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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아름다운 가로수 메타세쿼이아의 정체는

푸레택 2022. 6. 1. 14:36

[소년중앙] 아름다운 가로수 메타세쿼이아의 정체는 (daum.net)

 

[소년중앙] 아름다운 가로수 메타세쿼이아의 정체는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되었습니다. 12월엔 눈이 많이 온다는 대설(大雪)과 일 년에 가장 밤이 긴 동지(冬至)라는 절기가 있어 점점 겨울이 깊어가는 느낌을 주지요. 여러 생명체는 오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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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되었습니다. 12월엔 눈이 많이 온다는 대설(大雪)과 일 년에 가장 밤이 긴 동지(冬至)라는 절기가 있어 점점 겨울이 깊어가는 느낌을 주지요. 여러 생명체는 오랜 시간 태양의 움직임과 계절의 변화에 맞춰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서 적응하고 유지해가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긴 호흡으로 세상을 사는 나무들도 저마다 자기만의 리듬을 유지하며 겨울을 버텨요.

날이 춥다고 움츠리지만 말고 산책을 한번 나서보세요.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겨울을 맞이하고 견뎌내는 나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낙엽수(잎지는나무)들은 잎을 진작부터 떨어뜨리고 맨몸을 드러내 겨우내 쉼을 선택하고,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바늘잎나무)들은 초록을 유지해 조금이라도 광합성을 하면서 겨울을 견딥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 메타세쿼이아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라고 하지만, 그중에는 겨울에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도 있는데요. 이를 낙엽침엽수라고 하며 이깔나무·낙우송·메타세쿼이아 등이 여기 속합니다. 그중 메타세쿼이아의 경우 전체적으로 뾰족한 수형(나무 모양)을 갖고 있고 조경수로 길 한쪽 혹은 양옆에 줄지어 심어놓는 경우가 많죠. 전남 담양이나 전북 진안 등 전국에 메타세쿼이아 길을 조성해 유명해진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멋진 메타세쿼이아 길로 가족이나 연인들이 나들이를 가서 사진도 찍고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곤 하죠. 그냥 길가 나무로 보이는 메타세쿼이아에게 사람들이 잘 모르는 놀라운 사연이 숨어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메타세쿼이아는 사실 공룡시대부터 살았던 나무입니다. 그런 식물을 화석식물이라고도 하는데요. 은행나무나 소철도 화석식물에 들어가죠. 우리나라에서도 메타세쿼이아 화석이 발견됐어요.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볼까요. 고사리 같은 양치류나 소철 같은 침엽수들이 살고 있는 공룡시대, 목 긴 초식 공룡이 풀을 뜯고, 커다란 티라노사우루스가 쿵쿵 땅을 밟고 걷고 있는 그 자리에 메타세쿼이아도 당당하게 살고 있는 장면은 왠지 상상만으로도 멋집니다. 그 나무를 지금 내가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한 느낌을 주지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 메타세쿼이아

더 놀라운 사실은 메타세쿼이아가 실제로 발견된 지 얼마 안 됐다는 것입니다. 1940년대 초 일본의 식물학자가 화석자료를 통해 ‘세쿼이아’라는 식물 속에서 분리했죠. 세쿼이아 역시 세계 각지에서 화석으로 나타나는 나무인데요. 현재 세쿼이아속에 속한 식물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세쿼이아는 레드우드 혹은 미국삼나무라고도 부르며 북미 서쪽 캘리포니아에서 자랍니다.

화석자료에 근거해 메타세쿼이아로 이름 지어진 이 나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에서 실제로 발견됐죠. 처음 발견했을 땐 메타세쿼이아인 줄 몰랐다가, 다시 살펴보니 메타세쿼이아가 맞아서 현존하는 유일한 메타세쿼이아종이 되었습니다. 멸종한 줄 알았다가 늦게 발견한 나무인 거죠. 이후 나무가 아름답고 사연도 흥미를 끌어 전 세계에서 가로수나 공원수로 심기 시작했어요.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 메타세쿼이아

이렇게 심어진 메타세쿼이아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70살을 넘을 수는 없습니다. 생장이 빨라서 언뜻 보면 100살도 넘어 보이지만 1940년대 이후 심어지기 시작했으니 그렇게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요. 전 세계 도심에 가로수로 심어졌는데 자라면서 뿌리가 보도블록을 들어 올리기도 하고, 태풍이 오면 잘 쓰러지기도 해서 요즘에는 가로수로 잘 심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고, 땅에 떨어지면 발아도 잘돼 오히려 뽑아내기 바쁜 나무가 되어 버렸어요. 한때 주목을 받다가 요즘에 다시 무관심해지는 듯해서 아쉽기도 하죠. 아마도 많은 사람이 메타세쿼이아의 사연을 안다면 다시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요.

공룡시대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할수록 정말 신비하지 않나요. 공룡은 멸종하고 없는데 이 나무는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 나무가 실제로 살아있다는 것을 1940년대에나 알았다는 것도 정말 재미난 이야기죠. 만약 자세히 보지 않고 관심 갖지 않았다면 아직도 발견하지 못하고 멸종한 나무로 여겨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멋진 존재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그게 나일 수도 있겠지요? 스스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한번 관찰해보는 연말이 되면 좋겠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ㅣ중앙일보 202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