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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숨쉬기도, 침방울 속 바이러스도 모두 데이터가 되는 세상

푸레택 2022. 6. 13. 19:08

[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숨쉬기도, 침방울 속 바이러스도 모두 데이터가 되는 세상 (daum.net)

 

[김정호의 AI시대의 전략] 숨쉬기도, 침방울 속 바이러스도 모두 데이터가 되는 세상

미국 잡지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 안 활동이 크게 늘어나면서 낮 시간대 광대역 인터넷 소비가 41% 이상 증가되었다고 한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만남과 외출, 스포츠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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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잡지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 안 활동이 크게 늘어나면서 낮 시간대 광대역 인터넷 소비가 41% 이상 증가되었다고 한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만남과 외출, 스포츠 활동은 물론이고 직장 생활도 대부분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개인 및 공용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센터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지게 됐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 인프라가 크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지난달 우리나라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9.8%, 5.3% 증가했다. 비대면 사회의 ‘온라인 원격 경제’가 반도체 메모리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폭발하는 빅데이터

온라인 원격 경제는 4차 산업혁명의 기초인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빅데이터 기술',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되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가공할 만한 속도의 정보 처리와 전송, 이를 뒷받침할 기술과 장비가 개발되면서 온라인상에서 원격으로 교육과 의료, 회의, 재택근무 등 비대면 경제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일단 불이 붙은 '온라인 원격' 분야의 진보는 폭발적인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온라인으로 상품 주문과 생산, 배송, 판매 분야의 산업이 일취월장하고 있고, 영화와 연극, 공연, 문학,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비대면 경제 분야에서 비약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원격 경제는 핵반응을 일으키듯이 빅데이터의 폭발적 증가에 기폭제가 된다. 온라인 원격 경제 산업에서는 매 순간 빅데이터가 발생하고, 전송되고, 저장되며, 마지막에 인공지능에 사용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1시간 정도 8K TV급 고화질 해상도를 가진 온라인 화상회의나 교육을 받는다고 하면 하루 약 1GB(109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산된다. 전 세계 30억 인구가 1년 365일 화상 데이터를 생산한다면, 1년 동안 생산되는 빅데이터 양은 약 1ZB(제타바이트)가 된다. 제타(Zetta)는 10²¹이다. 화상회의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빅데이터가 만들어진다. 미래에는 숨 쉬는 것도 데이터이고 침방울 안의 바이러스도 모두 소중한 데이터가 된다. 요타(Yotta·10²⁴) 바이트 빅데이터 시대가 곧 온다. 이렇게 되면 온라인 원격 경제에서 생산되는 빅데이터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점점 더 똑똑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은 가속되고 인간의 인공지능 의존도는 깊어진다. 모두 코로나 19의 결과이다. 코로나 19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특이점 시대가 빨리 도래한다.

반도체 메모리의 절대적 가치

온라인 원격 경제활동에서 생산된 데이터는 반드시 단기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아니면 영원히 데이터 저장 장치에 저장되어야 한다. 이 막대한 양의 빅데이터는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센터에서, 단말기 에지(Edge)에서, 혹은 양자 컴퓨터에서 반도체 메모리에 저장된다. 그 결과 놀랍게도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에 반도체 메모리가 가장 필수적인 부품이 된다. 새로운 반전이다. 또다시 반도체 메모리의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 1965년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압 언덕의 옛 궁전 자리에서 벽화가 발견됐다. 그 벽화 속에는 고구려에서 온 두 사신이 조우관(새의 깃으로 장식한 모자)을 쓰고 둥근 고리가 달린 큰 칼인 환두대도를 허리춤에 차고 있다. 그 벽화는 고구려가 5000㎞나 떨어진 중앙아시아와 외교 관계를 맺고 지냈다는 사실을 10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소리 없이 전해주는 메모리 장치이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며칠만 지나면 대부분의 기억을 잊어버린다. 인간의 뇌는 효과적이고 정확한 대규모 빅데이터 저장 장치가 될 수 없다.

반면 반도체 메모리는 크기도 작고, 대규모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전력 소모가 작고, 가격도 싸다. 특히 디램(DRAM) 메모리는 기억 셀(Cell) 하나에 나노 크기의 스위치 트랜지스터 하나와 전자 저장 축전기(Capacitor) 하나만 있는 단순 구조이다. 무어의 법칙의 한계를 뛰어넘어 셀 구조를 3차원으로 만들거나, 새로운 고유전체 물질을 개발하거나, 웨이퍼를 적층(積層)하면 용량과 성능을 계속 증가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의 계산을 위한 컴퓨터는 학습과 판단을 위해서 빅데이터를 1 피코 초(ps·1조분의 1초)의 시간 단위로 빅데이터를 읽고, 쓸 수가 있어야 한다. 정말로 빛도 멈춰진 순간의 시간이다. 그 작업을 할 수 있는 기억장치는 바로 실리콘 반도체 메모리밖에 없다.

국가 미래를 건 작전

반도체 메모리는 바닷가에 널린 모래인 실리콘으로 만든다. 문자와 인쇄술의 발명에 견줄 수 있는, 인간 최고의 문명사(文明史)적인 창작품이다. 코로나 19 이후 시대에도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 발전의 지속력은 거의 반도체 메모리 산업에 달려 있다고 봐도 된다. 그 중요성 때문에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는다. 그들도 반도체 메모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기 시작했다. 반도체 메모리 산업을 국가적으로 꼭 사수(死守)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ㅣ조선일보 202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