전까지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투자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퀀트 펀드’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미국 월가(Wall St.)에서처럼 고가의 장비를 갖추고 뛰어난 물리학자나 수학자를 스카우트해야 가능한 일처럼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확산 덕분에 이제 인공지능 기반 투자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투자자문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에 의해 관리되는 자산이 한화로 700조 원이 넘는다. 한 계좌당 평균 8000만원 정도가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종래 고액의 기관 투자자에게나 가능했던 투자 기법이 인터넷 웹사이트나 휴대전화 앱을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불거진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 판매’ 논란을 해결하는데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힘을 빌릴 수 있다. 금융소비자마다 금융을 이해하는 독해력(financial literacy)과 수용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가 제각기 다르다. 그래서 금융투자 상품의 추천·판매는 고객의 상황에 맞추어 이루어져야 한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고객 맞춤형 분석에 능하다. 전통적 신용정보뿐만 아니라, 투자의 기간과 목적, 투자자 개인의 투자 경험과 보유 자산 등을 알려주는 비금융 빅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사후적으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혹시라도 불완전판매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없는지 모니터링하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소비자가 투자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금융투자상품 구매를 제한하거나, 더 불편하고 어렵게 만드는 것은 좋은 해법이라 하기 어렵다.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투자 기회의 확대를 통해 포용적 금융의 도약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ㅣ중앙일보 2020.11.30

/ 2022.06.21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