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상징이 된 조각[이은화의 미술시간]〈173〉 (daum.net)
기원전 5세기에 활동했던 미론은 당대 최고의 조각가였다. 그는 운동선수 조각상으로 유명했는데, 특히 ‘원반 던지는 사람’은 그리스 시대 미술의 걸작이자 올림픽의 상징적 이미지로 여겨진다. 궁금해진다. 미론은 왜 하필 원반던지기 선수를 선택한 걸까? 고대 올림픽 선수들은 진짜 나체로 경기에 참여했던 걸까?
미론의 청동 조각 원본은 소실됐기 때문에 우리는 로마시대 복제품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1세기경 제작된 이 대리석 복제품은 나체의 젊은 남자가 회전력을 이용해 무거운 원반을 막 던지려는 순간을 보여준다. 청년은 앞으로 굽힌 상체를 옆으로 틀면서 오른팔을 뒤로 힘껏 젖혔다. 오른 다리에 중심을 두고 왼 다리를 뒤로 살짝 뺀 채 감정을 억제하려는 듯 얼굴은 무표정하다. 이 자세가 너무나 완벽해 보였기에 후대의 많은 선수들이 따라 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효율적이지도 않았다. 선수의 실제 경기 자세를 보여주려 제작된 게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미론의 조각은 뛰어난 운동감의 표현뿐 아니라 비례와 균형, 조화라는 그리스적 이상을 담아냈기에 찬사를 받는다.
원반던지기는 고대 올림픽에서 펜타슬론이라 불린 5종 경기 중 첫 번째 종목이었다. 조각가는 훈련으로 단련된 선수의 몸을 이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종목을 고민했을 테고, S자 곡선을 만들 수 있는 원반던지기 포즈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고대 올림픽은 여러모로 지금과 달랐다. 신에게 바치는 제의식의 일환이었고, 선수들은 명문가 자제들로 모두 나체로 경기에 임했다. 여성은 관전조차 금지됐다. 반칙하면 사형당할 정도로 규칙도 엄격했다. 그 대신 승자는 큰 명예를 얻을 수 있었기에 자신의 조각상을 유명 조각가에게 의뢰해 영원히 보존하고자 했다. 미론의 조각이 올림픽의 상징이 된 건 성실한 훈련으로 단련된 아름다운 몸과 뛰어난 정신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은화 미술평론가ㅣ동아일보 2021.07.29
/ 2022.06.17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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