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퀸,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이글스 그리고 혓바닥을 내놓고 활보하는 키스. 우리나라는 들국화가 그렇고 죄다 4인조 밴드. 송골매는 5인조였는데, 요새 같으면 5인 집합금지, 배철수 아저씨가 나오시든지 한 명 빼야 쓰겠다. 예수는 열두 제자뿐만 아니고 여성 제자들까지 합하면 대가족. 천지사방을 뭉쳐서 유랑했다지. 주로 들길과 산길, 눈에 띄지 않게 게릴라처럼 이동했었다. 북인도의 석존은 제자단에 명하여 전원 삭발. 이마로 강력한 햇빛을 반사. 눈부셔 숫자를 셀 수 없게 하신 듯.
“네잎 크로바 찾으려고 꽃수풀 잔디에서 해가는 줄 몰랐네. 당신에게 드리고픈 네잎 크로바. 사랑의 선물 희망의 푸른 꿈. 당신의 행운을, 당신의 충성을 바치려고 하는 맘. 네잎 크로바 찾으려고 헤매는 마음.” 옛날 깐날 아나운서 출신 이규항 아저씨 노래. 고교야구 시대 주름잡던 아저씨의 중계 실력에다가 이 노래까지 불러 팬심을 불싸질렀지. 다섯잎 클로버는 절대 안 돼! 오로지 행운의 네잎 클로버.
요샌 그런데 5인조 아니 얼른 10인조이고 싶다. 야구장, 축구장, 바글바글 극장이 그리워. 군중들 모여 희망을 노래하던 광장, 관객이 가득 찬 공연장은 꿈만 같아. 식당에 앉으면 행여 5인일까 우악스럽게 울부라리며 쪼아보는 주인장 심정도 그렇고, 4인조로 쪼개고 빠개서 멀찍이 떨어져 앉는 손님들. 담숭담숭 얼굴바대기를 살피며 서로를 두려워한다. 이 현실이 좀체 믿기지 않아.
바둑판에 오목도 두면 안 돼! 조르라니 요것두 다섯이로군. 그래도 뭐든 좋게 생각해야지. 당신과 나, 둘이 마주보지 말라는 건 아니니까. 바나나가 웃으면 바나나킥. 바나나처럼 휜 눈썹을 치켜뜨며 다섯째 친구가 보고파. 머잖아 5인조로 뭉칠 계획을 짜면서 ‘희망의 푸른 꿈’을 꾸는 날들이다.
임의진 목사·시인ㅣ경향신문 2021.03.25
/ 2022.06.01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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