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빛난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황정아의 우주적 시선]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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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항복하거나 붕괴될 것이라는 전 세계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결사 항전했고 전쟁은 장기화되고 있다. 처음에는 소량의 무기 지원이나 외교적 노력 정도로 사태를 관망하던 서방 동맹국들과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국가들은 의외로 러시아의 고전이 길어지자 본격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지원과 원조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구소련의 붕괴 이후 또다시 국제적인 고립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전쟁 초기였던 지난달 28일에 우크라이나에서 '스페이스X'가 제공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통해 끊어졌던 인터넷을 다시 쓸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쟁이 일어나면 기본적으로 적국의 통신망을 공격해서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전쟁의 기본이다. 우크라이나의 통신망은 러시아의 초기 공격으로 주요 시설이 파괴되면서 통신이 두절되는 장애를 겪고 있었다.
스타링크는 러시아의 침략 전에 우크라이나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민간인 보호를 위한 통신수단이 필요하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스페이스X는 우크라이나에서 서비스를 긴급하게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를 요청한 이유는 통신 인프라 시설의 파괴로 전쟁에서 민간인이 위급 상황에 제때 대처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도 개인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인터넷은 중요하지만, 전장에서 인터넷 연결과 통신망 제공은 헤어진 가족, 부상자를 찾거나 전쟁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국민들이 공유하고, 올바른 정보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 이번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 큰 원인 중 하나는, 러시아의 의도대로 초기에 통신망을 마비시켜서, 전장의 실상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실패한 까닭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스타링크 위성들은 밤하늘의 천문 관측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천문학자들의 우려를 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는 위성 인터넷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스타링크 위성의 무게는 227㎏으로 1만2,000여 개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인 550㎞에 띄워 전 세계의 인터넷망을 촘촘히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까지 약 2,000여 개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렸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위성의 통신 신호를 받을 수 있도록 소형 안테나와 무선 인터넷 액세스포인트(AP) 역할을 하는 셋톱박스가 있어야 한다. 안테나와 셋톱박스만 있으면, 광통신망이나 기지국, 중계기 등의 인프라 없이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무선 통신이 가능해진다. 2020년 10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올해 1월 기준으로 14만 5,000명이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면 안테나와 셋톱박스에 공급할 전력이 필요하다. 전장에서 안정적인 전원을 확보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전력을 얻기 위해서 이동형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팩,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이동형 발전기 등을 활용하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찌 됐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스타링크를 중심으로 한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더욱 주목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위성 인터넷의 등장으로 현대전에서 외부와의 연결은 이제 더 이상은 막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제 함부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전쟁은 웬만해선 성공하기 어려운 일이 되었으니 부디 이번 전쟁도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소망한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ㅣ한국일보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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