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쾰른 성당/김민정 (daum.net)
쾰른 성당 / 김민정
우리 둘의 이름으로 초를 사서
우리 둘의 이름으로 초를 켜고
우리 둘을 모두 속에 섞어놨어
우리가 우리를 몰라
신은 우리를 알까
우리 둘은 우리 둘을 알까
모두가 우리가 우리인 줄 알겠지
우리 둘도 우리가 우리 둘인 줄만 알겠지
양심껏 2유로만 넣었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 때. 세상이 우리 둘인 줄만 알 때, 우리 빼곤 세상이 다 시시해질 때, 인간은 무명에서 벗어난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 바보 같은 명제에서 벗어나는 순간 순명의 시간이 온다. 둘이 있으니 참 좋은 것. 둘 둘 둘 모여 서로 좋아하니 시냇물 같고 무지개 같은 것. 세상의 모든 둘이 좋으면 그곳이 천국인 것. 다른 둘을 상처 내지 않고 다른 둘의 빵과 물을 빼앗지 않고, 둘 둘 둘 서로 어깨를 걸고 하늘 높은 곳으로 오르는 것. 인간의 심연에 따뜻한 햇살의 바다를 펼치는 것.
곽재구 시인ㅣ서울신문 2020.02.07
/ 2022.05.22 옮겨 적음
'[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발칙한 플라스틱 - 정연홍 (0) | 2022.05.22 |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어머니2 - 함민복 (0) | 2022.05.22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무엇을 위해 시를 써왔나 - 유안진 (0) | 2022.05.22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압해도 - 서효인 (0) | 2022.05.22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처자 - 고형렬 (0) | 2022.05.22 |