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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야생화 천국' 분주령·금대봉 다녀와 난감한 이유

푸레택 2022. 6. 10. 17:58

[김민철의 꽃이야기] '야생화 천국' 분주령·금대봉 다녀와 난감한 이유 (daum.net)

 

[김민철의 꽃이야기] '야생화 천국' 분주령·금대봉 다녀와 난감한 이유

지난 주말 분주령·금대봉에 가보니 ‘야생화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식물도감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야생화들이 트레킹 코스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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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분주령·금대봉에 가보니 ‘야생화 천국’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식물도감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야생화들이 트레킹 코스 곳곳에 널려 있었다. 그래서 이곳은 곰배령, 만항재 등과 함께 꽃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가봐야하는 야생화의 성지 중 하나다. 두문동재에서 출발해 금대봉~분주령~대덕산~검룡소 코스를 걸었는데, 사진으로 담은 야생화만 수십 종이라 어떤 것을 소개해야할지 고르는 일부터 난감하다. 이 코스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야생화로 15개를 골랐다. 범꼬리, 하늘말나리 등 여름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먼저 광대수염과 쥐오줌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야생화지만, 분주령 곳곳에서 대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광대수염은 노란색이 약간 섞인 흰색의 입술 모양 꽃이 독특한 꽃이다. 광대수염이라는 이름처럼, 층층이 피는 꽃 바로 아래 수염이 들쑥날쑥 나와 있는 모습도 재미있다. 꿀풀과 식물로, 산이나 들의 약간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 연한 자주색 꽃이 둥글게 뭉쳐 피는 쥐오줌풀은 어떤 냄새가 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뿌리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는데 꽃에서 나는 냄새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5~6월 야생화 보러 가면 습한 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이다.

분주령 광대수염, 쥐오줌풀.

졸방제비꽃, 물참대, 산사나무 역시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꽃과 나무지만 분주령 트레킹 내내 유난히 많이 볼 수 있었다. 졸방제비꽃은 연보라색 꽃이 참 예쁜 제비꽃이다. 제비꽃 중에서 늦게 피는 종으로, 줄기가 있는 진화한 제비꽃 종류다. 물참대 꽃은 아래 사진처럼 수술이 길어 왕관 모양이 절로 떠오른다. 말발도리와 꽃모양도 피는 시기도 비슷한데, 꽃 아래쪽 색깔이 연두색이면 물참대, 황색이면 말발도리다. 트레킹 내내 산사나무 하얀 꽃이 절정임을 볼 수 있었다. 산사나무는 잎이 깃모양(우상·羽狀)인 것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산사나무는 사실 꽃보다 붉은 열매가 인상적인 나무다. 몇년전 이효리가 광고한 술 산사춘은 이 산사나무 열매로 만든 것이다.

분주령 졸방제비꽃, 물참대, 산사나무 꽃.

노란장대와 전호도 트레킹 내내 곳곳에서 큰 군락을 이룬 것을 볼 수 있었다. 노란장대는 십자화과답게 노란색 꽃잎이 4장이고 잎 가장자리 톱니가 불규칙하다. 식물 이름에 ‘장대’가 들어가면 가지가 적고 직립하는 식물이라는 뜻이다. 전호는 공부하고 갔으니 전호인 줄 알지 다른 곳에서 만나면 사상자 종류와 구분할 자신이 없다. 식물 중 산형과 식물은 특히 비슷비슷해 어려운 것 같다.

분주령 노란장대, 전호.

미나리아재비 꽃은 꽃잎에 에나멜을 발라놓은 듯 반짝이는 밝은 노란색이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꽃잎이 반짝이면 곤충이 멀리서도 쉽게 찾아 꽃가루받이에 유리할 것이다. 뿌리잎은 잎자루가 길고 3~5갈래로 깊게 갈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분주령 미나리아재비.

요강나물도 트레킹 내내 참 많이 만났다. 야생화를 처음 공부할 때, 요강나물을 보고 뭐 이런 꽃이 다 있나 싶었다. 꽃으로는 아주 드물게 검은색에 가까운 흑갈색이다. 특히 꽃이 피기 전 모습은 딱 요강 모양인데, 곤충집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생긴 것이 특이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분주령 요강나물.

눈개승마, 꽃쥐손이, 은대난초도 가는 길 내내 자주 나타났다. 눈개승마는 승마 종류 중 가장 흔한 것 같다. 울릉도에서 삼나물이라고 재배하는 것이 바로 눈개승마다. 꽃쥐손이는 평지에 있는 쥐손이 꽃을 확대시켜놓은 것 같다. 줄기에 털이 많아 ‘털쥐손이’라고도 부른다. 은대난초는 잎처럼 생긴 포가 원줄기보다 긴 것이 특징이다. 은난초도 꽃이 흰색이라 비슷하지만 포가 꽃차례보다 짧다.

분주령 눈개승마, 꽃쥐손이, 은대난초.

고광나무는 분주령 일대에서 지금이 피크인 것 같았다. 검룡소로 내려가는 등산로 내내 하얀 고광나무 꽃을 볼 수 있었다. 고광나무는 꽃잎이 4장인 것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꽃 공부할 때 ‘(꽃잎 수가) 고광은 4장, 야광(나무)은 5장’이라고 열심히 외운 기억이 있다.

분주령 고광나무 꽃.

검룡소 분기점에 이르기 직전에 할미밀망을 만났다. 사위질빵 비슷하게, 줄기가 할머니가 메는 멜빵으로 쓰기에 적당한 식물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생김새도 사위질빵 비슷하지만, 꽃이 3개씩 모여 피는 등 좀 성글게 피는 것이 다르다. 할미밀망은 강원도부터 지리산까지 주로 백두대간에 분포하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개화 시기는 할미밀망이 사위질빵보다 한두 달 정도 빠른 5~6월이다.

분주령 할미밀망.

마지막으로 보려고 한 꽃은 대성쓴풀이었다. 5~6월 녹색이 도는 흰색 꽃이 피는데, 검룡소 가는 길 길가에서 자란다고 했다. 북방계 식물인데 이례적으로 1984년 태백에까지 내려와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발견 장소가 대덕산인데 대성산으로 잘못 알고 이름을 대성쓴풀로 지었다고 한다. 검룡소 가는 길에서 찾다가 차 시간 때문에 못만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인이 지난달 담은 사진으로 대신하겠다.

검룡소 대성쓴풀. /사진 박승천

김민철ㅣ조선일보 202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